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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항공테러를 통해 본 우리사회의 민낯


입력 2022.08.04 14:01 수정 2022.08.04 10:24        데스크 (desk@dailian.co.kr)

영화 ‘비상선언’

수많은 테러 중에 온 세계를 충격과 공포로 물들였던 사건은 9‧11테러라고 할 수 있다. 2001년 9월 11일, 세계 최강국으로 꼽히는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빌딩이 테러를 당했다. 승객으로 위장한 테러범들은 이륙 직후 비행기를 납치해 범행을 저지른 사건인데 비행기를 선택한 것은 비행기의 특성상 일단 이륙하면 외부와 고립되어 그 자체가 시한폭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9‧11의 참혹한 비극은 테러범 입장에서는 성공적이었지만 비행기를 이용하는 승객들에게는 지금도 불안과 공포를 떨쳐버릴 수 없는 사건이었다. 최근 개봉한 영화 ‘비상선언’은 사상 초유의 바이러스 항공테러와 이에 맞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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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형사 팀장 인호(송강호 분)는 비행기 테러 제보를 받고 수사하던 중 용의자가 KI501 항공편에 타고 있음을 파악한다. 한편 재혁(이병헌 분)은 비행 공포증임에도 불구하고 딸의 치료를 위해 하와이행 비행기를 타게 되고, 재혁의 주변을 맴돌던 진석(임시완 분) 또한 같은 비행기에 탑승한다. 인천에서 하와이로 이륙한 항공편에서 원인불명의 사망자가 나오고 비행기 안은 물론 지상까지 혼란과 두려움의 현장으로 뒤바뀐다. 국토부 장관 숙희(전도연 분)는 대테러센터를 구성하고 비행기를 착륙시킬 방법을 찾기 위해 긴급회의를 소집한다.


영화는 사람들의 불안한 심리를 이용해 공포감을 제공한다. 일반적으로 항공 재난이라고 하면 총기나 흉기를 이용한 하이재킹(hijacking)을 떠올리지만, ‘비상선언’은 화학물질을 통한 바이러스 감염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가져왔다. 알 수 없는 죽음에 그 원인을 찾아가는 과정은 폐쇄된 공간 안에서 극단적인 공포 이상의 두려움을 준다. 특히 코로나19로 긴 시간 동안 고통을 받고 있는 지금과 맞닿아 있어 영화는 불쾌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관객들은 앞으로 현실에서도 영화와 유사한 바이러스 테러가 발생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과 불안함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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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 만연한 혐오와 편견을 단적으로 볼 수 있다. 비행기내에 바이러스가 감염되고 긴박한 상황이 전개될수록 인간의 민낯은 더욱 처절하게 드러난다. 생존 가능성 여부에 따라 머리칸과 꼬리칸이라는 계층이 자연스럽게 생기고 감염된 사람들을 혐오한다. 아토피를 앓고 있는 재혁의 딸은 감염 증상과 유사한 수포 때문에 혐오대상이 된다. 이러한 현상은 개인을 떠나 국가 간에도 같이 적용된다. 치료제를 찾았음에도 미국과 일본은 착륙을 불허하고 국내로 돌아온 기체는 시민들의 반발로 착륙할 활주로를 찾지 못한다. 감염자를 대하는 태도와 시선, 우리 사회에 만연한 혐오와 이기심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항공재난 체험을 가능케 한다. 영화 ‘비상선언’은 항공기 재난 상황을 마주한 승객들과 승무원들, 기장 그리고 지상에 있는 장관과 형사의 고군분투를 그리고 있다. 영화관에 앉아 있는 관객들은 눈앞에서 끔직한 항공 재난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실제 비행기를 가져와 촬영한 신과 그 비행기에 연기자들을 태운 채로 돌려가며 360도 회전 촬영한 신은 관객들에게 실제 하이재킹 당한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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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재난의 시대를 살고 있다. 바이러스와 테러 그리고 각종 사건사고까지 수많은 재난 앞에 노출되어 있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코로나 사태가 안정되더라도 또 다른 바이러스가 출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재난 앞에서 인간은 본성을 드러낸다. 생존을 위해 상대방을 혐오하고 자기의 안위만을 위해 이기심을 발휘한다. 영화 ‘비상선언’은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전 세계적 재난을 겪고 있는 지금 우리 사회에 만연한 혐오와 이기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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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 /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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