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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얼마?" "주량?" "부모님 직업?"…면접장서 이런 질문들, 처벌 못한다


입력 2021.10.24 06:17 수정 2021.10.22 21:13        김수민 기자 (sum@dailian.co.kr)

2019년 7월 개정된 '채용절차법'…직무수행과 무관한 개인정보 요구 못하게 돼 있지만 유명무실

전문가 "차별질문 입증하기 어렵고 면접 이후 부당행위 보고체계 없어 처벌 어려워"

"질문했다는 것 자체만으론 차별행위 발생했다 보지 않아…처벌규정·강제성 없어"

"면접 후 피해상황 신고나 제소절차 등 사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제도 필요"

면접 ⓒ게티이미지뱅크 면접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2019년 7월 개정된 '채용절차법'은 구직자에게 출신 지역·혼인 여부·재산·신체적 조건·외모 등 직무수행과 무관한 개인정보를 심사자료로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민간기업들의 실제 채용 과정에서는 여전히 불합리하고 불쾌한 질문들이 반복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면접장에서의 차별질문 입증이 쉽지 않고 처벌규정과 강제성 등이 없어 처벌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전문가들은 면접전형에 대한 사후 모니터링이 제도적으로 안착되고 강화돼야한다고 촉구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개정된 '채용 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채용절차법)이 시행된 2019년 7월 이후 이 법 위반으로 신고된 건수는 2019년 204건, 작년 357건, 올해 1∼8월 214건 등 모두 775건이다.


유형별로는 구직자의 키·체중 등 신체적 조건과 출신 지역·혼인 여부·재산 등 개인정보를 요구했다는 신고가 428건(55.2%)으로 가장 많았고, 거짓 채용 광고 129건(16.6%), 채용서류 반환 의무 위반 80건(10.3%), 채용 일정 등 고지 의무 위반 45건(5.8%) 등이 뒤를 이었다.


2년째 취업 준비를 하는 이모(26)씨는 "한 면접에서 '결혼할 생각이 있는지, 육아는 어떻게 해결할 건지, 여자들은 뽑으면 육아 때문에 같이 일하는 데 제약이 많던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의 질문을 받았다"며 "불쾌했지만 대답에 따라 합격 여부가 판가름 날까 봐 걱정돼 조심스럽게 대답했다"고 토로했다.


현재는 광화문의 한 직장에 재직 중인 김모(30)씨는 "취업준비생일때 한 회사의 서류전형 이력서에 부모님과 형제자매의 나이, 직업, 동거 여부를 적는 칸이 있었다"며 "그것이 직무수행과 어떤 상관이 있는지 의문이 들었고 부모님의 직업이 합격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닌지 의구심까지 들었다"고 털어놨다.


사기업 취업준비생 정모(27)씨는 "한 기업 입사 면접 때 '주량이 어떻게 되느냐?'란 질문을 받았는데 내가 지원한 직무는 술을 잘 마실 필요도 없고 설령 있다 하더라도 면접장에서 그런 질문을 왜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키에 대해 물으며 '예뻐서 일하기 편하겠다'는 말까지 들었다"며 "불쾌했지만 면접 결과에 영향이 있을까봐 걱정돼 그냥 넘겼다"고 덧붙였다.


면접 ⓒ게티이미지뱅크 면접 ⓒ게티이미지뱅크

전문가들은 기업의 채용과정에 있어 서류전형 뿐만 아니라 면접전형에 대해서도 사후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한다고 촉구했다. 최여울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채용절차법의 개인정보 요구 금지가 입사지원서 등 서류에만 적용되는 것인가 하는 논란과 관련해 "법률에 기초 항목이라는 표현이 있기 때문에 사실 면접 전형에도 개인정보 요구가 금지돼야 하는 게 맞는데 면접 전형에 대한 모니터링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노무사는 "요즘은 서류 전형보다는 면접 전형에서 이런 일들이 주로 발생하는데 면접장에 핸드폰도 못가지고 들어가게 해 신고 후 입증하는 데 한계가 있고, 면접 이후 부당 행위를 보고하는 구체적인 시스템도 없어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면접에 대해서도 사후적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영국 변호사는 "법을 위반하면 책임지도록 해야 법의 효력이 발생하는데 채용절차법은 개인 정보를 요구하는 것을 금지하긴 했지만 조항을 준수하게 하는 강제성이 없는 것이 문제"라면서 "과태료 조항이 있긴 하지만 실효성 있게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변호사는 "면접 후 피해 상황을 어디에 신고해야 하는지, 어떤 절차로 제소할지 등 구체적인 과정에 대한 홍보 또한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남표 노무사는 "공공기관 같은 경우에는 블라인드 채용을 하는 추세지만 민간 기업에서는 여전히 사회 통념상이란 이유로 상식적인 선을 지키지 않는 질문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현재 법률로는 이를 규제하기 어렵다"며 "채용 과정에서 개인적인 또는 차별적인 질문을 했다는 걸 입증해 낸다면 시정명령이 떨어질 수 있지만, 현재는 처벌 규정이 없고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질문을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는 차별 행위가 발생했다고 보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권 노무사는 "채용 절차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적용하거나 5인 미만 사업장에 노동법 적용을 확대시키는 것 등도 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김수민 기자 (su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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