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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대출로 몰려드는 대기업…금리 인상 '역풍'


입력 2022.01.04 06:00 수정 2022.01.03 17:29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한 달 새 2조5000억↑ '연중 최대'

회사채 시장 한파…자금 수요 몰려

5대 은행 대기업 대출 잔액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5대 은행에서 나간 대기업 대출이 최근 한 달 동안에만 2조5000억원 불어나며 연중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인상으로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자 대안으로 은행 대출을 찾는 대기업이 눈에 띄게 늘어난 모습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앞으로 더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해지면서 대기업마저 자금 수혈에 차질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점점 커지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개 은행이 보유한 대기업 대출 잔액은 지난해 11월 말 총 84조2635억원으로 전월 말 대비 3.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액수로 따지면 2조5724억원 늘어난 규모로, 지난해 월간 기준 최대 증가폭이다.


은행별로 보면 특히 국민은행의 대기업 대출이 23조7723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12.6% 늘며 증가세를 주도했다. 우리은행 역시 16조5726억원으로, 농협은행도 13조7798억원으로 각각 1.1%와 0.9%씩 해당 금액이 늘었다. 반면 하나은행은 15조6918억원으로, 신한은행은 14조4470억원으로 각각 0.4%와 2.4%씩 대기업 대출이 줄었다.


◆한은 기준금리 인상에 긴장감


대기업 대출 수요가 확대된 배경에는 회사채 시장의 어려운 여건이 자리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일반적으로 대기업은 은행 대출보다 금리 조건이 더 유리한 직접 조달을 선호하는데, 최근 들어서는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의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회사채 발행 금액은 5조8000억원으로 전달보다 1조8000억원이나 감소했다. 특히 주로 대기업과 관련된 우량물인 AA등급과 A등급 회사채 발행액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2조원, 1조1000억원씩 줄었다.


이는 최근 시중 금리가 급격한 상승 곡선을 그리면서 회사채 발행 조건이 악화된 탓이다. 실제로 AA등급 3년물 회사채 금리는 같은 달 중 연 2.580%까지 치솟으며 3년 반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우기도 했다.


이는 한은이 제로금리 시대를 끝내고 본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에 나선 영향이 크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정례회의에서 기존 연 0.75%였던 기준금리를 1.00%로 0.25%p 올리기로 결정했다. 한은 기준금리는 2020년 3월 0%대로 떨어진 이후 지금까지 제로금리 수준을 유지해 왔다.


문제는 금리 인상 기조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국내 경제가 양호한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한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영향을 받기 전 수준까지 기준금리를 끌어 올릴 것이란 해석이다. 올해 상반기까지 최소 두 차례의 기준금리 인상이 있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통상 연말 결산이 가까워질수록 대기업은 재무 건전성 지표 관리를 위해 부채를 상환하는 게 보통인데, 최근처럼 11월 이후에 관련 대출이 늘어나는 건 다소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장 금리 급등으로 회사채 발행 조건이 악화하는 가운데 대기업의 금융권 차입이 일거에 쏠릴 경우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는 사례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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