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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업계, ‘80년 만의 폭우’ 피해 가시화...“일부 배달 길도 막혀”


입력 2022.08.10 10:54 수정 2022.08.10 11:01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집중호우, 명절 앞두고 물가상승 직격탄

무름병·병충해 유발·수확 지연 악재도 작용

정부, 예의주시…“이번 주 민생안정대책 발표”

9일 오전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도림천 인근 한 식당에 폭우로 인한 침수피해가 발생해 상인들이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뉴시스 9일 오전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도림천 인근 한 식당에 폭우로 인한 침수피해가 발생해 상인들이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뉴시스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80년 만에 폭우가 쏟아지면서 외식업계의 피해도 가시화 되고 있다. 매장을 방문하는 손님이 크게 줄고 침수로 인해 배달도 멈춘 가운데 농산물 가격 급등세도 우려된다. 이번 주 내내 많은 비가 내린다고 예보돼 있는 만큼 피해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8,9일 이틀간 수도권과 강원 등 중부지방에 최대 490mm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 이번 비는 9,10일 최대 300mm 이상 더 내리고 최장 11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폭우로12명이 숨지는 등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가 잇따랐다. 첫날의 경우 서울 지역 강우량은 1907년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1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과 인천, 경기 남부 등에서 주택과 상가 2579채가 침수되는 등 재산 피해도 컸다.


계속해서 치솟고 있는 물가도 문제다. 가을에 정점을 찍고 물가가 안정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예상치 못한 폭우로 농산물 피해가 커질 수 있어 추석을 앞두고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아직까지 농작물 침수 피해는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추가 집중호우가 예고돼 있어 우려가 깊다.


외식업계는 가뜩이나 코로나19 사태로 외식 수요 감소에 따른 매출 부진을 겪고 있는 가운데 집중 호우까지 겹치면서 상당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매장을 방문하는 손님이 뚝 끊겼고 급기야 일부 지역은 배달마저 중단됐다.


침수 피해가 심했던 서울 서초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9일 오전 2시 가게 마감 시간을 앞두고 빗줄기가 거세지며 순식간에 무릎까지 차올랐다”며 “밤새 물을 퍼내고 오전에 다시 출근해 가게를 정리했는데 복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피해 지역인 동작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B씨도 “코로나가 한창일 때는 배달이라도 해서 버텼지만 지금은 곳곳에 침수 피해가 나고 폭우가 쏟아져 사람도 없고 발만 동동굴렸다”며 “배달비 역시 평소보다 8배 이상 상승해 달리 대책 마련도 어려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뉴시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뉴시스
◇ 집중호우 변수, 추석 앞두고 또 다시 ‘악재’…정부, 이번 주 민생대책 발표


물가와 민생 안정은 또 다시 변수로 떠올랐다. 농작물 피해가 늘어난다면 물가를 잡기 위한 정부와 한국은행 등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우려가 크다. 자칫 피해 상황이 확산할 경우 가뜩이나 높아진 물가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농산물 물가는 지난달부터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올해 2∼5월 4개월 연속으로 전년 동월 대비 하락하며 안정세를 보였던 농산물 가격은 6월에 1.6% 상승한 것을 시작으로 7월에는 무려 8.5%나 뛰어 작년 6월(11.9%)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채소류 상승 폭이 2020년 9월(31.8%) 이후 가장 컸다. 배추(70.7%), 상추(63.1%), 시금치(70.6%), 깻잎(32.8%) 등 잎채소 가격이 급등했다. 오이(73.0%), 호박(73.0%), 열무(63.5%), 부추(56.2%), 무(53.0%), 파(48.5%), 감자(41.1%)도 크게 올랐다.


농산물 가격의 상승은 재료비 상승으로 이어져 외식비를 끌어 올릴 수 밖에 없다. 또 결국 전체 물가에 영향을 주게 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인해 7월 외식물가도 작년 보다 8.4% 뛰어 1992년 10월(8.8%) 이후 30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나타냈다.


이런 상황에서 집중호우는 또 다시 소비자물가에 악재로 작용하게 됐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최근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국제 곡물 가격 등이 안정되면서 9월이나 10월 전후에 물가 상승률이 정점을 찍고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으나 돌발변수가 됐다.


폭우는 가뜩이나 고물가 상황에서 직격탄이 될 수 있다. 농작물이 침수되지 않았더라도 쏟아진 비가 배추 등 밭작물을 중심으로 무름병·병충해를 유발하거나 뿌리를 썩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확기인 배추, 무 등의 수확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 집중호우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지켜봐야 하지만, 악재인 것만은 분명하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이례적으로 이른 추석을 맞아 성수품 수요가 늘어나는 것도 치명적이다. 8~9월은 집중호우나 태풍 등 기상여건에 따른 돌발변수가 많은 시기라는 점도 문제다.


한편 올 추석을 앞두고 성수품 물가 잡기에 매진해 온 정부는 농작물 피해 현황 파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주 중 추석 성수품 가격 안정을 위한 민생대책을 발표할 예정인데, 밥상물가 상승 억제와 함께 폭우 피해 지원을 추가로 마련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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