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생살기' 챌린지 인기
"삶 속의 균형을 잘 찾기 위한 시도"
의류 브랜드 베테제 크리에이터 방비홍(31)씨는 아침 7시에 5분에서 10분 정도 동기부여 영상을 시청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간단한 세안 후 중랑천을 걷고 용마산에 오른다. 걸을 때는 주위를 둘러보며 자연을 느끼고 등산 할 때는 명사들의 강의를 듣는다. 그리고 10시에 출근을 해 본업을 시작한다. 7시 퇴근 후에는 또 다른 직업인 요식업 일을 돕는다. 집에 돌아와서는 관심분야나 자아실현에 도움이 될 만한 영상을 시청한 후 잠이 든다.
ⓒ일반인 피트니스 대회·바디 프로필에 도전한 방비홍 씨
의류 브랜드에 종사하다 보니 트렌드에 민감해야 하는 방 씨가 실행 중인 '갓생살기' 챌린지다. 웰빙(well-being), 워라벨(Work-life balance), 욜로(Yolo), 플렉스(flax) 등 한때 유행이었던 것들 모두 경험해 봤다. 플렉스 문화를 느껴보고자 할 때는 마음 한구석에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었지만 지금의 ‘갓생살기’는 내면을 돌보는 일이 주된 목표다 보니 자신에게 더 도움이 된다고 느낀다. 지난해에는 일반인 피트니스 대회에 참가하고 바디 프로필 촬영도 도전했다. 방 씨는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나를 돌볼 수 있고 외부의 새로운 에너지를 받으려고 하는 행동들이 조금씩 쌓여 내 삶을 풍성하게 해주는 기분이다"라고 '갓생살기' 챌린지를 하며 느낀 점을 전했다.
방비홍 씨가 실행하고 있는 '갓생살기'는 현재 MZ 세대 사이에서는 챌린지를 타고 유행 중이다. '갓생'은 신을 뜻하는 'god'과 인생을 뜻하는 '생'(生)이 결합된 신조어다. '신의 삶'이라는 말을 뜻하고 있어 언뜻 신처럼 완벽한 일상을 살아내는 것으로 비칠 수 있지만, 부지런하고 타의 모범이 되는 계획적인 삶을 뜻한다. 현대 사회에서 매일 경쟁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요즘 세대들에게 '부지런하고 타의 모범이 되는' 일상을 살아간다는 건, '신의 삶'처럼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갓생'에 대단한 목표나 준비는 필요하지 않다. 하루의 시간을 쪼개 소소한 목표를 세워 이를 착실히 실행한다. 예를 들면 미라클 모닝(아침 일찍 일어나기), 이부자리 개기, 영양제 챙겨 먹기, 책 10 페이지 읽기, 경제 신문 읽기, 명상하기, 할 일 정리하기, 퇴근 후 15분 동안 청소하기, 일기 쓰기 등이다. 작고 소소한 목표처럼 보여도 내면을 단단히 가꿀 수 있는 일들이다.
그리고 실행한 것들을 유튜브나 SNS를 통해 공유하며 '갓생살기'를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과 의견을 주고받고 응원을 한다. 또 망설이고 있는 이들에게 동기를 부여한다. 유튜브에 ‘갓생살기’를 검색하면 수많은 영상을 찾아볼 수 있다.
플로리다 마음연구소 김소울 대표는 "미술치료에 참여하는 내담자들과 일주일간의 과제를 함께 설정하는 과정에서도 MZ 세대는 구체적이고 리스트업이 가능한 체크리스트 형식의 과제를 선호하고 있다. 과거에는 내담자들이 바쁜 일상 때문에 주어진 과제를 해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의 젊은 내담자층은 자신의 힐링을 위해 주어진 과제를 우선시한다"라고 전했다. 주변이나 환경보다 '나'를 더 우선시하고 스스로에게 집중하려는 움직임은 과거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마음을 돌보는 일의 중요성도 강조하는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자기계발 열풍은 과거부터 존재했다. 새벽에 외국어 학원을 다니고, 독서 모임을 나가고, 재테크 공부를 하는 등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노력은 현대인들의 영원한 관심사다. 하지만 '갓생살기'는 스펙이나 자산 관리를 정조준했던 것과 달리 '나'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에 조금 더 초점이 맞춰져있다. 이에 목표가 거창하지 않고 소박한 것이다. 이들에게는 목표도 중요하지만 이를 이룬 뒤 느끼는 개인의 만족, 성취감이나 보상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자신감과 삶에 대한 애착으로 연결된다.
공부를 해서 원하는 대학에 가고 좋은 회사에 가도 인생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여기에 코로나19의 발발로 '갓생살기'는 조금 더 확산됐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바이러스의 등장에 현재는 더욱 어두워지고 미래는 더 불안해졌지만, MZ 세대들은 무력감과 절망에 빠지기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면서 자신을 지켜나가고 있는 것이다.
김소울 대표는 "하나의 사회적 흐름이나 교육이 절정에 닿으면, 마치 부작용처럼 정반대의 흐름이 등장했다. 과거에는 끊임없이 성취해야 하고 미래 목표 지향적인 사회적 분위기의 흐름에서 전혀 반대의 현재의 내가 행복한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욜로가 등장했었다. '갓살생기‘는 두 가지의 흐름 속에 중간의 균형을 찾으려는 흐름의 하나로 볼 수도 있다. 나를 없애고 태우면서까지 추구해야 하는 가치도 없다는 것을 알았지만, 오로지 나의 행복과 즐거움을 위한 삶을 추구하는 것의 가치도 시들해진 지금, 두 가지의 중요성을 모두 경험한 세대가 스스로를 잘 채우면서도 삶 속의 균형을 잘 찾기 위한 시도나 흐름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라고 '갓생살기' 유행의 원인을 분석했다.
심리 상담 센터 메리킹 강륜아 대표는 "세대의 어려운 부분들을 극복하고자 하는 누군가의 노력의 시작이 트렌드가 돼버리는 것 같다. 자신의 개성을 살리려는 근본적으로 나름대로의 세련된 생존방식인 셈이다. 과거와 달리 학력이 높아진 사회는 의식주를 넘어선 것을 목표로 한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이 바탕에 깔려 있다. 이에 대한 심리적 근거로는 매슬로우의 인간 욕구 5단계 중 기본 욕구가 충족되니, 자아실현의 욕구의 인원이 많아진다는 것을 뜻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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