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법원 "주 32시간 근무하다 숨진 근로자, 업무 특성 따라 업무상 재해 인정"


입력 2022.09.21 20:45 수정 2022.09.21 20:47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근로자 유족, 유족급여 등 청구…근로공단 "업무시간 짧아 인과관계 인정 안돼"

재판부 "업무 특성상 고객과 통화·문자메시지 발신 통해 수시로 업무"

"관련 고시 52시간 넘어야 인과관계 인정되지만 절대적 기준 될 수 없어"

서울행정법원 모습 ⓒ데일리안DB 서울행정법원 모습 ⓒ데일리안DB

법정근로시간인 주 40시간에 못 미치는 주 32시간을 근무하다 뇌 질환으로 숨진 근로자도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21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정상규 수석부장판사)는 숨진 근로자 A 씨의 배우자와 자녀가 "유족급여 등을 지급하지 않은 처분을 취소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을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증권사에서 근무하던 A 씨는 2020년 10월 어지럼증과 구역질을 느껴 병원에 옮겨져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지주막하 뇌출혈이 발견됐다. 이후 상태가 악화해 일주일 만에 41세의 나이로 숨졌다.


A 씨의 가족은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은 A 씨의 사망 직전 업무시간이 비교적 길지 않았던 점 등에 비춰볼 때 업무와 뇌 질환 사이에 밀접한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거부했다.


관련 고시에 따르면 근로자에게 뇌 질환이 발병한 경우 발병 전 12주 동안 주당 업무시간이 52시간을 넘으면 업무와 질병의 관련성이 있고, 60시간을 넘으면 관련성이 강하다고 평가한다.


발병 직전 1주일 동안 업무시간이 종전 12주의 평균 주당 업무시간보다 30% 증가한 경우에도 뇌 질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과로로 인정된다.


근로복지공단이 확인한 A 씨의 업무시간은 발병 전 1주일 동안 32시간, 12주 동안 평균 32시간이었다. 그러나 A 씨 가족이 낸 소송에서 재판부는 "망인의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가 상병의 발생 또는 악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뤄진 피고의 처분은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컴퓨터 전원 작동 시간 등에 기초해 근무시간을 산정했으나 망인의 업무 특성상 고객과의 통화와 문자메시지 발신을 통해 수시로 업무를 처리한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 근로시간을 정확히 반영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영업 실적에 따라 지점의 수익금과 자신의 성과급이 결정되는 구조로 인한 부담, 2020년 상반기의 저조한 실적 등이 스트레스를 가중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며 "이는 망인이 입원한 뒤에도 휴대전화로 업무를 지속했던 점에 비춰봐도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관련 고시에서 정한 업무시간 기준은 업무상 과로를 판단하는 데 고려할 요소일 뿐 절대적 기준은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정채영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