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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진심을 담아내는 소통의 기술


입력 2022.05.19 14:01 수정 2022.05.19 10:23        데스크 (desk@dailian.co.kr)

영화 ‘완벽한 축사를 준비하는 방법’

대화는 그야말로 소통의 근본이다. 표정, 행동, 몸짓 등 비언어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말하기는 소통의 근간이다. 때문에 사람들과의 대화하는데 조심성이 요구되고 기술이 필요하다. 가족 간에는 물론이고 학교, 직장, 사회 등 다양한 상황에서도 대화는 중요하다. 그러나 실제 많은 사람들이 대화에 서툴다.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말하거나 같은 말을 반복적으로 늘어놓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대화방식으로는 결코 상호간의 소통을 이룰 수 없다. 19일 개봉하는 영화 ‘완벽한 축사를 준비하는 방법’은 대화와 소통에 서툰 인간관계에 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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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하고 내성적인 남자 아드리앵(벤자민 라베른헤 분)은 어느 날 갑자기 여자 친구 소니아(사라 지로도 분)로부터 잠시 휴식시간을 갖자는 통보를 받는다. 그날 이후 실의와 분노, 희망과 절망을 거쳐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던 아드리앵은 38일째 되던 날 소니아에게 안부 문자를 보낸다. 정확히 1시간 11분이 지나 소니아가 문자를 읽었다는 알람을 받지만 답장까지는 받지 못한다. 아드리앵은 가족과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결혼을 앞둔 누나(쥘리아 피아통 분)의 결혼식 축사를 예비 매형(카이안 코잔디 분)으로부터 부탁받고 고민한다. 영화는 가족 간의 소통 문제부터 연인 소니아와의 관계에 대한 회고까지 무궁무진한 상념들이 아드리앵의 머릿속에 뭉게뭉게 떠오르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소통의 부재를 다룬다. 사랑하는 애인으로부터 갑작스러운 휴식 시간을 갖자는 통보를 받으면 어떤 기분이 들까. 세상에서 가장 가까웠던 사람이었지만 하루아침에 가장 멀게 느껴질 것은 물론 연락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운 관계로 바뀌고 만다. 분명 가깝다고 느꼈는데 막상 들여다보면 그 사람에 대해 자세히 모르고 가깝지만 멀게 느껴지는 것은 아드리앵처럼 소통의 부재 때문이다. 궁금해서 안부문자를 보낼 때조차 물음표를 생략했다. 대화를 할 때에는 내 중심이 아닌 상대방의 입장에서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명심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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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심이라는 사실도 강조한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내성적이고 소심한 아드리앵이 왜 축사를 부탁받고 걱정을 했는지를 알게 된다. 자신의 축사로 인해 좋은 분위기를 망쳐버리면 어쩌나 고민했기 때문인데 과장과 꾸밈없는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말이 상대방을 감동시키게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영화의 마지막 10분, 진심을 담은 가슴 뭉클해지는 축사는 이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압축해 놓은 듯하다.


독특하고 재치 있는 조합으로 웃음과 공감을 안겨준다. 프랑스 만화 작가 파브리스 카로의 동명소설을 연출한 로랑 티라르 감독은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자기성찰과 독백으로 가득한 산문을 코믹하고 따뜻하게 스크린에 담아냈다. 본인이 화자가 되어 관객에게 쉴 틈 없이 수다를 쏟아놓으며 마치 1인극을 보여주는 것 같다. 영화는 애인으로부터 관계 거리두기를 통보받은 상태에서 누나의 결혼식 축사까지 부탁받은 아드리앵이 축사를 준비하면서 겪는 유쾌한 해프닝을 코믹하게 그린 프랑스식 로맨틱 코미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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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대화에서 말하는 기술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아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는 소통이 중요한 정치인들의 대화방식을 봐도 잘 알 수 있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자의 고성과 반말, 상대방의 말은 묵살한 채 윽박지르는 모습을 보면 대화에서 가장 기본은 상대방을 존중하고 경청하는 것임을 깨닫는다. 영화 ‘완벽한 축사를 준비하는 방법’은 우리에게 대화와 소통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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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 /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 film1027@naver.com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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