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선관위 상임위원, 원칙대로 선출해야


입력 2022.01.24 07:16 수정 2022.01.22 21:34        데스크 (desk@dailian.co.kr)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9년 1월 24일 청와대 접견실에서 조해주 신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9년 1월 24일 청와대 접견실에서 조해주 신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뉴시스

이번 대선에서는 과거에 볼 수 없었던 별별 일들이 다 벌어지고 있다. 중앙선관위 위원 구성을 둘러싼 논란도 그 중의 하나다. 선거과정에서 굳건히 중립을 지키며 심판자로서 역할해야 될 선관위를 둘러싼 여러 부정적인 보도를 접하면서 선관위 가족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중앙선관위의 의사결정기구인 위원회의는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그 중 3명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3명은 대법원장이 지명하며, 3명은 국회에서 선출한다. ‘선거관리위원회법’에서 위원장은 위원회 사무를 통할하고, 상임위원은 위원회에 상근하며 ‘위원장을 보좌하고 그 명을 받아 소속 사무처의 사무를 감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위원장이 사고가 있을 때에는 그 직무를 대행’하도록 하였다. 위원장에 버금가는 직위다. 이에 비해 다른 7명의 일반위원들은 비상근으로 주로 위원회의에만 출석해 의사결정에 참여한다.


위원장과 상임위원은 위원회의에서 호선하는데, 위원장은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대법관이, 상임위원은 대통령이 상임위원으로 내정해 임명하는 위원을 선출하는 것이 관례다. 이는 과거 어느 정권에서도 어긴 적 없다. 그래서 위원장이 될 대법관인 위원이나 상임위원이 될 위원의 국회 청문회에서는 다른 일반위원보다 까다롭고 철저한 검증이 이뤄지게 마련이다.


최근 한 언론보도에 의하면 24일 임기가 만료되는 조해주 상임위원의 후임으로 대통령이 임명한 기존의 일반위원 두 명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고 한다. 앞에서 기술했듯이 상임위원은 위원회의에서 호선하게 되어 있으므로 기존 위원 중에서 선출하더라도 법에 위반되는 것은 아니다. 거론되는 두 위원의 자질과 능력 또한 훌륭하리라 믿는다. 하지만 일반위원을 상임위원으로 선출하는 것은 적법성이나 적격성 여부를 떠나 원칙으로 굳어진 관례를 깨는 일이다. 이는 아주 위험한 선례가 되어 경우에 따라서는 선관위를 흔드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일반위원으로 청문회를 거친 사람을 상임위원으로 호선하는 것이므로 국회를 기망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더구나 국민의 힘 추천 선관위원에 대한 의결을 민주당이 거부하고 있어 지금 선관위는 유력 대선후보를 낸 제1 야당 추천 선관위원이 없는 비정상적인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최대 7명 또는 그 이하의 위원들이 모여 변칙적으로 상임위원을 호선하는 것은 정당성도 취약하거니와 선관위의 가장 중요한 가치인 공정성‧중립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기 십상이다. 의결을 주도하게 될 위원장과 그에 참여한 위원들도 비판을 면치 못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청와대가 오롯이 그 정치적 부담을 지게 될 것이 뻔하다. 공연한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잖아도 최근 청와대는 몇 건의 사건으로 선거중립성에 대해 의심을 받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가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의 권한과 관련된 자료를 요구하고 상임위원의 권한이 축소된 경위를 알아본 것이 보도되면서 ‘청와대가 선관위 내부 규정을 고쳐 대선에 개입하려 한다’는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또한 사실여부를 떠나 ‘정치 편향 논란’의 중심에 섰던 조 상임위원의 사표를 반려함으로써 비상임 일반위원으로 3년을 더 재임할 수 있게 했다는 여론의 지탄을 받고, 야당으로부터 ‘임기 말의 꼼수·알박기’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 두 사례 모두 법에 위반된 것도 아니고 청와대의 해명대로 정치적 의도가 없었을지 모르지만, 야당이나 일반 국민들이 보기에 청와대의 선거중립성을 의심할 만한 사건들이라 할 것이다.


대선을 목전에 두고 있어 정치권이나 국민 모두 매우 민감하다. 지금은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속담을 되새길 때다. 선거의 심판자인 선관위의 공정성·중립성이 의심받는다면 선거결과에 대해 불복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정치적 논란이 야기될 것이 뻔 한 편법이 아니라, 좀 늦더라도 전례에 따라 원칙대로 상임위원을 선출하는 것이 공정성·중립성 시비를 차단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청와대는 여야로부터 비토 당하지 않을 후임 상임위원 후보자를 물색해 추천하고, 야당은 청문회에 적극 협조해 후임 상임위원을 속히 선출해야 할 것이다. 야당이 공연히 트집 잡으며 청문회를 방해할지 모른다고 우려된다면, 그 부분은 국민의 판단에 맡기면 된다. 나아가 야당 추천 선관위원 문제도 조속히 해결해 중앙선관위가 9인의 완전체로 대선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해주길 촉구한다.


ⓒ

글/이기선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1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