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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디그라운드(80)] 춤 꽤나 추는 사람, 정현서


입력 2021.11.24 13:22 수정 2021.11.24 13:22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올해 데뷔 30주년

첫 솔로 싱글 '춤 꽤나 추는 사람들' 20일 발매

ⓒphoto_by_이현우 ⓒphoto_by_이현우

베이시스트이자 일렉트로닉 듀오 투명의 보컬인 정현서는 벌써 데뷔 30주년을 맞았다. 지난 20일 ‘정현서’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처음 나온 베이스 연주곡 ‘춤 꽤나 추는 사람들’은 그의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동료들이 발 벗고 나선 결과물이다.


‘춤 꽤나 추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에서 뭔가 대단한 춤을 춰야 할 것 같은 느낌이 있지만, 사실 이 곡은 ‘춤을 잘 추는 사람들’을 위한 곡이라기보다 모든 사람들에게 ‘춤판’이 되어주는 곡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음악을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몸을 맡기게 되고, 가사가 없는 빈곳을 리스너들의 몸짓과 각자의 이야기로 채우면서 비로소 완전해진다.


그렇다고 곡 자체가 ‘미완성’이라는 건 절대 아니다. 연주곡인 만큼, 사운드적으로 탄탄하고 풍성하게 만들어졌다. 기본적으로 정현서의 베이스가 중심을 잡고 기타와 키보드, 드럼이 그 주변을 채운다. 중심이 되는 베이스는 둥글게 에워싼 사람들 가운데에서 주목받고 있는 누군가를 떠올리게 한다. 쉽게 즐길 수 있지만, 동시에 듣는 이가 주인공이 되도록 하는 인상도 짙다.


-신보 ‘춤 꽤나 추는 사람들’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춤 꽤나 추는 사람들’은 베이스 연주곡이고요, ‘정현서’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처음 나온 싱글 음원입니다. 사실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어요. 올해 4월 친한 동료 뮤지션들이 급하게 불러내서 갔더니 그 자리가 ‘현.베.음.추’(현서 베이스 음반 추진 위원회) 발족식의 날 이라고 하더라고요. 하하. 베이스 기타를 치고 무대에 선 지 30년이 된 올해를 기준으로 음반을 내보자고요. 그렇게 시작하게 된 앨범입니다.


-베이시스트인 동시에 보컬이기도 하신데요. 첫 솔로곡을 연주곡으로 발매한 의도도 있나요?


‘현.베.음.추’ 멤버들이 원하는 건 단 한 가지였어요. ‘마음껏, 해보고 싶은 대로 다 해봐’라고요. 너무 고마운 마음을 두고, 오히려 이렇게 단순하지만 큰 그림이 저에겐 무척 혼돈스럽더라고요. 어떤 장르를 해야 하는지, 무엇을 보여줘야 하는지,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근사한 작품이어야 하는지…. 생각보다 이 혼돈의 시간이 길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문득 ‘그냥 좀 신나고 싶은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 날 단숨에 만들어 버린 베이스 연주곡입니다(웃음).


ⓒphoto_by_표기식 ⓒphoto_by_표기식

-곡의 여백을 대중(리스너들)이 채우는 듯한 느낌도 듭니다.


고마운 말씀입니다. 어려운 연주곡이 되긴 싫었어요. 음악이 흘러나오고 어느 샌가 몸이 흔들흔들, 둠칫둠칫 같이 호흡하기를!


-아무래도 가사가 없는 만큼, 사운드적인 면에는 더욱 심혈을 기울였던 것 같은데요.


너무 심각하게 연주곡에 대한 압박감을 느끼다가 툭 하고 흘러나온 곡이라 사실은 어떤 것 보다 ‘쉽게’ ‘명쾌하게’가 초점이 되었습니다. 곡의 처음 도입부부터 연습용 리듬머신에 베이스를 연결해서 즉흥적으로 친 모노 사운드인데요. 이걸 그대로 쓴 것도 어쩌면 그런 시도가 아닐까요?


-앨범을 만들어가는 과정도 궁금한데요.


하룻밤 후루룩 만들어버린 이 곡의 초안을 ‘현.베.음.추’에 먼저 들려주었어요. 그리고 곡을 완전하게 해 줄 프로듀서와 편곡가를 찾는다고 얘기를 했고요. 고맙게도 곡의 건반을 맡은 유승혜 씨가 선뜻 나서주셔서 이 때부터 곡이 완성 될 때 까지 전체의 그림을 같이 그려나갔어요. 아무래도 오랫동안 같이 연주해와서 그런지 제가 비우고 싶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을 정확하게 잘 아는 것도 참 신기하고 기분 좋은 일이었던 것 같아요. 드럼연주 부분에서도 그랬어요. 같이 세션도 많이 했던 김동률 씨에게 ‘지금 곡 하나 보낼테니 들어보고, 치고 싶은대로 쳐서 보내줄래’라고. 하하. 그렇게 뚝딱 친 드럼이 이번 곡의 그 멋진 드럼사운드입니다. 기타리스트도 세션을 많이 하시는 노경환 씨께 부탁했는데 그러고 보니 세션 연주자들의 앨범이기도 하네요(웃음). 다들 참 멋진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믹스의 중요성과 ‘믹스도 편곡이다‘를 음악으로 보여 주신 엔지니어 이숲 씨도 ‘춤 꽤나 추는 사람들’의 큰 한 부분이구요. 이렇게 사람들과 얽히고, 읽히고, 구르고, 노력하면서 늘 그렇게 음악적 영감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춤을 추게 만드는 사운드 때문에 녹음 당시에도 재미있는 일화들이 많이 있을 것 같아요.


사실 곡의 제목을 계속 정하지 못한 상태였어요. 가사가 없는 곡이라 조금 신중했다고나 할까….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곡은 처음 초안을 들려 줬을 때도, 기타를 녹음 하는 날도, 믹스를 하면서도, 마스터링이 나왔을 때도 모두 춤을 췄어요. 그래서 ‘현.베.음.추’ 멤버인 모호의 번뜩 떠오른 말에 모두가 눈을 반짝였지요.


‘춤 꽤나 추는 사람들!’


-정현서 씨는, 춤을 꽤나 추는 사람인가요?


저는 늘 추는 사람입니다. 하하. 사실 ‘춤 꽤나 추는 사람들’은 우리 모두이지 않을까요? 대단한 몸짓이 아니라도 음악이 함께라면 부드럽게 손짓만으로도 춤이 되니까요.


-대중들이 이 곡을 어떻게 즐겨줬으면 하는지.


그냥 쉽게! 그리고 이왕이면 크게! 틀어놓고 스트레칭이라도 하자고요(웃음).


ⓒphoto_by_표기식 ⓒphoto_by_표기식

-일렉트로닉 듀오 ‘투명’으로도 활동하고 계신데요. ‘투명’의 정현서와 솔로 정현서에는 어떤 차별점이 있을까요?


투명은 늘 새롭고 안 해본 것들을 시도하는 또 다른 통로인 것 같아요. 다음, 또 다음에 어떤 음악으로 나올지 저도 아직 모르는 그런 팀이죠. 그리고 퍼포먼스에도 많은 관심이 있어요. 솔로인 정현서는 비슷하지만 제일 다른 점은 아마 베이스를 기반으로 모든 곡을 이끌어 나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정현서 씨에게 데뷔 30주년은 어떤 의미인가요.


세션으로 무대에 선 게 벌써 30년 전이니까, 삶의 반 이상이 지나왔네요. 많은 일들에 신나고, 무너지고, 일어서고, 떨어지고, 그러면서 저를 조금씩 바로 바라보는 시절이 되어가고 있어요. 그 속에서 베이스를 놓지 않고 있는 것에 의미를 둔다면 너무 큰 의미일까요? 저에게 30년은 음악과 함께 별처럼 펼쳐져있는 사람들, 그리고 별자리 같은 관계들로 기억될 것 같아요. 아름답고 묘하죠.


-처음 음악을 시작했던 그때와 지금, 가장 달라진 점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그때는 어린 학생이라 집안의 반대가 너무 심했어요. 지금은 아무도 반대 하지 않죠. 하하. 그 외에는 음악을 그 때보다 아주 조금은 더 잘 안다는 것 정도요. 사실 어릴 때는 제가 천재인 줄 알았는데 완전 노력형이더라고요. 하하.


-30년 동안 꾸준히 지켜온 음악적 신념이 있다면?


‘베이스가 너무 좋다’는 말을 죽을 때까지 할 것 같아요. 동시에 이 것이 제 신념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모든 음악을 할 수 있고요. 제일 좋아했고, 그리고 제일 잘 할 수 있는걸 아직도 끊임없이 하고 있는 중이에요. 길은 멀고, 구체적이지도 않은 많은 일들이 그 길에 잔뜩 피어오르겠지만 두렵지는 않아요.


-앞으로 30년 후의 정현서 씨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30년 후면… 글쎄요. 원로 음악인이 되어서 후배들과도 잘 지내면 참 좋겠네요. 하하. 지금처럼 동료들과도 계속 뭔가 재미난 상상을 하고 있어도 좋겠고요.


-마지막으로, 얼마 남지 않은 올해의 계획은요?


12월에는 가수 시와 씨의 공연에 베이스 세션이 있고요, 가수 이주영 씨의 공연 세션도 잡혀 있습니다. 또 새롭게 들어가는 장편영화의 음악감독으로도 일을 하고 있을 것 같고요. 언제나 그렇듯 올해도 음악 하면서 한해를 마감할 듯 합니다(웃음).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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