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현장] 조정훈, '개딸'에 담판 제안했지만 '아저씨'들만…면담장 '썰렁'


입력 2022.09.23 11:18 수정 2022.09.23 11:22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김건희 특검법' 반대에 李지지자 항의 폭발…공개 면담 제안

행사 시작 1시간여 동안 보수 성향 시민들만 참석…趙 응원도

趙 "우르르 몰려 다니며 공격? 민주주의 아냐…안 나와 서운"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김건희 특검법’을 두고 반대 입장을 밝힌 시대전환 조정훈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시민들과의 만남’을 갖고 있다. 조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반대를 이유로 개딸 등 더불어민주당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자 “현장에서 듣겠다”며 직접 만나자고 제안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23일 오전 10시 40분께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한 카페.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열성 지지층 일명 '개딸(개혁의 딸)'과의 공개 면담 자리를 마련한지 1시간여가 지났지만, '개딸'은 결국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조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으로, 이른바 민주당의 '김건희 특검법' 패스트트랙 지정을 위한 '캐스팅 보터'다. 패스트트랙 지정을 위해서는 법사위원 18명 중 11명의 동의가 필요한데, 민주당 소속은 10명이라 조 의원이 결정권을 쥔 셈이다. 하지만 조 의원은 지난 8일부터 특검법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조 의원과 의원실은 이 대표 지지자들로부터 문자 폭탄과 항의 전화에 시달려왔다. 그는 전날 보도된 '데일리안' 인터뷰에서 "많은 분이 문자 폭탄을 보냈고, 어떤 분은 전화를 11번 하고, 자필로 구구절절이 편지를 보낸 분들이 많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 대표 지지자들의 항의로 업무 마비 상태가 지속되자, 조 의원은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현장에서 여러분의 진짜 목소리를 들으려 한다. 오해가 있으면 오셔서 풀고, 궁금한 것이 있다면 내게 직접 답변을 들을 수 있다"며 "국회앞 작은 카페에서 여러분을 기다리겠다"고 공개 면담을 제안했다.


하지만 행사 시작 1시간이 지나도 '개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조 의원을 응원하거나, 보수 성향으로 추측되는 '남성' 5명만 면담에 나섰다.


가장 먼저 면담에 나선 80대 남성은 "여야를 떠나서 국회가 하는 것 보면 환멸을 느낀다"며 "국민은 결백하고 선량한 사람들인데, 왜 정치인들은 '국민이 용서 않겠다' 등의 발언을 하나. 국민 안 팔았으면 좋겠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과 이 대표 쌍방이 특검을 했으면 좋겠다"며 "얼마나 떳떳하지 못하면 못하겠느냐. 나같으면 하라고 하겠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의원은 "나도 정치 시작한지 2년반 됐지만, 정치판 볼 때마다 부끄러웠다"며 "이런 표현을 써도 될지 모르겠지만 '패거리 집단'이다. 우리 편은 무조건 맞아야 하고, 저쪽 편은 무조건 틀려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어 "초등학생들 봤을 때 부끄럽지 않은 장면을 만들어야 한다. 응원해 달라"고 덧붙였다.


두 번째로 면담을 신청한 70대 남성은 당초 면담 주제인 '김건희 특검법'에 관해서가 아닌, 전반적인 정치 상황에 대해 비판했다. 이 남성은 "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할 때 보면 사보임 하고 그래서 그것은 좀 아니다, 이런 생각을 가졌다"며 "조 의원이 잘하고 계시고 중심 잘 잡으시고, 우리나라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되시라"고 격려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김건희 특검법’을 두고 반대 입장을 밝힌 시대전환 조정훈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시민들과의 만남’을 갖고 있다. 조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반대를 이유로 개딸 등 더불어민주당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자 “현장에서 듣겠다”며 직접 만나자고 제안했다.(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교직에 있다가, 현재는 여론조사업체에서 근무한다는 한 남성은 "자기 이름과 신분을 떳떳이 밝히고 자기 말에 책임지는 사람만이 얘기할 수 있다"며 온라인 상에서 쏟아지는 '익명 비난'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이에 대해 조 의원은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내 의견이) 마음에 들던, 마음에 들지 않던 이런 자리에 나와서 혼내주시면 잘 듣겠다"며 "말씀해주신 것 잘 듣고 정치하는 데 있어서 책임감 가지고 중심 잡아서 하겠다"고 말했다.


네 번째 면담자로 나선 70대 남성은 조 의원에게 "일명 개딸들이라 칭하는데 2시간 정도 있었는데도 보이지 않는다. 조 의원은 개딸들이 한 명도 오지 않은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조 의원은 "한 분이라도 나와주시리라고 아직도 기대하고 있다. 나의 뜻을 이해하셨으면 한 분이라도 이 자리에 오시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남성은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상황이나 민생과 관련해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정쟁만 일삼는 것 아닌가, 필요 없는 특검은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나의 생각과 조 의원이 생각이 같아서 천만다행"이라고 밝혔다.


조 의원은 "지금의 정치는 국적이 아닌 당적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패거리 정치"라며 "김건희 특검은 패거리 정치를 제대로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솔직히 김 여사 의혹은 더 있다고 보지만, 지금처럼 나라를 두쪽내는 식으로 특검을 진행하면 내 소신은 같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면담자들의 발언 기회가 모두 끝나고 기자들과 가진 질의응답 시간에서 "내 생각이 틀렸으면 바꿀 의사가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나오지 않으시는 모습이 아쉽고 서운하다"며 "우르르 몰려 다니면서 한 사람 공격하는 게 민주주의는 아닐 것이다. 내 생각과 반대하는 사람이 있으면 마주 앉아서 내 의견과 그 사람의 의견을 들어보고 조율해가는 과정이 우리가 꿈꾸는 민주주의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현장'을 네이버에서 지금 바로 구독해보세요!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