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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엠마뉘엘 가족의 특별한 작별 이야기


입력 2022.09.22 12:59 수정 2022.09.22 13:00        데스크 (desk@dailian.co.kr)

영화 ‘다 잘된 거야’

지난 13일 장뤽 고다르가 9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1960년대 프랑스 누벨바그의 선두주자였던 그는 세계에서 가장 활력 있고 도발적인 감독으로 평가되며 현대 영화언어의 발전이라는 면에서 큰 공을 세웠다. 그의 데뷔작 ‘네 멋대로 해라’(1960)는 영화평론가로 시작된 오랜 경력을 통해 관습에 도전하며 카메라, 사운드 및 서사에 대한 규칙을 다시 정리한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최근까지 활동한 유일한 그는 ‘이미지 북’(2018)이라는 작품으로 칸 영화제 특별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세계의 많은 영화팬들은 그의 사인에 더 놀라워했다. 고다르의 죽음에는 존엄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존엄사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개봉한 프랑스와 오종 감독의 영화 ‘다 잘된 거야’는 조력자살을 통해 이별의 과정을 그리면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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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엠마뉘엘(소피 마르소 분)는 뇌졸중으로 갑자기 쓰러진 아빠 앙드레(아드레 뒤솔리에 분)의 소식을 듣고 서둘러 병원으로 향한다. 언제나 당당하고 거침없던 아버지가 마비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자 그 모습이 당황스러웠지만, 아버지로부터 “끝낼 수 있게 도와달라”는 부탁에 더욱 황망해진다. 엠마뉘엘은 동생 파스칼(제랄딘 팔리아스 분)과 상의를 하지만 고집을 꺾지 않는 앙드레의 요청에 따라 결국 존엄사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존엄사를 주제로 가족 간의 사랑을 다룬다. 아버지가 쓰러진 9월, 존엄사를 결정한 12월 그리고 영원히 이별한 이듬해 4월까지 영화는 죽음을 앞둔 아버지와 딸의 이별 과정을 기록하듯 보여준다. 존엄사라는 민감한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결코 논쟁적이지 않으며 찬반의 의견도 개진하지도 않는다. 다만 러닝타임 내내 존엄사의 복잡하고 번거로운 과정을 다룰 뿐이다. 영화는 존엄사를 개인의 문제로, 특별한 작별의 순간을 앞둔 용기 있는 아버지와 진심으로 아버지를 응원하고 사랑하는 딸, 두 인물의 심경 변화에 집중하며 가족 이야기로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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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선택할 권리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앙드레는 생명에는 문제가 없지만, 오른쪽 신경이 마비되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게 된다. 잘나가는 사업가로 자신만만하던 사람이 남의 도움이 없이 배변처리도 목욕도 이동도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다. 수개월 동안 지난한 병간호 지친 엠마뉘엘은 권총을 아버지의 머리에 겨누는 꿈까지 꾼다. 85세의 앙드레는 이제 끝내고 싶으니 도와달라고 딸에게 부탁한다. 의학기술의 발달로 장수하게 됐지만, 생사의 경계가 흐릿해지면서 죽음에 대한 자기 결정권 욕구가 강해지고 있다.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이며 어떻게 죽을 것인가, 영화는 의미 있는 삶과 품위 있는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배우들의 연기가 깊이감을 더했다. 과거 누벨바그 감독들과도 호흡을 맞춘 앙드레 뒤솔리에는 50년 베테랑 배우답게 죽음을 앞둔 노년의 고통을 잘 표현해냈다. 특히 마비된 얼굴을 표현하기 위해 장시간 분장을 마다하지 않았고, 80년대 청춘 스타였던 소피 마르소는 애증의 관계에 있는 딸의 역할을 완벽히 소화해내어 존엄사에 대한 가족의 고뇌를 잘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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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2025년 65세 이상의 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다. 고령화가 진전되면서 존엄한 죽음에 대한 관심도 증대되어 최근 ‘웰다잉’ ‘죽음학’ ‘조력자살’과 같은 신간들이 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국회에서 조력 존엄사법이 발의되기도 했다. 특히 가족 돌봄이 어려워지고 있는 한국사회에서는 존엄사와 조력자살은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된다. 영화 ‘다 잘된거야’는 고령층 돌봄을 위한 제도구축과 좋은 죽음을 어떻게 정의할지, 존엄하게 죽을 권리에 대해 깊이 생각할 여지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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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 /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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