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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 부패 카르텔을 깨는가?


입력 2021.09.30 07:20 수정 2021.09.28 17:32        데스크 (desk@dailian.co.kr)

문재인 정부, 부패 방지·척결에 손 놓고 있어

부패 카르텔은 결국 국민의 손으로 정리된다

ⓒ데일리안 DB ⓒ데일리안 DB

대한민국 역대 정부는 ‘범죄와의 전쟁’ ‘토착비리 척결’ ‘부동산 비리 전면 수사’ 등 이름은 다르지만 깨끗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을 전개했지만, 결과는 별로였다.


문재인 정부의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시한 조사에서도 “우리 사회가 부패한가?”를 묻었더니, 반(半) 정도의 국민들(2020년 48.4%, 2018년 53%)은 여전히 ‘우리사회가 (매우) 부패하다’고 응답했다.


부패는 여전한데, 임기가 끝나 가는데도 문재인 정부는 관심이 없다.


부패가 줄어들었다고 판단한 걸까? 부패의 일상화(日常化) 현상으로 아예 손을 들어버린걸까? 아니면 너나없이 “이 무능한 정권이 끝나기 전에 해 먹을 수 있을 때 다 해먹자”는 분위기에 취해 대꾸할 틈도 없는걸까?


문재인 정부도 초기에는 부패 척결에 관심이 있었다. 정권 출범 초기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반부패정책협의회를 갖고(2017.9.26) “반칙과 특권의 카르텔을 깨고 청렴·공정 사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법무부장관은 그 자리에서 “뇌물, 알선수뢰, 알선수재, 횡령, 배임 등 5대 중대 범죄와 지역 토착 비리를 엄단하겠다”고 보고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이나 프랜차이즈의 갑질에 대해, 국방부는 방산비리에 칼날을 대겠다고 보고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시민사회와 협치를 통한 범정부적 반부패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했다.


좋은 말들이긴 한데 4년이 지난 지금 되돌아보면 문재인 정부에서는 부정과 비리가 아니라 공정과 상식이 증발해 버렸다.


세계적인 부패 문제 권위자인 마이클 존스턴(미국 콜게이트대) 교수는 부패를 크게 4가지 유형으로 나눴다. 독재형(중국, 인도네시아), 족벌형(러시아, 필리핀), 시장로비형(미국, 영국, 캐나다), 엘리트 카르텔형(이탈리아, 한국)으로 나눴다. 이 가운데 독재형과 족벌형은 주로 후진국에서 나타나고, 시장로비형은 선진국에서 주로 나타나는 유형이라고 했다.


한국이 포함되는 엘리트 카르텔형(Elite Cartels)은 이탈리아. 한국 같이 인맥(人脈)을 중시하는 문화 속에서 흔히 나타나는 형태로, 정치인. 고위관료. 대기업인 같은 엘리트들이 학연·지연 등으로 뭉쳐 권력 유지 기반을 만들고, 그 기반을 토대로 부패 행위를 통해 이익을 추구하는 형태라고 정의했다. 법을 만드는 의회, 법을 집행하는 행정부와 검·경 등 사정기관, 법 집행의 당부를 가리는 사법부 등이 카르텔로 연결돼 있어, 부패 척결은 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또 기업들이 국제화하고 규모가 커지면서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거기에다가 문재인 정부 들어 더욱 공고해진 좌파 우파라는 진영(陣營)논리까지 끼어들면 부패의 적발과 처벌, 척결 등은 더욱 어려워진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풍경이다.


부패 문제의 세계적인 석학이라고 하지만 존스턴 교수도 ‘내로남불’ ‘사기의 명수(名手), 김명수’ ‘왜 생겼나 공수처(公搜處)’와 같이 한국에서 생겨난 최근의 흐름까지는 모를 것이다.


토착비리와 엘리트 카르텔형 부패 등 결합비리의 모델인 성남 남판교 대장동 개발 비리를 살펴보자.


인·허가권을 갖고 있는 성남시(城南市)가 나서서 토지를 시세보다 싸게 강제 수용한 뒤 분양가 상한도 없이 팔아먹도록 하는 토지와 아파트 개발 사업에 뭔 위험이 있다고 “고(高) 위험, 고 수익(High Risk, High Return)”이라고 개 풀 뜯어 먹는 소리를 하는지, 기가 막힌다.


이재명 후보는 이 사건이 불거지자 자신이 “대장동 개발의 설계도를 그렸다”고 실토했다(9.14, 국회 기자회견).


이런 ‘땅 짚고 헤엄치기’를 한 사람이 좌파 정권 수영대회에서 금메달을 따고, 이런 사기극을 통해 ‘능력 있고 결단력 있는 시장·도지사’가 탄생하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거기에 법원과 검찰의 ‘큰 손’들이 거들고 있고, 성남시장은 집권당의 유력 대선 후보가 돼 있는데, 이 토착 부패 카르텔, 엘리트 카르텔을 누가 깬단 말인가?


문재인 대통령이 그런 카르텔을 깰 수 있을까? 그는 이런 부패 카르텔을 온존시켜 자기편을 먹여 살리기 위해 검찰을 먼저 깨버린 사람이다. 국가의 사정체계를 정교한 구상도 없이 마구 흩어버린 당사자다.


최서원 사건, 김학의 법무부차관 의혹, 버닝썬 사건, KT와 LG 등 대기업 입사 비리 등등 엘리트 카르텔이 공정과 정의를 망가뜨리는 수많은 사건은 대부분 시간을 끌다가 국민들의 강력한 요구에 굴복해 진상이 밝혀졌다. 권력이 한 게 아니다. 대장동 사건도 아마 그럴 것이다.


진상을 밝히려는 선한 시도들은 초동 단계에서 엘리트 카르텔의 눈에 보이지 않는 저항 때문에 대부분 실패로 끝난다. 그래서 부패가 끊이지 않기도 한다. 결국 엘리트 카르텔을 깨는 일은 국민들 손에 맡겨진다. 선거든 혁명이든, 그 방법도 국민이 선택한다.


ⓒ

글/강성주 전 포항MBC 사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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