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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경찰국장의 과거행적 문제-인노회는 주사파 조직


입력 2022.08.17 05:05 수정 2022.08.16 08:07        데스크 (desk@dailian.co.kr)

인노회의 성격은 주사파 또는 자주민주통일 지향 정치조직

김순호 국장, 인노회를 주사파 조직으로 규정은 사실에 부합

노동운동 단체가 자주민주통일을 쓴다는 것은 주사파 조직임을 주장

본말이 전도…김순호 국장 빌미로 경찰국과 윤석열 정부 전선 확대

김순호 행정안전부 경찰국장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찰국으로 들어가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김순호 행정안전부 경찰국장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찰국으로 들어가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김순호 경찰국장의 과거행적 문제가 쟁점이 되고 있다. 여기서 필자는 주로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인노회)의 실체를 중심으로 말한다.


김순호 경찰국장의 과거 행적은 인노회의 실체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다. 김순호 경찰국장의 주장대로 인노회가 주사파 조직이었고 김순호 국장이 이를 이탈하여 경찰에게 조력한 것이라면 이를 두고 김순호 국장을 프락치라 규정하기 애매해진다.


예를 들어 안기부가 이석기 경기동부를 검거할 때 경기동부 조직원을 활용한 바 있다. 이 경우 이석기의 경기동부 조직을 와해하는 것에 대한 대중적 공감대가 컸기 때문에 이에 도움을 준 경기동부 조직원을 프락치라고 보지는 않기 때문이다.


반면 김순호 국장의 행적을 문제 삼는 측은 인노회가 순수한 노동운동 단체이며 2020년 이적단체가 아니라는 대법 판결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대법에서 이적단체가 아니라고 판결했다고 해서 인노회가 주사파 조직이 아니라는 뜻은 아니다. 최근 법원 판결 동향은 엄격한 증거주의를 채택하고 있고 민주화운동 단체에 유리하게 판결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김순호 국장은 다양한 공간에서 인노회가 주사파 조직이라는 점을 일관되게 강조하고 있지만 김순호 국장의 행적을 문제 삼는 측은 이에 대해 제대로 반박하지 못하고 있다. 인노회가 주사파인가 아닌가는 김순호 국장 문제를 다루는 중요한 쟁점이라고 할 수 있다.


1985~91년 서울과 서울 외곽의 공장지대에는 학생운동 출신 노동운동가가 매우 많았다. 필자 또한 그들 중 하나였는데 80년대 후반 지금의 독산동 근처 10여명 되는 조그만 선반 공장에 다닌 적이 있다. 전체 직원이 10여 명 정도였는데 학생운동 출신만 3~4명 정도였던 기억이 난다.


이들을 장악했던 이념은 맑스레닌주의이거나 주체사상이었다. 이들의 대부분은 허름한 자취방에서 서클 형태의 정치조직을 만들곤 했다. 대표적인 조직이 사노맹, 인민노련 등이다. 그 중 주체사상을 신봉하는 학생운동 출신들이 모여 만든 조직이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인노회)이다.


80년대말 영남의 큰 공장 남성노동자들을 중심으로 대중적 노동운동이 활성화된다. 반면 이들이 활동했던 것은 서울 인근이고 대중적 노동운동이 본격 성장하기 얼마 전이기 때문에 이들의 활동은 노동운동이라기보다는 정치활동, 이념적 서클 활동에 가까웠다.


따라서 1988~89년 인천과 부천 지역을 중심으로 하고 대다수가 학생운동 출신임을 고려하면 인노회의 성격은 주사파 또는 자주민주통일을 지향하는 정치조직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김순호 국장이 인노회를 주사파 조직으로 규정한 것은 사실에 부합한다.


실제로 인노회가 스스로 펴낸 선전물을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인노회는 선전물에 자주, 민주통일의 자주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자주란 외세 특히 미국의 정치, 경제, 군사, 문화적 지배와 간섭으로부터 벗어난 진정한 자주 독립국가를 만드는 것입니다. 즉 미국에 빼앗긴 국군의 작전지휘권을 되찾는 것이며 시장개방 압력, 환율절상 압력 등 모든 미국의 경제적 침략으로부터 민족의 자립경제를 지키는 것입니다”


자주민주통일은 북한이 고안한 개념이다. 85년 이전 운동권은 주로 민족, 민주, 민중이라는 단어를 주로 사용했다. 86년 이후 주사파가 도입되면서 북한식 용어인 자주민주통일로 대체된 것이다. 88~89년 노동운동 단체가 자주민주통일을 쓴다는 것은 자신이 주사파 조직임을 주장한 것이나 다름없다.


실제로 내 경험과도 일치한다. 필자는 88~89년 무렵 구로, 영등포 등지에서 노동운동을 했다. 노동운동을 하면서 학생운동 출신들과 정치활동을 한 바 있다. 내가 속했던 정치조직은 ***였는데 소련사회주의권이 멸망하면서 자진해산했다. 이때도 대다수의 활동은 노동운동이 아니라 이념서클 활동에 가까웠다.


김순호 국장이 인노회를 탈퇴했던 89년은 그야말로 이념적 대전환기였다. 이른바 PD(운동권 의 분파 중 하나)들은 90년대 초반을 거치며 대대적으로 노동운동에서 철수한 반면 주사파들은 빠르게 운동 공간을 접수하고 있었다. 따라서 김순호 국장의 주장처럼 89년 무렵 주사파가 세력을 확장했다는 주장도 당시 상황과 일치한다.


필자는 여러 명의 인노회 사람들을 안다. 그중 한 사람이 성균관대 76학번 신정길이다. 신정길 선배는 93~94년 범민련 남측본부 사무처장이었다. 필자가 95년부터 범민련 남측본부 사무처장이었기 때문에 필자의 전임자인 셈이다. 범민련은 주사파를 상징하는 조직이다. 인노회 관련자들이 주사파에 흘러들어갔다는 것은 인노회의 주사파적 성향을 보여주는 징표라 할 만 하다.


김순호 국장 문제의 가장 1차적인 요소는 인노회가 주사파 조직인가이다. 김순호 국장이 프락치인가 밀정인가는 그 다음 문제이다. 김순호 국장이 자수한 조직의 성격이 밝혀져야 김순호 국장의 행적을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현재의 논쟁은 본말이 전도되어 있다.


본말이 전도된 이유는 김순호 국장의 행적을 문제 삼고 있는 사람들이 인노회의 성격을 애매하게 흐리는 반면 김순호 국장을 빌미로 경찰국과 윤석열 정부까지 전선을 확대하기 때문이다.


ⓒ

글/민경우 시민단체 대안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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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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