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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초점] '침묵'과 '팬심'으로 '유퀴즈' 논란을 지우는 CJ ENM


입력 2022.05.09 09:14 수정 2022.05.09 16:33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CJ ENM, '유 퀴즈' 편파 섭외 논란 끝까지 '묵묵부답'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논란이 일어날 때, 당사자들이 대응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다. 적극적 해명과 빠른 인정 혹은 침묵이다. 적극적 해명은 정말 억울한 경우나, 논란의 프레임을 바꾸려고 할 때의 방식이다. 상황이 잘 풀리는 경우도 있지만, 종종 당사자들이나 소속사들의 억지스런 해명으로 수렁에 빠지곤 한다. 빠른 인정은 모든 상황이 말 그대로 '빨리' 끝난다. "인정하고 죄송하며 자숙하겠다"라는 짧은 말로 사안이 종결되곤 한다. 마지막은 침묵이다. 제일 지저분한 상황이다. 온갖 의혹이 나오고, 당사자들은 시간이 흐르거나 다른 논란이 생기기만을 기다리는 아주 '추'한 경우다.


CJ ENM, 특히 방송 파트의 커뮤니케이션은 업계에서 호평을 받아왔다. 예외가 존재하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는 논란이 있을 경우 적절하게 대응을 해왔다. 인정하든 부정하든 피드백이 빨랐고, 그 수위도 조절할 만큼 능숙한 대응들이 이어졌었다. 앞서 오디션 프로그램의 투표를 조작했다는 논란이 불거졌을 때는 기자간담회까지 열어 사과를 하며 각종 의혹들에 대해 대답했었다. 어떤 논란에 대해 CJ ENM 측의 입장을 일정 시간 이상이 지나도록 듣지 못했다면 "담당자들에게 무슨 일이 있나"라는 걱정까지 들을 정도였다.


ⓒtvN 캡처

그러나 tvN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이하 '유퀴즈')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출연,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 김부겸 국무총리,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출연 불발과 관련해 CJ ENM 측이 선택한 방법은 '침묵'이었다. 인간적 관계로 연락이 되더라도 들을 수 있는 말은 '침묵'에 가까웠다.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나"라는 반응보다는 "너무하네"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그만큼 이례적이었고, 오랜만에 느끼는 '집단성'이었다.


대중들이 티빙을 해지하고, tvN을 보이콧하겠다고 비난해도 '침묵'했고, 유재석과 조세호를 향해 악담을 퍼부어도 '침묵'했다. 혹자는 '유퀴즈' 151회 '너의 일기장' 특집에서 제작진이 일기 형식의 속내를 표현한 것으로 입장을 대체하려 하지만, 이를 '회사'의 입장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많았다.


CJ ENM은 논란을 종결하기 위해 침묵이라는 낯선 방법에 임영웅을 내세운 '팬심 잡기'라는 익숙한 방법을 더했다. 침묵과 팬심을 적절히 섞은 결과는 나름 나쁘지 않았다. 논란 직후 방송된 151회는 3.5%의 시청률을 기록했는데, 임영웅이 등장한 152회는 무려 5.5%의 시청률을 기록한 것이다.


이번 '유퀴즈' 논란에서 가장 주목 받은 사람은 CJ ENM 강호성 대표다. 대통령 당선인과 현직 대통령, 국무총리 등이 한꺼번에 거론되었음에도 움직이지 않았다. 윤 당선인과 과거 같이 근무한 검찰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적극적으로 앞에 나설 수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지만, 대표로서 긴 침묵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정치적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어느 정도 스탠스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도 아쉬운 상황일 수 밖에 없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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