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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 박찬욱 감독의 ‘기본’에 충실한 ‘멜로’ [칸 리포트]


입력 2022.05.25 08:05 수정 2022.05.26 17:21        데일리안 (프랑스 칸)=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스토리, 연기, 카메라 앵글 등 영화의 기본 요소들에 충실한 영화였다. 거기에 집중을 하고 싶었다.”

“극장에 관객이 얼마나 돌아오고 있는지는 나라마다 다르다고 하더라… 우리의 ‘범죄돋시2’가 그 역할 이번처럼 남의 영화 잘 되기를 바란 적은 처음”

적나라한 폭력도, 멜로지만 수위 높은 정사신도 담기지 않았다. 박찬욱 감독이 ‘헤어질 결심’을 통해 ‘파격’을 버리고, ‘기본’으로 돌아갔다. 그러면서도 특유의 미장센과 독특한 개성은 놓치지 않으면서 한 편의 매혹적인 멜로를 탄생시킨 박 감독이다.


24일 오후(현지 시간) 프랑스 칸 모처에서는 영화 ‘헤어질 결심’을 연출한 박찬욱 감독이 기자들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CJ ENM ⓒCJ ENM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 분)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 분)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박 감독은 이번 영화를 통해 네 번째로 칸에 진출했다. 전날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첫 상영, 영화가 끝난 직후에는 약 8분간의 기립박수와 함께 관객들의 호응이 이어졌다.


그간 선보인 폭력, 높은 수위의 장면 등은 없지만, 박찬욱 감독만의 개성이 담긴 멜로 수사극으로 호평을 받았다. 박 감독 또한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잘 구현된 세트보다는 자연스러운 로케이션을 활용해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실제로 자연이 도와준 것도 있었다. 극 중 박해일 씨가 해변을 막 뛰어갈 때의 파도는 어떻게 만들 수가 없기도 했다. 내 성격에 좋은 파도가 나올 때까지 10일이고, 한 달이고 찍는 건 못하는 사람이다.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다. 로케이션을 여기저기 많이 찾았다.”


물론 완전히 현실감에 방점이 찍힌 여느 영화와는 결이 다르다. ‘헤어질 결심’ 역시도 기존의 박 감독 영화보다는 독특함이 덜하지만, 그럼에도 개성 넘치는 비주얼로 보는 이들을 매혹시키는 것. 박 감독은 CG 등의 힘을 빌려 그 선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안개, 노을, 파도의 색깔도 바꾸고, 많은 것을 바꿨다. 없는 것을 창조한 건 없지만 조금씩 수정을 해 변화를 느끼게 하고 인물의 감정에 좀 어울리게 부합되게 손질을 했다. 팬데믹 때문에 개봉을 못하니까 시간은 많고, 계속 작업을 했다. 후반 업체는 죽을 맛이었을 것이다. 일을 끝내지 않으니까. 사운드 업체, 작곡가들, 색깔 만지는 업체, VFX 업체 등 모두 죽을 맛이었다. 팬데믹이 다 나쁘기만 한 건 아니었더라.”


이는 박 감독이 이번에는 고전적인 영화를 찍고자 마음을 먹었기 때문이다. ‘구식인 영화를 환영해줘서 고맙다’라고 표현을 할 만큼 기본으로 돌아가 찍은 작품이었던 것. 이를 통해 클래식한 매력을 전하고 싶었던 박 감독이다.


“기본으로 돌아가자고 생각했다. 영화라는 예술 매체가 도전하고 있는 기본적인 요소들이 있지 않나. 스토리, 연기, 카메라가 앵글을 어떻게 잡는지, 또 그것을 어떤 사이즈로 잡는지. 클로즈업이라도 어느 정도 클로즈업인지 다르다. 카메라가 움직일 것인지 말 것인지 또한 기본적인 요소지 않나. 그 기본 요소들에 충실한 영화였다. 거기에 집중을 하고 싶었다.”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한 것도 물론 반가운 일이지만, 많은 관객들이 극장에서 영화를 즐기는 풍경이 회복된 것에 감사함과 즐거움을 느끼고 있었다. 국내 극장의 회복을 바라는 박 감독에게서는 ‘영화’를 향한 애정이 느껴졌다.


“극장에 관객이 얼마나 돌아오고 있는지는 나라마다 다르다고 하더라. 이참에 극장들도 정비가 필요하다. 한국은 사실 예외다. 극장들이 좋은 상황을 유지 중이었다. 물론 극장에 폭발적으로 관객이 돌아오는 곳도 현재 있다. 우리나라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데, 현재 우리의 ‘범죄도시2’가 그 역할을 해주고 있다. 원래도 마동석의 팬이지만, 이번처럼 남의 영화 잘 되기를 바란 적은 처음이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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