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인터뷰서 "잠자는 호랑이 꼬리 밟느냐"
국정원장이 野후보자에 경고 "유례 없는 일"
윤석열 캠프 "공갈‧협박이자 국정원법 위반"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고발사주' 의혹 논란의 한복판에 등장하면서 사안의 성격이 급격히 전환되고 있다. 애초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겨냥한 의혹은 박 원장과 제보자 조성은씨와의 사적 만남이 알려진 것을 계기로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튀기 시작했다.
특히 조성은 씨가 고발 사주 의혹의 근거라고 주장하는 텔레그램 전송 고발장 화면 캡처가 박 원장을 만나기 전후 집중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확인되면서 세간의 이목은 '제보사주' 의혹으로 옮겨갔다.
이에 국민의힘은 14일에도 박 원장의 배후설을 파고들었다. 조 씨가 박 원장을 만나기 전날인 8월 10일 김웅 의원과의 텔레그램 대화 캡처본과 '손준성 보냄' 최초고발장의 이미지 등 110개가량 파일을 다운로드한 사실 등을 근거로 제보사주 의혹이라고 지적했다.
윤 전 총장 대선캠프 이상일 공보실장도 이날 CBS라디오에서 "조 씨가 다운로드한 파일을 프린트했거나 휴대전화를 통해 박 원장에게 보여줬다면 이건 중대한 문제"라며 박 원장의 정치적 중립 위반 의혹을 제기했다.
국정원장의 유례없는 野 겨냥 경고
"내가 입 다물어야 尹에 유리하다"
무엇보다 박 원장이 이날 윤 전 총창을 향해 던진 발언은 정치개입을 넘어 '협박정치'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박 원장은 이날 연합뉴스·경향신문 등 언론 인터뷰에서 "잠자는 호랑이 꼬리를 밟지 말라"고 공개 경고를 했다.
그는 "(윤 전 총장이 총장 시절) 저하고도 술 많이 마셨다"면서 "나는 윤 전 총장과 개인적인 신뢰가 있어서 한 번도 나쁘게 얘기한 적이 없는데 그런 식으로 얘기하느냐"고 말했다. 또 "내가 입 다물고 있는 것이 자기(윤 전 총장)에게 유리하다"고도 했다.
박 원장은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사건을 국회에서 내가 제일 먼저 터뜨린 사람이다. 모든 걸 잘 알고 있다"고도 했다. 이번 대선정국에서 윤 전 총장에게 네거티브 공세를 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정치권에선 정보기관 수장이 언론을 통해 개인적인 의견을 표출하는 것도 부적절하지만, 야당 대선주자를 향해 노골적인 협박성 발언을 한 것은 유례없는 일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꼬리 밟은 게 아니라 꼬리 잡혀"
"명백한 정치개입이자 공갈-협박"
이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정보기관장의 대선 개입이나 국내 정치에 대한 개입이라고 하는 것은 결코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면서 "검찰이나 수사기관이 빨리 결론을 내서 이런 혼란이 좀 마무리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박 원장이) '꼬리를 밟은' 것이 아니라, '꼬리가 잡힌' 것"이라며 "이미 드러난 자료들만 해도 정치개입의 혐의가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또 "호랑이도 꼬리가 잡히면 함부로 달려들지 못하는데 이제는 '당신의 모든 비리를 알고 있다'며 국정원장 지위를 이용해 협박까지 하고 있다"면서 "사납게 짖는 개는 사실 겁쟁이인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윤 전 총장 캠프 최지현 수석부대변인도 "박 원장의 발언은 윤석열 예비후보에 대한 공갈, 협박임은 물론 국가정보원법이 금지하는 국정원장의 정치 개입임이 명백하다"면서 "국정원장으로서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초개처럼 버린 박 원장은 더 이상 자격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즉각 박 원장을 해임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