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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초점] ‘싸이 흠뻑쇼’ 논쟁, 그 이면에 자리한 사회적 책임 요구


입력 2022.06.10 08:26 수정 2022.06.14 08:33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조금 더 나은 환경 위한 묘책 찾아야"

코로나19로 잠정 중단된 지난 2년을 제외하곤 지난 2017년부터 매년 여름 열리던 싸이의 ‘흠뻑쇼’를 두고 때 아닌 논쟁이 벌어졌다. 많은 양의 물을 뿌려 워터파크 같은 시원한 분위기를 내면서 콘서트를 즐길 수 있는 축제로 매번 피켓팅(피 튀기는 티켓팅)이 벌어졌던 이 축제가 올해 개최를 앞두고 논쟁의 대상이 된 건 심각한 가뭄 때문이다.


ⓒMBC ⓒMBC

전국 투어로 진행되는 올해 흠뻑쇼는 7월 9일부터 8월 27일까지 진행된다. 구체적인 공연 일정을 아직 나오지 않았으나 7주에 걸쳐 매주 주말마다 공연이 열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연 횟수는 10회 안팎에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싸이는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흠뻑쇼’는 마실 수 있는 물을 쓴다. 식수를 사는 것”이라며 “물 값이 진짜 많이 든다. 콘서트 회당 300톤 정도 든다”고 직접 밝힌 바 있다. 회당 300톤에 달하는 식수가 허공에 흩뿌려지는 것이다.


이 발언은 논쟁의 발단이 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봄(3~5월) 전국 강수량은 154.9㎜로, 평년(222.1~268.4㎜)보다 훨씬 적었다. 특히 지난달 강수량은 평년의 6% 수준에 불과한 5.8㎜로, 지난 197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 최근 6개월간 강수량은 167.4㎜으로 평년의 48.6%에 그치는 등 전국적으로 기상 가뭄이 나타나면서 피해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때문에 온라인에서는 부정적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공연 콘셉트는 이해하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반면 대가를 지불하고 자원을 쓰는 것이므로 문제 될 게 없다는 일부 반응도 있다.


싸이의 ‘흠뻑쇼’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만은 아니다. 당장 이달 24일부터 26일까지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워터밤 서울 2022’, 내달 9일과 10일 서울랜드에서 열리는 ‘송크란 뮤직 페스티벌’ 등 물을 이용해 열리는 축제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워터밤’은 관객과 아티스트가 팀을 이뤄 물싸움을 하며 음악을 즐기는 참여형 축제이고, ‘송크란 뮤직 페스티벌’은 100만ℓ의 물을 활용해 다양한 특수효과를 선보이는 EDM 축제다.


다행히 지난 4일부터 9일까지 전국에 내린 강수량은 전국 평균 34㎜로, 대체로 가뭄이 해갈되고 9일 수도권과 강원내륙을 중심으로 비와 소나기가 내리고, 14일께 남부지방에 비가 예보되면서 가뭄은 점차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싸이의 ‘흠뻑쇼’에 대한 논쟁이 단순한 ‘흠집내기’라는 지적도 있다. 가뭄이라는 상황까지 겹치면서 그럴 듯한 이유를 붙였다는 것이다. 물론 이 주장도 아주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논쟁을 단순한 흠집내기로만 볼 수도 없다. 그 배경엔 달라진 케이팝 팬들의 소비 심리도 어느 정도 작용되어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세계가 기후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케이팝 가수들의 기후 활동도 주목을 받아왔다. 친환경 소재로 앨범이나 굿즈를 제작하거나, 기후·환경문제에 직접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아티스트들도 다수 등장했다. 뿐만 아니라 아티스트들의 팬덤도 개인의 환경보호 활동은 물론 자신이 지지하는 아티스트와 그들의 기획사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한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케이팝 가수들의 영향력이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글로벌하게 미치면서, 이들에게 기후행동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며 ”싸이의 ‘흠뻑쇼’를 두고 억지스러운 흠집내기라는 의견도 있지만, 그 안에는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도 자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무조건 ‘물 낭비하는 콘서트를 취소하라’는 것이 아닌, 싸이의 글로벌한 영향력에 따라 그에 맞는 행동을 요구하고 기대한다. 사회적으로 조금 더 나은 환경을 위한 묘책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 세계적으로 폭염과 가뭄이 심각한 올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물 부족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이번 달부터 세차나 관상용 잔디 급수 등을 규제하며 물 낭비에 벌금을 물리기도 했다. 물을 아끼기 위한 노력이 전 세계적으로 이루어지는 만큼 ‘월드스타’ 싸이가 콘서트를 기존 방식대로 진행할지에 대해 관심이 쏟아지는 이유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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