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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발소가 된 어느 대법관 이야기


입력 2021.10.14 07:02 수정 2021.10.14 09:12        데스크 (desk@dailian.co.kr)

대법원은 어느 국가에서나 나침판 역할

대법관의 ‘대장동게이트’ 연루설에 충격

권순일 전 대법원 대법관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권순일 전 대법원 대법관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일반인들은 송사가 있어도 최종심인 대법원까지 잘 가지 않는다. 1심 재판도 버거운 서민들은 남과 다투는 일이 피곤하고 ‘덕(德)이 되지 않는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초 김명수 대법원장이 멀쩡한 얼굴로 후배 법관(임성근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에게 거짓말을 하다가 들켜, ‘사기(詐欺)의 명수’ ‘개인의 영달을 위해 사법부를 정치에 예속시킨 대법원장’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간혹 이런 대법원장이 있긴 해도 어느 나라에서나 대법원의 역할은 막중하다. 그 사회의 나침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법원을 구성하는 대법관은 중요하고 특별한 권위를 갖는다.


최근 세상을 소란하게 하는 ‘대장동(大庄洞) 게이트’에는 특이하게도 기초자치단체와 법조인들이 많이 등장하지만 게이트 구성에 필수였던 국회의원은 별로 없다. 부정을 기획한 세력들이 법적으로 보호받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필요 이상의 고위 법조인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 방패막이 고위 법조인 가운데 전직 대법관이 끼어있다. 그와 관련한 보도가 많다.


권순일 대법관은 퇴임(2020.9) 몇 달 뒤 대장동게이트 핵심 화천대유의 법률자문을 맡아, 한 달에 1500만원씩을 받았다.


퇴임 두 달 전 그는 이재명 전 성남시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벌금 300만원) 심리에 참여해(2020.7),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그는 집무실로 찾아온 ‘대장동게이트‘ 화천대유의 대주주인 김만배를 8차례나 만났다. 이에 김만배는 “이발하러” “자문을 받기위해 들렸다”고 해명했지만, 현직 대법관을 여러 차례 만난 사유로는 적절하지가 않다.


권순일 대법관은 5년 전(2015)애는 전북의 한 기초단체장이 선거과정에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벌금 500만원을 받고 상고하자, 원심을 그대로 확정해 시장 직에서 물러나게 했다. 이재명 후보 건과 사안이 같지는 않겠지만, 달라진 잣대를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야당은 권순일 전 대법관이 곽상도, 박영수 등과 함께 ‘50억원 클럽’에도 이름이 들어 있다고 폭로했다.


이런 보도들을 종합해 보면, 김만배는 이재명 후보의 정치적 명운이 걸린 대법원 판결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대장동 개발사업의 인허가권을 갖고 이미 수천억원을 안겨준 ‘분’으로부터 앞으로도 ‘인간 대접을 받으려면’ 은혜를 갚아야 했을 것이다. 주변의 법조인 고문들도 “우리는 못 가니까, 만나보면 좋지”라는 자문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잘 알듯이 미국 연방대법원은 대법원장과 8명의 대법관들로 구성돼있다. 대법관은 대통령의 지명으로 상원의 인준 절차(권고와 동의)를 거쳐 임명된다.


일단 직을 맡으면 종신(終身)이다. 그러나 단서가 있다. “선량한 행동을 하는 동안(during good behavior)” 직위를 유지한다는 규정(미국 헌법 3조)이다. 이 말은 ‘탄핵에 해당하는 중죄를 저지르지 않으면서’ 사임하거나 은퇴하지 않는 이상 종신으로 일한다는 뜻이다.


미국의 경우, 1789년 존 러틀리지가 첫 대법관직을 맡은 이후 연방 대법관은 아직 한 명도 탄핵으로 파면된 경우가 없다.


그러나 하급 연방법원 법관 가운데는 음주 상태에서의 재판, 소송당사자와 부적절한 사업상 관계 유지, 탈세, 성폭력 등의 비리로 15명이 소추당해 8명이 탄핵된 기록이 있다.


이웃 일본에서도 1948년부터 2017년까지 최고재판소가 아닌 하급 재판소 판사 9명이 탄핵 소추돼 7명이 파면됐다. 이들도 직무태만, 향응, 뇌물, 여직원 스토킹, 전철 내 성추행 등의 사유였다.


법관에 대한 탄핵 제도의 기원이 된 영국에서는 1806년 이후 탄핵 사례가 없고, 독일도 탄핵 사례가 없다.


없는 게 정상이고, 국민들도 그러길 기대한다.


지금 헌법재판소에서는 퇴임한 법관에 대한 탄핵심판이 진행되고 있다. 임성근 부장판사의 경우인데 그는 지난 2월 28일 퇴임했지만 그 얼마 전(2.4)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의결돼, 탄핵심판을 받고 있다.


“퇴임한 법관에 대한 탄핵은 실효가 없다”라는 주장에 대해 “임기만료라고 탄핵심판에서 제외한다면 임기 만료 직전에 생기는 고위 공직자의 불법행위는 어떻게 하느냐?”며 민주당이 탄핵 강행을 추진한 결과이다. 대법원장의 거짓말을 폭로한데 따른 ‘괘씸죄’를 추궁 당하는 하는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 집권 이후 나라의 여러 분야가 망가진 가운데 사법부에 까지 그 여파가 미치고 있다. 퇴임한 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 심판과 전임 대법관의 대장동게이트 연루 보도를 보면, 가슴이 답답하다. 많은 국민들이 그러할 것이다.


ⓒ

글/강성주 전 포항MBC 사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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