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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유명인의 납치로 본 분노 사회


입력 2021.08.26 14:01 수정 2021.08.26 14:02        데스크 (desk@dailian.co.kr)

영화 ‘인질’

높은 몸값 때문에 유명인과 부자들은 납치의 표적이 되기 쉽다. 석유 재벌로 유명한 게티 가문의 존 폴 게티 주니어는 5개월간 마피아 조직에 납치돼 한쪽 귀를 잘린 채 풀려났다. 20세기 미국 대중음악을 대표하는 가수이자 배우인 프랭크 시나트라의 아들 프랭크 시나트라 주니어도 10대 시절, 네바다 타호 호수 근처 한 호텔에서 납치를 당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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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개봉한 한국영화 ‘인질’은 유명 배우의 납치사건을 다룬 영화로 2015년 중국에서 개봉한 영화 ‘세이빙 미스터 우’를 리메이크한 것이다. ‘세이빙 미스터 우’는 2004년 2월 3일 중국의 유명 배우 오약보가 술집에서 나오는 길에서 낯선 남자들에 의해 납치되는 실제 사건을 영화로 담았다.


영화 ‘인질’에서 배우 황정민(황정민 분)은 새 영화 제작발표회를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젊은 인질범들에 의해 납치된다. 이미 몇 차례 선량한 시민을 납치한 전적이 있는 납치범들은 대상자를 물색하다가 배우 황정민을 발견하고 거액을 챙길 목적으로 납치한다. 그러나 황정민은 그동안 쌓아온 다양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지기를 발휘해 탈출을 시도한다.


불평등 사회를 조명한다. 영화에서 명시적으로 나타나지는 않지만, 인질범들의 대화에서 경제적으로 불평등한 사회에 대한 분노를 읽을 수 있다. 황정민은 인질범들에게 5억원을 주겠다고 하자 인질범은 출연료를 그렇게 많이 받으면서 그것밖에 주지 못하냐며 언성을 높인다. 실제로 최근 유명 방송인들의 출연료가 공개되면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으며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부의 불평등이 심화 되고 있다. 영화는 인질범들의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불만과 분노를 묵시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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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한 공권력과 돈이 우선되는 사회를 꼬집는다. 한국영화 캐릭터 중에서 바뀌지 않는 캐릭터는 바로 무능한 공권력이다. 5명의 인질범은 황정민을 납치하기 전에 이미 카페 여종업원을 납치한 바 있다. 그러나 경찰들은 그들이 누구인지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고 배우 황정민이 납치되고 난 뒤에야 활발히 수사를 진행한다. 범인을 쫓는 경찰들의 잦은 실수 그리고 번번이 드러나는 무능력함은 부끄럽기만 하다. 더군다나 인질범들이 잡힐 수 있었던 것도 돈을 받아내기 위해 자수를 했기 때문이다. 또한 인질범들 간의 돈을 서로 차지하려는 자중지란으로 돈을 받으려는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다. 영화는 구성원 간의 믿음보다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우리사회를 비춘다.


영화 ‘인질’은 스토리가 단순하며 관습적인 캐릭터 설정이 아쉽다. 하지만 배우도 납치될 수 있다는 설정과 아이디어는 좋은데 국내에서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지만 얼마든지 그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극강의 리얼리티를 표방하고 신선한 재미를 선사하며 초반부터 긴장감을 놓지 않는다. 황정민과 인질범들의 첫 만남부터 몰입감도 상당히 높다. 그러나 기술적 완성도를 높여 만듦새는 좋지만, 이야기적인 측면은 다소 떨어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과거와 달리 극장관람이 이야기보다 영상을 우선하는 추세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경기침체로 실업이 늘어나고 불평등이 심화 될수록 납치와 같은 범죄는 늘어나게 된다. 영화 ‘인질’은 돈만 추구하는 우리사회를 지적하고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심화 되면서 사회적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분노사회를 조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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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 / 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영화평론가 film10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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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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