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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디그라운드(116)] ‘우울’을 동력 삼는, 싱어송라이터 안희수


입력 2022.09.21 11:57 수정 2022.09.21 11:57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신곡 '다정한 별빛 한 다발 품에 안고' 발매

세상 그 무엇도 받아들이기 힘들 만큼 무기력해질 때 즈음에 나는 며칠을 잠만 자다가 결국엔 내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고 끊임없이 꾸짖으며 다시 앞으로 나아가려 한다. 아무도 내 슬픔엔 관심 없으니, 없었던 일처럼 흘려보내야 한다는 마음으로. (안희수 ‘다정한 별빛 한 다발 품에 안고’ 앨범 소개 中)


어떤 우울은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쉬거나 긴장을 푸는 것을 거부함으로써 대부분의 사람이 이룰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성취하기도 한다. 싱어송라이터 안희수는 자신의 내면에 있는 불안과 우울을 피하지 않는다. 우울의 감정들을 오히려 자신의 음악적 동력으로 삼고 담담하고 담백하게 음악으로 풀어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음악은 스스로는 물론 대중들에게도 또 다른 ‘위로’가 된다.


ⓒ안희수 ⓒ안희수

-음악을 시작하기 전, 일반 회사에 다녔다고요. 어떻게 음악을 시작하게 됐나요?


네, 원래 무역회사를 다녔었는데 회사 일이 적성에 너무 안 맞아서 인생을 조금이라도 재밌게 살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느닷없이 음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항상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떠밀리듯이 살아왔었는데 그때 즈음에 노래방을 같이 다니던 사람들에게 ‘목소리 좋다’라는 말을 많이 들어서 ‘어쩌면 이게 내 재능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맨땅에 헤딩하는 느낌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갑작스러운 직업 전환에 주변의 만류도 심했을 것 같은데요. 특히 가족들.


맞아요. 가족부터 시작해서 거의 주변 모든 사람들이 시작을 말리거나 우려 섞인 말들을 쏟아냈던 기억이 있습니다. 멀쩡히 다니고 있는 직장을 그만두고 음악을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하기엔 늦은 나이라고 생각이 들어서였겠죠. 그때가 20대 후반의 나이었거든요.


-늦은 만큼, 다른 사람들보다 더 노력도 필요했을 것 같아요.


우선, 인디가수로써 활동을 하려면 자작곡이 있어야 된다는 걸 파악한 후로 악기 하나는 필수적으로 다룰 줄 알아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친한 친구에게 싸게 구매했던 통기타를 유튜브로 독학도 해보고 기타 동호회나 학원에서 배워도 보면서 6개월 정도 기본적인 기타 실력을 키우는 데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음악 이론을 전혀 몰랐었던 시기였지만 알고 있는 몇 개의 기타 코드들로 작곡, 작사를 혼자만의 감에 의지하면서 해나갔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금의 모습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노력 끝에 지난 2017년에 데뷔를 했죠.


현재는 소속사 없이 활동하고 있지만 그 당시 ‘마들렌뮤직’이라는 레이블에 소속되어 있었어요. 그저 모든 게 감사한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레이블 대표님이 아니었으면 아마 그때 데뷔 앨범을 낼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지금도 종종 들거든요. 앨범을 어떻게 제작하는 지도 잘 몰랐을 때고 음악적인 실력 부분에서도 턱없이 부족했던 시기였다고 생각이 들어서 그때 데뷔 앨범을 발매하고 정규 1집까지 발매하게 된 것은 저에게 큰 행운 같은 시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소속사가 없었다면 이룰 수 없었을 일들이었을 수도 있죠.


-데뷔 이후, 꿈을 꾸던 당시 생각했던 것과 달랐던 문제들도 있나요?


충동적으로 갑자기 단기간에 꿈을 갖게 되어서 그런지 음악을 한다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거만한 생각이었죠. 그 당시엔 뭘 몰랐을 때라 무모함까지 더해져 현실감각도 없었던 것 같고요(웃음). 동네 노래방에서만 뽐내던 노래 실력도 첫 번째 무대, 두 번째 무대를 서다 보니 제 노래실력은 아무것도 아닌 거라는 걸 알게 되었고 기타도 대충 몇 개월 독학하고 치다 보면 무대에서 멋있게 연주할 수 있을 줄 알았었는데 그게 아니라는 걸 활동 초반에 뼈저리게 느끼게 됐죠. 당연히 작사·작곡 부분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요. 그렇게 몇 번 큰 코를 제대로 다쳐보고 나서야 방구석에서 연습 또 연습하면서 음악적인 모든 면들을 갈고 닦아가면서 발전해 온 것 같습니다.


-그 시기가 안희수 씨의 슬럼프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까요?


사실 슬럼프라는 개념이 어떤 건지 아직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덜컥 음악을 시작했던 터라 현재도 계속 발전하는 단계에 있다고 보거든요. 보컬도 기타도 작사·작곡도 데뷔 초반에 비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어서 슬럼프라고 해당될 만한 시기는 아직 없는 것 같기도 해요.


-데뷔한지 올해로 5년이 됐어요. 5년 동안 스스로에게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우선 성격적인 부분이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원래 제가 이렇게 예민한 사람인지 몰랐는데 음악을 시작하면서부터 감정 기복이 심하고 우울감도 자주 찾아오고 사소한 것들까지 신경 쓰는 사람이라는 걸 느꼈거든요. 그리고 혼자 있는 시간이 유독 많아지게 된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인간관계도 좁아지게 되었지만 제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던 시간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시간이 지날수록 음악을 함으로써 행복해하는 감정이 점점 더 커져가는 제 모습을 발견하곤 합니다.


ⓒ안희수 ⓒ안희수

-이번 신곡 ‘다정한 별빛 한 다발 품에 안고’에 대해 ‘스스로 꾸짖으며 다시 나아가려 한다’ 등의 말이 있어요. 기존의 곡들에서도 그렇고, 평소의 성격이 많이 드러나는 것 같은데 이런 성격이 스스로 싫었던 적은 없나요?


언젠가부터 제 성격에 부정적인 마인드가 기본적으로 깔려있는 편인데요. 스스로에 대한 기대치를 낮게 잡으면서 항상 미래에 어떤 결과가 발생되든 비교적 빨리 출발선상에 다시 설 수 있는 ‘동력’이라는 선물을 받기 위함이라고 설명을 하고 싶어요. 좌절감과 절망감에 타격을 최대한 적게 받기 위함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그래서 제 스스로를 꾸짖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별로 없는 편이고 이런 성격이 싫었던 적도 거의 없는 편인 것 같아요.


-신곡 ‘다정한 별빛 한 다발 품에 안고’에 대한 설명 부탁드려요.


이 곡은 제가 시련과 우울을 이겨내는 방식을 그려낸 곡입니다. 몇 달 전 개인적으로 안 좋은 일들이 연속적으로 있었고 되는 일 하나 없다고 느끼면서 며칠 동안 우울감에 빠져 잠만 잤을 때가 있습니다. 며칠 뒤에 그러고 있는 제 모습이 스스로 한심하다고 생각이 들 때 즈음에 새벽에 이불 속에서 핸드폰 메모장 앱으로 가사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고 핸드폰 음성 녹음 앱으로 작곡을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거의 30분 만에 곡을 완성하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들어봤는데 빠르게 만든 것 치고는 너무 만족스럽게 곡이 만들어졌다는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마 제가 겪고 있었던 그 상황과 감정이 고스란히 들어가서일 수도 있겠네요.


-곡을 작업할 때 어떤 부분에 가장 중점을 두고 작업을 하셨나요?


가사 부분에 가장 중점을 두고 작업했고 곡 길이를 최대한 짧게 하고 싶었습니다. 구구절절하지 않게 짧고 굵은 메시지를 주고 싶었고 목소리 하나에 포인트를 주면서 가사 전달하는 데에 많은 신경을 썼던 것 같습니다.


-가사를 쓰면서 꼭 넣고 싶었던 표현이 있었나요?


‘이불은 내 맘을 막아주는 갑옷’ ‘아무도 내 슬픔엔 관심 없으니 내일을 위해 춤추자’라는 문장을 꼭 넣고 싶었는데 그 당시 제 심정을 고스란히 담은 내용들이라 다른 곡들보다 유독 쉽게 써 내려간 곡인 것 같습니다. 절망과 희망을 담담하게 읊조리면서 그 오묘한 감정을 극대화시키고 싶었는데 잘 전해졌을지 모르겠네요(웃음).


-이번 앨범 작업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나요?


원래 이 곡은 데모 버전이 따로 있었는데 데모 버전에서 편곡을 다른 느낌으로 진행을 하려고 했었습니다. 하지만 이 곡은 뭔가 편곡을 이것저것 하다 보면 이 곡만의 정체성이 깨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해서 데모 버전과 동일한 건반 한 대만으로 가기로 결정했고 보컬만 재녹음을 했습니다.


-곡이 완성된 이후 스스로의 만족도는 얼마나 될까요? 또 이 곡이 스스로에게 어떤 위로를 주는지, 혹은 어떤 의미인지도 궁금해요.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언젠가부터 곡을 완성할 때마다 만족도가 꽤 높은 편이에요. 함께 작업하는 분들과 합이 잘 맞아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곡은 제 평소 모습 그 자체를 보여주는 곡이라 저도 이 노래를 앞으로 많이 들으며 스스로 위로를 받을 것 같습니다. 저는 힘들 때마다 제 노래를 들으면서 위로를 받거든요(웃음). 어쩌면 제가 곡들을 만드는 이유 중 하나가 가끔씩 우울하고 지쳐있는 제 자신을 위로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끔 독려하기 위함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네요.


-대중들에게 이 곡을 통해서 들려주고 싶었던 메시지가 있다면?


이 세상에서 내 슬픔이나 절망을 온전히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 다른 사람들에게 기대기 전에 내 자신을 아껴주고 사랑하자라는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누군가에게 이 곡을 들려준다면 어떤 상황에 있는, 누구에게 추천하고 싶으신가요?

끝없는 우울감에 빠져있는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습니다. 저도 사실 우울감에 자주 빠지는 사람이지만 그걸 빠져나오는 것도 결국 본인의 몫이거든요. 우리 모두 자신과 대화를 많이 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고 그로 인해 스스로 강해질 수 있으면 좋겠네요.


ⓒ안희수 ⓒ안희수

-안희수 씨의 음악적 방향성도 궁금해요.


저는 한번 들어도 귀에 꽂힐 수 있는 멜로디와 가사를 우선적으로 선호하기 때문에 ‘쉽고 깊게 스며드는 음악’에 초점을 맞춰서 항상 곡을 쓰는데 앞으로도 당분간은 그 방향성은 변함없이 이어갈 생각이에요. 그 안에서 깊이에 대해 계속 고민하는 시간들을 갖게 될 것 같습니다. 또한 어떤 장르에 저를 맞추기보다는 여러 장르를 하되 그 안에서 저만의 고유한 느낌과 색깔이 묻어날 수 있도록 끝없는 고민과 노력을 할 생각입니다.


-최근 안희수 씨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요?


데뷔 초반의 포크 가수 이미지와 3년 차 때부터 보여드렸던 밴드 장르의 음악 활동 사이에서의 고민이 있는데요. 물론 두 장르의 음악을 앞으로도 계속 갖고 갈 예정이지만 어떤 비율로 포크와 밴드 음악을 배분할 지가 최근 음악적인 고민인 것 같습니다.


-계획된 일정이 있다면 귀띔해주세요.


10월 10일 싱글 음원 발매와 10월 21일, 서울 합정동에 있는 클럽온에어라는 공연장에서 단독공연 일정이 계획되어 있습니다. 이후에도 내년 상반기에 EP 앨범 발매를 목표로 곡 작업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가수로서, 또 한 사람으로서의 최종 목표가 있다면?


가수로서는 국민 누구나 알만한 명곡들을 남기는 게 최종 목표이고 또 한 사람으로서는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에게 큰 행복을 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갖춘 사람이 되는 게 목표입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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