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감염병예방법 위헌"이라는 민노총…위헌법률심판 가나?


입력 2021.10.22 05:42 수정 2021.10.21 21:41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양경수 위원장 "법 위헌성 다툴 것"…민노총 헌법소원 제기

법조계 "생명직결된 법 자체는 합헌…위헌법률심판까지는 안 갈 것"

"지자체에 방역기준 백지 위임은 위헌 가능성…명확한 기준 마련해야"

지난 8월 15일 오후 서울역에 도심 불법집회를 막기 위해 펜스가 설치돼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지난 8월 15일 오후 서울역에 도심 불법집회를 막기 위해 펜스가 설치돼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을 두고 위헌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법조계에선 '위드 코로나' 시대에 맞게 집회·결사의 자유 제한 등 기본권 침해 소지를 줄이는 입법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 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공소사실과 사실관계는 대부분 인정하면서도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양 위원장은 지난 7월 전국노동자대회를 포함해 5~7월 코로나19 방역지침을 위반하고 다수의 불법집회를 주도·참석한 혐의를 받는다.


양 위원장 측은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를 제외하고는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며 "감염병예방법에 대해서는 법령의 위헌성과 지자체 고시에 위법성에 대해 법률적으로 다툴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양 위원장 사건과 별개로 민주노총 측도 지난 6월 서울시가 고시를 통해 10인 이상 집회를 아무런 고려 없이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기본권 침해에 해당한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한 바 있다. 아울러 21일 서울시가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연 민주노총 주최자와 참가자들을 감염병예방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소한다고 밝히면서, 감염병예방법을 두고 시민단체와 정부 간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감염병예방법에서 가장 쟁점이 되는 조항은 49조다. 감염병예방법 49조 1항은 "질병관리청장,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하여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모든 조치를 하거나 그에 필요한 일부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자체가 방역 수칙 마련과 집행을 위임받고, 지자체 고시를 어기는 사람은 처벌받을 수 있는 구조다.


따라서 서울에서 벌어진 집회는 서울시 고시 기준에 따른다. 서울시 고시는 코로나19 확산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달라졌지만, 21일 기준 서울 전 지역에서 옥외집회와 시위는 여전히 불법이다.


7·3 불법집회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7·3 불법집회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런 가운데 감염병예방법이 실제 위헌법률심판으로 넘겨질지는 단정 짓기 어려운 분위기다. 위헌법률심판은 법원에서 재판 중인 구체적 사건에 적용될 법률이 위헌인지 문제가 될 때, 법원이 직권이나 소송당사자의 신청을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이를 제청하게 된다.


헌법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양 위원장이 법정에서 위헌 여부를 다퉈보겠다고 말했더라도 직접 위헌법률심판 신청서를 해당 재판부에 내지 않았다"며 "해당 재판부도 감염병예방법 자체가 위헌이라고 생각해야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는데,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법 자체는 재판부도 합헌으로 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도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 여부와 관련해 "아직 결정된 게 없다"며 "6월에 제기한 헌법소원을 기다려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헌법소원 심판에서 지자체에 방역 수칙 집행을 기준 없이 모두 일임한 조항 자체는 위헌 소지를 다퉈볼 여지도 있다고 짚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감염병 확산 상황을 모두 예견해 법률에 방역 수칙 기준을 넣을 수 없기 때문에 지자체장에게 어느정도 방역 수칙 기준과 집행 권한을 위임한 것은 합헌"이라면서도 "어떤 경우에 어느 정도 제한을 둘지 아무런 가이드라인 없이 모든 권한을 지자체에 넘겨 과도하게 집회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을 남긴 것은 위헌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차 교수는 "정부의 '위드 코로나' 기조로 방역 기준이 완화되는 상황에서 집회만 전면 금지된 상황은 국민이 납득하기 힘들다"며 "입법 개선을 통해 형평성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방역 집행 기준을 지자체에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백지 위임해 국민이 무슨 기준으로 집회가 제한되는지 모르는 게 문제"라며 "어떤 기준으로 집회가 제한되는지 국민도 예측될 수 있도록 최소한의 기준을 감염병예방법과 시행령 등에 넣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