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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수 캐스터의 헤드셋] ‘실망 잊고’ KBO리그 다시 한 번 믿어봅니다!


입력 2022.01.16 17:20 수정 2022.01.16 17:22        데스크 (desk@dailian.co.kr)

잠실야구장 ⓒ 뉴시스 잠실야구장 ⓒ 뉴시스

“모두들 고생 많았습니다!! 어려운 시기였지만 덕분에 무사히 보낼 수 있었어요. 새해에도 의기투합해서 우리 모두 신나게 달려봅시다. 위하여!!!!”


여느 해 같았더라면 연말에 흔히 나누는 격려의 덕담이자 소소한 연말 모임의 풍경이지만 그마저도 코로나19로 인해 더더욱 아쉬운 시간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지금은 모든 상황이 우울하고 어둡지만 어김없이 새로운 해가 찾아왔습니다. 힘겹고 암울하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 시대 속에 살고 있지만 그래도 살아내야 하고, 희망을 말해야하기에 크게 호흡을 가다듬어 봅니다.


새로운 챔피언이 탄생하고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낸 KBO리그 2021시즌을 뒤로하고, 뜨거운 스토브리그가 열리자마자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오는 억 소리 나는 ‘쩐의 전쟁’과 예상치 못했던 이적, 기대와 아쉬움이 교차하며 새로운 2022시즌을 이야기하는 요즘. 몸이 들썩거리고 개막 카운트다운을 하는 모습을 보면 우리 모두는 영락없는 야구 중증환자입니다.


“내가 일하는 분야도 FA가 있으면 좋겠다!”고 한 번쯤은 그려봤을 상상. 지금까지 보여준 내 결과물에 대한 평가를 받고, 향후 나에 대한, 실력에 대한 가치평가를 받는 일. 그 안에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 바로 믿음입니다. 내가 상대를 믿고, 상대 또한 나를 믿어주는 일이야 말로 살아가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물론 믿음 이상의 결과를 보여주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믿음을 무참히 깨버리는 선수도 있습니다.


얼마 전 고인이 되신 청보 핀토스 감독을 역임한 강태정 감독께서 중계방송 중 기가 막힌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감독이란 자리는 선수를 믿고, 믿고, 믿고..속고, 속고, 또 속는 직업입니다”. 지도자 기대에 충분히 만족스러운 선수는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죠. 감독뿐이겠습니까. 팬들도 선수를 믿고 속고, 아마도 같은 마음이겠죠. 거액의 FA 계약을 맺은 선수들은 이제부터 그 믿음에 보답해야 합니다.


스포츠 분야는 아니지만 우리 주변에는 신기할 정도로 굳건한 믿음의 관계를 보여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2003년 살인의 추억, 2006년 괴물, 2013년 설국열차, 2019년 칸 영화제 황금 종려상과 2020년 아카데미상 수상이라는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 만들어낸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 봉 감독은 이렇게 말합니다. "송강호는 고갈되지 않는 다이아몬드 광산“ ”모든 순간에 생명력과 날것의 느낌을 부여할 줄 아는 능력이 있다“ 무한신뢰를 보이는 감독에게 그에 합당한 연기를 보여주는 그들의 믿음.


작곡가 故 이영훈은 가수 이문세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그의 노래에는 상업적 고급성이 아닌 문화적 고급성이 있어요. 어떤 가사와 멜로디를 써 줘도 이해하기 쉽게 들려줍니다”. 가수 이문세는 작곡가 故. 이영훈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여리고 섬세하면서도 다분히 여성 취향적인 감성의 소유자입니다. 특히 시적인 언어감각은 당대 최고입니다. 작곡가 이영훈이 없었다면 이문세도 없었을 겁니다”.


영혼의 짝이 만들어낸 “난 아직 모르잖아요, 사랑이 지나가면, 휘파람, 광화문 연가, 시를 위한 시, 그녀의 웃음소리뿐, 사랑이 지나가면, 이별 이야기 등. 적어도 1000만장 이상의 앨범을 판매하며 가요계 최고의 파트너였던 두 사람. 그들이 보여준 무한 신뢰. 만약 전생이 있다면 이 둘은 또 어떤 관계였을까요??


“유재석과 좀 친해져봐야지”라는 마음으로 시작하며 13년간 563회의 방송으로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던 무한도전의 김태호PD. 프로그램 종영을 앞두고 “유재석 없이는 무한도전이 여기까지 올 수 없었으며 프로그램이 모두 끝나면 유재석도 가장 큰 허전함을 느끼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무한애정을 보여줬습니다.


유재석 없는 김태호, 김태호 없는 유재석을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둘의 케미는 주말 안방에 큰 웃음을 주기에 충분했으며 ‘M본부’를 떠나는 김태호에게 유재석은 “새로운 결정을 한 만큼 늘 응원하고 승승장구하기 바란다며 진심으로 고마웠다”며 그의 앞길에 감사와 응원을 잊지 않았습니다. 만약 전생이 있다면 이 둘은 어떤 관계였을까요??


나를 한 없이 믿어주고 지원해주는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기적입니다.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없던 능력도 생길 수 있으며 있던 능력도 사라지게 됩니다.


나성범(오른쪽). ⓒ KIA 타이거즈 나성범(오른쪽). ⓒ KIA 타이거즈

이제 곧 프로야구도 새로운 시즌이 시작됩니다. 선수들은 지도자의 믿음에 보답해야 합니다. 야구관계자, 구단과 선수들은 팬들의 믿음에 화답해야 하며 그에 따른 결과물을 내어 놓아야 합니다. 믿어 달라 말만 하지 말고 실제로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간 많은 사건 사고 속에서 팬들은 믿음을 져버린 일부 구단과 선수, 야구 관계자와 집행부에게 크게 실망을 했습니다. 다시는 야구를 보지 않겠노라 다짐했지만 다시 돌아와 믿음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렇게 믿음을 보여준 것이 지난 1982년부터입니다.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며 가볍게 여길만한 세월이 아닙니다. 혹시나 했지만 KBO리그는 2021시즌에도 팬들은 야구에게 크게 속았습니다.


사람이 살다보면 크고 작은 일들을 마주하게 되지만 이해할 수 있는 일이 있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있습니다. 분통 터지는 2021시즌이었습니다. 하지만 2022시즌 다시 믿어보려 합니다. 믿음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는 모르겠으나 또 믿어보겠습니다. 가족도 믿지 말라는 코로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불신이 당연한 시대에 살고 있는 겁니다. 지금까지 당신들에게 참 많이 속았지만 다시 믿어보기로 마음을 먹은 우리들의 결정이 잘못되지 않았음을 보여주기 바랍니다.


너무 큰 부담을 주는 것 아니냐구요? 아니요 절대 아닙니다. 여러분 모두는 팬들의 사랑과 관심으로 살아가는 프로페셔널이니까요. 반드시 그래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들이니까요. “역시 우리들 믿음에 보답하는군. 덕분에 참 즐거웠어!!” 2022시즌이 끝나고 이런 이야기를 나누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

글/임용수 캐스터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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