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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2022] 잠재가치 줄어드는 한국, 노동·산업·재정 대전환 필요


입력 2022.01.06 07:02 수정 2022.01.04 15:22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출산율 저하·고령화율 증가 등 구조적 문제로

OECD, 2030년 한국 잠재성장률 0%대 전망

노동시장·산업구조·국가재정…총체적 개혁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8월 발표한 시기별 생산가능인구당 잠재성장률 구성요인 분해.ⓒ한국경제연구원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8월 발표한 시기별 생산가능인구당 잠재성장률 구성요인 분해.ⓒ한국경제연구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도 우리나라는 지난해 4% 가까운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예측된다. 아직 공식 집계 전이지만 최소 3% 후반에서 4% 초반이 될 것으로 보이는 데 이는 2020년 기저효과와 함께 ‘역대급’ 수출 실적에 힘입은 결과다.


문제는 코로나19 이후 잠재성장률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해 11월 ‘The Long Game: Fiscal Outlooks to 2060 Underline Need for Structural Reform(장기게임: 2060년까지 재정전망 구조개혁 필요성 강조)’이란 이름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2000년부터 2060년까지 세계 주요국의 장기 재정 전망을 담은 보고서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당 국내총생산(GDP) 잠재성장률은 2030~2060년 동안 연간 0.8% 수준에 그친다. OECD는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오는 2030년까지 연간 1.9%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후에는 0%대를 기록한다. 이는 추가적인 정책 대응 없이 현 상황이 유지된다고 가정할 때 나온 계산이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가 물가상승을 초래하지 않으면서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을 말한다. 해당 국가의 미래 경쟁력이자 현재 기초체력을 살펴볼 수 있는 지표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 1인당 잠재성장률은 OECD 상위권을 유지했다. 그런데 약 10년 후부터는 캐나다(0.8%)와 함께 38개국 가운데 공동 꼴찌가 예상된다.


낮은 잠재성장률은 선진국의 특징이다. 개발도상국과 비교했을 때 미래 성장력이 떨어지는 건 당연하다. 다만 그런 점을 고려해도 선진국 그룹 평균(1.0%)보다 낮은 수치는 우리 경제에 잠재적 위험이 깔려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이 꼽는 우리나라 잠재성장률 하락 주요 원인은 인구구조 변화다. 특히 심각한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다른 나라보다 더 큰 하락 요인으로 지적된다. 인구 감소로 내수시장은 쪼그라들고, 규제·노동 등에 대한 구조개혁은 미뤄지면서 기업 활동이 둔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잠재성장률은 총요소 생산성과 노동 투입, 자본 투입 기여도 등의 작용이라는 점에서 인구 감소는 상당한 위험일 수밖에 없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우리나라 가임여성 1인당 평균 출산율은 0.837명에 그친다. 2017년 1.05명을 끝으로 1명 아래로 떨어지더니 계속 하락하고 있다. 반면 현재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815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5.7%가 넘는다.


실제 인구 감소는 지난해 이미 시작됐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장래인구추계:2020~2070’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총인구는 5175만명(예측)으로 1년 전 5184만명보다 9만명 감소될 것으로 보인다. 2년 전 장래인구추계 때 예측했던 인구감소 시점이 8년이나 앞당겨진 결과다.


이러한 인구 감소는 자연스레 내수시장 위축으로 이어진다. 경제력 대비 가뜩이나 작은 내수시장이 계속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인구 감소는 내수시장 위축과 함께 노동력 부족으로 이어진다. 노동력 부족은 기업 생산력 감소 요인이다.


영국 경제분석기관인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앞으로 한국은 생산성 개선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높지만 생산가능인구 감소를 상쇄할 정도는 되지 못할 것”이라며 “국제연합(UN)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생산가능인구는 이미 정점을 찍었고 2020년대 후반까지 매년 0.5%씩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른바 혁신과 개혁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한다. 노동과 자본, 산업 구조의 전반적인 개혁이다. 이는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필연적 과정이기도 하다.


OECD는 보고서에서 “은퇴 나이를 높이는 등 고용률을 높이기 위한 노동시장 개혁이 미래 재정 부담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고 제언했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도 지난해 ‘상장률 제고를 위한 전략과 비전’ 보고서를 통해 제도적 측면의 성장 전략 한계와 환경적 측면 노동시장 경직성, 기술 혁신성 둔화를 잠재성장률 하락 원인으로 지목하고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경연은 “기저효과와 수출 호조에 따른 착시효과가 경제 현실을 일시적으로 가리고 있지만 실상은 지속성장과 도태의 갈림길에 선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과감한 구조개혁과 규제 철폐를 통해 공급 부문의 생산성을 증대해 경제 화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또한 “앞으로 성장을 끌고 나갈 수 있는 신성장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기업 투자 여건을 개선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동시장을 개혁해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진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줄일 방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신생 기업을 위해 진입 장벽을 낮추고 혁신을 촉진하면서 노동시장 경직성을 해소하는 작업이 한국에 여전한 과제로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재정 정책도 개혁 대상이다. 저출산·고령화로 세금을 낼 사람은 줄어드는 반면 복지 수혜 대상은 계속 늘어나기 때문이다.


박형수 K-정책플랫폼 원장(전 조세재정연구원장)은 “위기 극복 이후 재정이 정상화됐던 과거와는 달리, 이번에는 코로나19 종식 후에도 만성적인 재정 악화에 시달릴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재정 건정성 훼손을 방어하기 위해 재정적자와 국가채무한도를 법으로 규정하는 재정준칙을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원식 건국대학교 교수(전 재정학회장) 또한 "우리나라는 인구 감소에도 교육·복지 예산이 증가하는 등 재정지출의 비효율성이 커지고 있다"며 "정부가 재정위기 대응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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