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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초점] 나눠 쓰고, 다시 쓰고…‘공연 쓰레기’ 줄일 수 있을까


입력 2022.09.21 07:58 수정 2022.09.20 19:00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국립극단, 공연 물품 무료 사업 '빨간지붕 나눔장터' 개최

"타 공연 소품 나눔엔 한계 있어...활성화 어렵다" 의견도

"공연 이후 소품들 대부분 파기...중장기 지원 필요"

국립극단이 공연물품 무료 나눔 사업인 ‘빨간지붕 나눔장터’를 10월 13일 용산구 서계동 국립극단 야외마당에서 개최한다. ‘빨간지붕 나눔장터’는 공연 종료 후 남겨졌지만 재활용이 가능한 의상, 소품, 신발 및 장신구 등의 공연 물품을 민간연극단체와 나누어 지속가능한 환경 보존을 실천하고 공공예술기관으로서의 국립극단 역할을 수행하고자 기획됐다.


이번 ‘빨간지붕 나눔장터’에는 의상 621벌, 소품 621개, 신발 및 장신구 328개의 품목 나눔을 진행한다. 이들은 ‘광주리를 이고 나가시네요, 또’ ‘메디아’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 등 국립극단 주요 공연에서 활약 후 은퇴한 공연 물품들이다.


ⓒ국립극단

국립극단의 기후행동은 처음이 아니다. 김광보 단장 겸 예술감독은 2020년 11월 취임 이후 주요 기조 중 하나로 ‘적극적인 기후행동’을 내세우며 ‘극장은 작은 지구입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탄소 중립을 위한 활동을 이어 오고 있다.


김 감독은 취임 당시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공공 극장 모델”을 만들고, “연극 제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들이 최소한으로 배출할 수 있도록 개념들을 활성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김 감독은 “연극 제작 과정에서 적지 않은 탄소가 배출된다”며 “세계적인 추세 역시 (무대와 소품 등을) 줄여나가고 있다. 하지만 세계적인 추세이기 때문에 이것이 옳다는 것은 아니다. 공연창작자의 의견을 존중하는 범위 내에서 탄소 발자국 줄이기를 시행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 5월엔 ‘기후비상사태: 리허설’ 공연에서 창작진과 스태프 전원이 ‘저탄소 작품 제작을 위한 서약서’를 작성하고 공연 제작부터 관람까지의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줄이고자 하는 움직임도 보였다. 이들은 매일의 탄소배출량을 측정하여 ‘기후노트’를 제작했고 불용 기념품을 활용해 가름끈 북커버, 컵홀더 등의 ‘새활용’ 기념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그간 연극, 뮤지컬, 오페라 등 무대를 선보이는 공연계에선 무대 세트나 소품 폐기 문제 등이 난제로 꼽혀왔다. ‘쓰레기를 줄여야 한다’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사실상 실효성 있는 대안을 찾지 못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공연 이후의 소품·의상·세트 등은)기본적으로 대부분 파기된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입을 모았다.


제작자들 입장에서도 무대 소품들을 무작정 파기하는 것이 달가운 일은 아니다. 큰 비용과 수고를 들여 만든 창작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소품·의상·세트들을 파기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대부분의 공연이 일회성에 그치기 때문이다. 특히 민간극단의 경우 재공연의 여부를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에 큰 비용을 투자해 소품과 의상·세트들을 무작정 보관해둘 수 없고, 혹여 비용을 들인다 하더라도 장기간 보관할 수 있는 장소도 마땅찮다.


이번 국립극장의 ‘빨간지붕 나눔장터’에 대한 의견도 나뉜다. 물론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나눔의 긍정적인 평가에 있어선 이견이 없다. 다만 나눔에 있어선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공연 관계자는 “조금이라도 쓰레기를 줄이고 선한 영향력을 보여주려는 의도 자체엔 공감한다”면서도 “하지만 보통 작품마다 고유의 색깔이 있고, 소품들 하나하나에 작품의 메시지나 의도가 담기게 된다. 다른 작품에서 사용했던 소품을 그대로 가져와 재활용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본질적인 공연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지원이 필수적으로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통 지원 사업에 선정된 공연이 일회성에 그치기 때문이다. 그나마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연예술중장기창작지원사업’의 경우 3년 연속 지원이다.


이 관계자는 “당연히 제작사 자체적으로도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하고 실천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론 여유 자금이 없으면 시도 자체에 엄두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장기적인 공연 지원이 이뤄지면 그만큼 선택지가 늘어나고 공연 쓰레기도 자연적으로 줄어들 거라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세트나 의상 등을 한 곳에 모아서 대여하거나, 보관해주는 제도나 협회가 필요하고 이를 관리한 인력과 시스템도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제안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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