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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초점] 엄격해진 시청자 잣대?…감수성 향상과 표현 자유 위축 사이


입력 2022.06.19 08:20 수정 2022.06.19 08:23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인사이더’ 불교 비하·폄훼 논란 사과

인권, 젠더 등 시청자들의 감수성이 높아지면서 최근 드라마, 예능 등 콘텐츠를 향한 시청자들의 비판과 피드백 요구가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제작진도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개선해나가면서 발전이 이뤄지기도 하지만, 일부 창작자들은 잣대가 너무 엄격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된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최근 JTBC 수목드라마 ‘인사이더’가 불교를 비하, 폄훼했다는 지적을 받고 사과했다. 지난 8일 방송된 ‘인사이더’ 첫 회에서는 스님과 도박꾼이 한 법당에서 거액의 불법 도박판을 벌이는 모습이 약 15분가량 이어졌다.


ⓒJTBC ⓒJTBC

첫 회 공개 직후 대한불교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는 성명서를 내고 “매우 악의·노골적으로 스님을 폄훼하고 불교를 조롱하는 방송을 내보낸 것은 모든 스님들에 관한 명예훼손이자 훼불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에 ‘인사이더’ 측은 “종교적 배경과 등장인물의 묘사 방식에 대해 오해나 왜곡된 인식을 줄 수 있다는 것에 제작진도 공감했고, 이에 조계종단을 직접 방문해서 사과의 뜻을 전했다”라며 “관련 장면들은 삭제, 또는 수정할 예정”이라며 사과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드라마 설정상 부도덕한 스님이 등장한 것을 두고 불교 전체를 비하했다고 말하는 것은 과한 시각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더욱이 ‘인사이더’에서는 수감된 재소자들이 그곳에서 도박을 하고, 교도관들은 이들에게 돈을 대구 딴 돈을 뜯어가는 등 하나의 거대한 도박판이 돼버린 교도소의 모습을 담아내는 등 불법적인 일에 뛰어든 다양한 인간군상을 통해 극을 전개해나가고 있다.


최근 누군가를 조롱, 비하하거나 혹은 여성을 성 상품화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비판이 이뤄지면서 제작진들의 감수성 향상이 중요한 숙제가 되고 있다. 일례로 드라마 ‘펜트하우스3’에서 한 등장인물이 레게머리와 타투 등 흑인들을 떠올리게 하는 분장을 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일부 시청자들은 지나치게 과도한 캐릭터의 분장이 흑인 문화를 희화화할 수 있다고 비판했고, 이에 해당 캐릭터를 연기한 박은석은 “접근법이 잘못된 시도였다”며 미숙한 표현에 대해 인정하며 사과를 했었다.


혹은 코미디 프로그램 ‘코미디 빅리그’에서는 박영진이 자신의 여자친구가 예쁘다는 한 남성 관객에게 “그건 네 생각이고”라고 받아치는가 하면, 만류하는 이상준에게도 “네 얼굴 놀리면 벌 받는 게 아니라 벌 받은 얼굴이라 놀리는 것”이라며 외모 비하 개그를 시도해 지적을 받기도 했었다.


이렇듯 고민 없이 관습적으로 이뤄지는 표현에 대해서는 눈높이가 높아진 시청자들이 적극적으로 지적의 목소리를 내면서 이제는 창작자들도 다소 불편할 수 있는 표현법에 대해 고민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다만 시청자들의 비판이 콘텐츠의 발전을 이끈다는 점에선 반가운 일이지만, ‘인사이더’의 사례처럼 일차원적 표현 뒤에 담긴 의도까지는 읽어내지 못하는 경우들이 생기면서 과도한 잣대가 표현의 자유를 위축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생기기도 한다.


앞서 JTBC 드라마 ‘설강화’가 방송이 되기도 전부터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이며 불매 운동이 벌어졌었고, 결국 방송 내내 해당 의혹을 벗지 못하며 초라하게 마무리한 바 있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드라마가 전개되면서부터는 해당 드라마의 역사 왜곡 여부에 대한 의견들이 엇갈렸다는 것이다. 드라마 내용을 지켜보면서 논의를 확대해나갈 여지가 있었음에도 제대로 평가받을 기회조차 박탈 당해 아쉽다는 반응이 이어졌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잘못된 내용이나 잘못됐을 수 있는 내용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은 필요한 일”이라면서도 “이제는 창작자들도 불편할 수 있는 표현에 대해 거듭 고민을 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럼에도 가끔은 창작자들이 표현을 과연 어디까지 할 수 있는 걸까 고민하게 될 때도 있다. 기본적으로는 창작자들의 고민이 이뤄지는 것이 맞지만, 이를 접하는 이들 또한 표현 그 이면의 것을 들여다보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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