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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외식업계, 중대재해처벌법 작심 비판…“기준 모호하고 처벌은 과도”


입력 2022.01.25 07:01 수정 2022.01.24 21:16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고의·중과실 없는 사고도 형사처벌 받는 점은 불합리

식중독 등 사고 발생 시 과실 따지기 어려워

서울 중구 명동거리의 한 음식점에 영업종료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뉴시스

안전조치를 소홀히 해 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 처벌을 강화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식품·외식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모호한 법 내용과 과도한 처벌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오는 27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산업재해에 대한 처벌이 지나치게 낮은 데다, 안전한 작업 환경 구축되지 못해 각종 산재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 주요 배경이 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보건체계를 갖추지 않아 1명 이상이 숨지거나 같은 사고로 중상자 2명 이상, 유해요인 급성중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업성 질환자가 1년에 3명 이상 생기면 안전보건 체계 구축 여부를 따져 처벌토록 하고 있다.


사망 사고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 부상이나 직업성 질병의 경우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 처분을 받는다. 동시에 법인에 대해서도 10억원 또는 50억원 이하의 벌금이 내려진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가게에 폐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뉴시스

식품기업들은 각 지역 공장을 중심으로 선제적 대처에 나섰다. 이 법안에 따르면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재해방지대책 수립, 행정기관 시정명령 사항 이행 계획 수립, 현행법상 의무로 규정된 안전보건관리사항 이행 계획 수립 등을 실천해야 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고위험산업군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지키기 어려운 법이라며 보완 요구의 목소리를 높다. 특히 이렇게 많은 항목을 준비하는데 참고할 만한 ‘표준’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 가장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안전장비 착용이 법적으로 의무화된 사업장인데도 작업자들이 장비를 착용하지 않고 있다면 그 원인을 파악해 조치하라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안전장비를 구입할 예산이 없다면 예산을 마련하고 장비가 일하는데 장애가 된다면 공정을 개선하라는 식이다.


이 때문에 식품 기업들은 “각종 대책을 마련해놔도 사고가 나면 결국 처벌받지 않겠느냐”고 걱정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처벌대상과 중대재해처벌법상 처벌대상이 다를 경우 이중처벌을 받을 수도 있어 더욱 문제라는 반응이다.


특히 산재예방의 의무와 과도한 책임을 경영자에게만 묻고, 종사자 과실로 발생한 재해도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가장 크다. 과도한 형사처벌 규정도 문제지만 고의·중과실이 없는 사고까지 경영자가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당사 근로자 외에도 특수형태 근로종사자 등을 전부 포함하게 돼 있어, 책임부과 범위가 과도하다”며 “중대재해 발생시 면책조항 및 감면조항이 없어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의 부담이 가중된다”고 토로했다.


이어 “안전관련 추가 인원 채용 등 기존 보다 재정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며 “정부 차원의 지원은 컨설팅 정도에 불과한데, 이 마저도 대기가 밀려 언제 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인 상태”라고 덧붙였다.


서울 중구 명동 내 한 식당에 코로나19로 인한 영업종료 안내문이 붙어있다.ⓒ뉴시스

외식업계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중대재해법에 따르면 식당에서 식중독 등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사업주는 ‘중대시민재해’로 인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법안에 따르면 한식·중식 등 다양한 음식점, 구내식당 및 제과점, 피자, 햄버거 판매점인 간이음식점 등이 모두 포함된다. 가장 많은 사고 비중을 차지하는 이륜차 배달 교통사고 점검 항목 외에도 배기 후드, 식품 가공용 기계 등에 대한 항목도 들어 있다.


다만 여야가 음식점 등 다중이용업소의 경우 바닥 면적이 1000㎡ 미만이면 법 적용을 제외하기로 합의하면서 규모가 작은 소형 음식점은 법 적용을 피할 수 있게 됐다.


그럼에도 대형식당을 중심으로 불안감이 높은 상황이다. 중대시민재해는 적용 범위가 명확하게 나와 있지 않아서다. 특히 '특정 원료 또는 제조물 결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중대시민재해는 근로자 수와 상관없이 사업자가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해석도 발목을 잡는다.


식중독 등 사고 발생 시 소비자의 보관 상 과실의 경우에도 이를 입증하지 못하면 점주가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배달과 포장 수요가 급증하는 만큼 사고 발생 시 누구의 과실인지 따지기 어렵다는 점도 우려를 높이는 대목이다.


이에 외식업계에서는 소비자의 건강과 직결되는 만큼 위생 안전에 대한 중요성은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법안 내 일부 독소조항은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호진 프랜차이즈산업협회 사무총장은 “기존에 식품위생법이라든지 산업안전보건법 등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형사처벌까지 한다고 하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최근 근로기준법 등을 비롯해 갈수록 외식업계를 향한 시행법이 많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식중독의 경우 유통과정에서의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고 다양한데, 책임소재에 따른 문제점이 다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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