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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 폭탄②] 도 넘은 의료 쇼핑…'방치된 미꾸라지'


입력 2021.12.30 07:00 수정 2021.12.29 11:03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1000만원 넘는 보험금 타간 76만명

보건당국의 적극적 개입 요구 확산

실손의료보험 가입자 중 보험금 청구 경험 비중.ⓒ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실손의료보험료가 계속 오를 수밖에 없는 배경에는 도 넘는 의료 쇼핑을 일삼는 이른바 방치된 미꾸라지가 있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실손보험을 들고도 보험금을 타지 않는 다수의 선량한 고객이 부담을 대신 짊어지는 형국이다.


과도한 고액 비급여 진료 실태를 개선하기 위해 보험업계와 금융당국은 물론 이제는 보건당국도 적극 개입에 나서야 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실손보험 가입자 중 62.4%는 보험금을 한 번도 청구하지 않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보험금을 한 번이라도 받은 경험이 있는 가입자는 37.6%였다.


반면 실손보험 가입자 중 2.2%는 1000만원이 넘는 보험금을 타간 고액 수령자였다. 인원으로 따지면 76만명 정도다. 5000만원 이상의 보험금을 받은 초고액 수령자도 9만명이나 됐다. 결과적으로 실손보험금을 받은 사람 중 상위 10%가 전체 보험금의 60% 가까이를 점유하고 있다는 계산이다.


이같은 보험금 편중은 실손보험에 힘입어 비정상적 의료 행위를 이어가는 소수의 불량 가입자 때문이다. 특히 보장 범위가 넓은 옛 실손보험을 유지하고 있는 고객들이 이 같은 모럴해저드의 중심이 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보험업계가 2009년 10월 이전 판매한 구(舊)실손보험은 자기부담금 없이 해외 치료비까지 보장할 정도로 보장 범위가 넓다. 반면 올해 새로 출시된 4세대 실손보험은 비급여치료를 특약으로 분리해 보험료 부담을 낮춘 대신 자기부담금을 30%까지 높였고, 받은 보험금에 따라 최고 3배까지 다음해 보험료가 할증된다.


◆도수치료만 수천만원 '천태만상'


실례로 5대 손해보험사에서 실손의료보험금을 가장 많이 타간 외래환자 5명 중 4명은 중증질환 치료가 아니라 도수치료에만 수천만원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5개 보험사의 실손보험 가입자 가운데 외래진료 실손보험금 수령액 상위 4명은 근골격계 만성통증 환자였다.


실손보험금 최다 수령자인 A씨는 사지의 통증을 이유로 252차례 병·의원 진료를 받았다. A씨에게 지난해 지급된 보험금은 비급여진료비를 중심으로 7419만7000원에 달했다. 보험금 수령액 2위인 B씨는 307회 진료를 받아 보험금 7416만1000원을 받았다. B씨는 고령으로 인한 만성 근골격계 통증을 호소했고, 의원급에서 도수치료를 집중적으로 받았다. 이밖에 C씨도 308회에 걸쳐 의원급에서 도수치료와 체외충격파치료를 받아 보험금 7158만1000원을 수령했다.


이런 고액 보험금 수령자는 모두 자기부담비율이 0~20%로 낮은 1세대 구실손보험이나 2세대 표준화실손보험 가입자들이란 설명이다.


문제는 이런 비급여진료의 이용량과 비용이 전적으로 의료기관 자율에 맡겨져 있다는 점이다. 5대 손보사가 지급한 비급여 재활·물리치료비는 2018년 2392억원에서 지난해 4717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난 실정이다.


보험업계에서는 이 같은 과잉 의료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보건당국의 노력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험사와 금융당국의 노력으로는 진료비 통제에 한계가 있는 만큼, 의료계를 컨트롤할 수 있는 보건당국이 보다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는 인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금 누수를 보험료 인상만으로 메우지 말고, 보건당국이 비급여 과잉 의료를 제한하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데 보다 진취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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