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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2000억 급식전쟁 ‘본격화’…구내식당 사수 움직임 ‘활발’


입력 2022.01.28 07:32 수정 2022.01.27 15:46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공정위, 지난해 4월 경쟁입찰 전환 선포

식자재·급식업계, 역효과 우려…“중견업체만 수혜”

중소업체, 현실성 떨어져…“진입장벽 대폭 낮춰야”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프레시웨이 본사 그린테리아에서 임직원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CJ프레시웨이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프레시웨이 본사 그린테리아에서 임직원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CJ프레시웨이

올해를 기점으로 구내식당 단체급식이 경쟁 입찰로 본격 전환되는 가운데, 식자재·급식업계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기존에 독점해 오던 급식 사업장을 이제는 타 업체에 내줘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 급식 기업들은 새로운 먹거리 확보 가능성은 열렸지만, 다양한 리스크와 손해를 감수하면서 까지 외부에 일감을 개방해야만 한다는 점 때문에 썩 반갑지 않은 분위기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공정위와 8개 대기업 집단은 계열사 등에 몰아주던 구내식당 일감을 전격 개방하기로 약속했다. 그간 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중이 높아 ‘부당한 일감몰아주기’ 지적을 받아온 것이 주요 배경이 됐다.


이에 따라 올해 계약이 만료되는 사업장을 중심으로 순차적인 경쟁입찰 방식이 도입된다. 공정위는 참여 기업집단과 협력해 정기적으로 개방 내역을 공개할 방침이다. 공정위는 1조2000억원 규모의 급식 물량이 시장에 풀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단체 급식 사업은 삼성웰스토리를 비롯한 아워홈과 현대그린푸드, CJ프레시웨이, 신세계푸드 등이 전체 4조3000억원의 급식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 상위 5개 기업의 매출이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달한다.


이들 대부분은 대기업집단 계열사 또는 친족기업과 수의계약을 통해 안정적으로 일감을 확보해 왔다. 사업 초기에는 직원 복지 등을 위한 비영리적인 성격이 강했지만 1990년대 위탁 급식 도입 이후 대형화를 통한 몸집 불리기를 지속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이후 셈법이 복잡해졌다. 시장이 개방에 기회가 확대되는 장점은 생겼지만 일감을 따내기 위한 업체간 출혈 경쟁이 발생할 수도 있어서다. 한 기업에서 담당하던 사업을 둘로 쪼갤경우 효율성이 떨어져 급식 단가가 올라갈 수도 있다는 점도 고민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식수가 줄면 매출이 떨어지고 실적이 악화되는 것은 당연하다”며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위해 해외 진출과 HMR 사업 확대 등 다른 수익원 발굴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본업이 단체 급식이기 때문에 한계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이들 5개 기업은 전문성 강화와 신사업 발굴에 역량을 모으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통해 수익성 제고에 힘쓴다는 방침이다. 푸드테크, HMR강화, 키즈 및 시니어 사업확대 등 미래를 위한 기업별 차별 전략도 제각각이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프레시웨이 본사 그린테리아에서 임직원들이 배식을 받고 있다.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CJ프레시웨이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프레시웨이 본사 그린테리아에서 임직원들이 배식을 받고 있다.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CJ프레시웨이

반면 중견 기업들은 일감 개방으로 수혜를 입으면서 본격적인 사업 확대 기회로 바라보고 있다. 업계에선 30년 이상의 업력과 함께 대형 사업장 운영 경험을 갖고 있으면서도 중견기업으로 분류된 풀무원푸드앤컬처가 가장 많은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풀무원푸드앤컬처는 주요 사업장 경쟁입찰에서 계약을 따내며 본격적인 외연 확장에 나섰다. 풀무원은 지난해 6월 삼성그룹이 진행한 외부 급식업체 경쟁입찰 5건 가운데 3곳의 운영권을 확보한 바 있기도 하다.


익명을 요구한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올해 입찰 경쟁이 본격화 되더라도 당초 정부가 육성코자 했던 중소 급식업체들은 정작 입찰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참여조차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며 “중견기업이 본격 혜택을 본게되는 시기라고 보는게 맞다”고 말했다.


이를 바라보는 중소 업체들의 반응도 씁쓸하기만 하다. 높은 진입장벽으로 입찰에 참여할 기회 조차 없다는 이유에서다. 관계자에 따르면 대규모 경쟁입찰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매출 규모부터, 뒷받침 돼야 할 조항이 수두룩하다.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중소업체 관계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입찰 자격은 열어줬지만 실질적으로 다양한 조건부를 달아 자격미달에 속해 입찰에 참여조차 할 수 없는 구조다”며 “올해 입찰 경쟁이 본격화 되더라도 대기업이 일감을 주고 받거나 중견기업이 이득을 볼 것으로 보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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