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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해?] 조던 필, 기발한 상상력에 대한 의심은 '놉'


입력 2022.08.17 16:48 수정 2022.08.17 16:48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17일 개봉

'겟 아웃', '어스'를 통해 참신한 연출과 아이디어로 전 세계인들을 놀라게 한 조던 필 감독이 이번에도 기발한 아이디어로 '놉'을 완성했다. '놉'은 '그것'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미스터리하고 기묘한 현상을 그린 작품으로 영화가 공개되기 전까지 최소한의 정보만 공유했다. 예고편에 등장하는 미지의 존재인 UFO가 등장하는 단순한 SF 영화라고 생각했다면 얼얼한 뒤통수를 안고 극장을 나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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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헤이우드 목장을 운영하고 있는 OJ(다니엘 칼루야 분)는 기이한 소리와 함께 하늘에서 떨어지는 열쇠와 동전으로 인해 아버지 오티스 헤이우드 시니어(키스 데이비브 분)을 잃게 된다. OJ는 할리우드 영화사에서 말 조련사로 활동하던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 받고 목장주가 된다.


동생 에메랄드 헤이우드(케케 파머 분)은 말 촬영이 필요한 설명을 하기 전, 흑인 기수가 탄 채로 말이 달리는 모습을 연속적으로 찍은 사진이 최초의 영화라며 흑인이 할리우드 영화 산업에 기여했지만 현재는 기수의 이름을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백인들 위주로 꾸려진 영화 제작진은 그의 설명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지만, OJ와 에메랄드가 서 있는 영화 현장처럼 흑인들의 존재감과 결과물이 지워진 현재의 할리우드 산업에 풍자로 일침을 놓고 시작한다.


OJ는 말의 컨디션을 고려해 휴식이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배우의 일정에 맞춰 진행해야 한다고 제작진들은 그의 말을 무시하고, 결국 말이 사고를 쳐 일자리를 잃게 된다. OJ는 돈을 벌기 위해 주피터 파크를 운영하는 리키 주프 박(스티븐 연)에게 말을 팔기로 한다. 그 동안 말을 팔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는 OJ의 말에 에메랄드는 걱정을 하지만 다시 돈을 벌어 데려올 것이라며 스스로와 타협한다.


주프 박은 다정하고 매너가 좋지만 속내를 알 수 없는 인물이다. 어릴 적 아역배우로 활약했지만 고디란 이름의 침팬지와 촬영했지만 고디가 난동을 부려 배우들이 물어 뜯겨 사망하는 참사를 겪은 인물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남매는 목장 하늘 위 움직이지 않는 수상한 구름이 있다는 걸 눈치챈다. 두 사람은 UFO라고 믿으며 CCTV를 촬영해 방송사에 팔 계획을 세운다. 자극적이고 신기한 영상은 언제나 돈이 되는 세상에 에메랄드의 계획에 OJ는 동참하기로 한다.


수상한 구름에 가려져 '그것'이 날아오르고 물체를 내뱉어낼 때, 남매는 그것이 단순한 UFO가 아니라는 걸 알아챈다. '그것'으로부터 살아남고, 영상으로 끝까지 남기기 위해 남매는 기꺼이 고군분투를 시작한다. 그리고 동물조련사인 OJ는 단순하게 눈을 마주치지만 않으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공식을 알아챈다.


어딘가 기묘해 보였던 주프의 비밀은 '그것'을 활용한 쇼를 하고 있었다. 에메랄드는 '그것'으로 유명세를 얻으려 하고 주프는 아역 배우의 전성기를 노린다. 남매의 호출을 받은 앤틀러스 감독은 '그것'을 포착한 최초이자 유일한 감독이 되기 위한 선택을 한다.


나훔서 3:6 "내가 또 가증하고 더러운 것들을 네 위에 던져 능욕하여 너를 구경거리가 되게 하리니"로 시작했던 '놉'은 종, 후반부에 이르러서 종 잡을 수 없는 '그것'의 정체를 짐작할 수 있게 만든다. 구경거리는 영상으로 돈을 버는 미디어 시대를 비유한다. 새롭고 자극적인 무언가가 나타났을 때 사람들은 휴대전화나 카메라를 들고 끊임없이 찍어내고, 눈을 떼지 못한다. 하지만 '놉'은 '그것'을 보는 순간 미지의 생물체에게 잡아먹히고 만다. 구경거리에 현혹되어가고 있는 어지러운 세상의 현주소를 외계 생명체로 풀어낸 조던 필의 아이디어가 참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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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생명체를 확인하기 위해 사람들이 위를 바라보고, 관객들은 또 그것이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 관객들의 시선을 따라 스크린에 눈을 고정시키게 된다. 조던 필 감독의 아이러니한 풍자는 영화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영화는 아이맥스에서 관람하는 걸 추천한다. '인터스텔라' '덩케르크' '테넷' 등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과 함께해 온 호이트 반 호이테마 촬영감독이 15/65mm 대형 규격의 아이맥스 카메라로 광활한 하늘과 대지 등을 스크린에 생생하게 구현했다. 러닝타임 130분. 17일 개봉.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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