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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에게 박수를!


입력 2022.09.26 07:07 수정 2022.09.26 07:05        데스크 (desk@dailian.co.kr)

그 걸로 ‘국격추락 외교참사’까지야

‘행동’의 때가 무르익었다고 여기나

민주당 의원들, 의를 위해 행동할 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들의 발언 순서를 논하며 웃음 짓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들의 발언 순서를 논하며 웃음 짓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겨냥해 욕설을 했다고 해서 정치권과 언론이 온통 난리다. 지난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뒤의 상황이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눈 후 동행한 박진 외교부 장관, 김성한 안보실장과 함께 퇴장하면서 윤 대통령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그 걸로 ‘국격추락 외교참사’까지야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


대통령실과 여당에서는 그런 말이 아니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우리도 1억 달러를 이 펀드(지난 2001년, 에이즈와 결핵, 말라리아 등 3대 감염병 퇴치를 목적으로 설립된 국제 기금)에 공여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우리 국회가 날려버리면 쪽팔려서 어쩌냐는 말이었다는 것이다(유튜브에 소개되는 영상을 통해서는 ‘쪽팔려서’만 제대로 들리던데, 청력에 문제가 있는 탓인지 모르겠다).


기자는 보고 들은 대로 보도했고, 대통령실은 그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하니까 과학적 방법을 동원해서 진실을 밝혀내면 된다. ‘대통령의 뒷담화’는 내외치를 불문하고 정치과정에서 좀처럼 들을 수 없는 양념일 수가 있다. “대통령이 어떻게 저런 말을!” 이런 반응이 있을 수 있다. 반대로 “대통령이 귀여운 데가 있네!”라고 보는 국민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뒷담화를 한 건 사실이니까, 좀 과했다 싶으면 바로잡고 사과하는 게 옳다. 대통령이 거짓말에 거짓말을 보태면 감당할 수 없는 국민적 불신에 직면할 수도 있다.


MBC 풀(pool)기자가 잘못들은 내용을 영상과 자막으로 언론사들에 제공한 것이라면 이 또한 시인하고 사과하면 된다. 과오나 실수를 인정하는 게 ‘언론자유’ 훼손일 리가 없다. “우리만 보도한 게 아니다”라는 것은 궁색한 해명이다. 풀기자가 취재해서 제공했으니까 다른 언론사도 같은 내용을 보도한 것 아닌가. 해당 행사의 풀기자가 MBC소속(뉴데일리, 9. 24)이었다면 다른 언론사의 기사가 바로 MBC기사일 것이다. 그런데 “나만 그랬냐?”고 반박하는 것은 억지다.


양 당사자측은 그럴 수 있다하고, 이걸 물실호기(勿失好機)로 여겨 ‘국격추락’ ‘외교참사’라며 공격하는 더불어민주당의 대응은 너무 호들갑스럽다. “기회는 이때다”라고 여기는 것 같은데 이런 문제가지고 찧고 까불고 하면 듣는 사람들이 웃는다. 외국 순방 중인 대통령이 자신의 측근과 소근 거린 말을 수행기자가 엿듣고 동네방네 퍼뜨린 게 팩트다. 그런 걸 가지고 미국 사람들이 국격을 따질 것 같지는 않아서 하는 말이다.

‘행동’의 때가 무르익었다고 여기나

국민의힘 측에서 반박하듯이 ‘대통령 외유와 국격’을 이야기하려면 문재인 전 대통령의 ‘중국 혼밥’부터 말하는 게 순서다. 국빈방문 3박 4일간 식사 열끼 중의 두끼만 중국 측의 대접을 받았다. 그것도 한끼는 환영만찬이었고 다른 한끼는 중국 충칭시 당서기 천민얼과의 오찬이었다. 문 대통령을 따라가던 우리 측 수행기자가 중국 측 경호원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하는 사태까지 벌어진 ‘국빈방문’이었다. 지금 민주당은 어느 입으로 ‘국격’ 운운한다는 것인지, 그 심리상태가 궁금하다.


민주당 의원들이 호통을 쳐대고 있는 상황에서 이재명 당 대표가 ‘의’와 ‘불의’를 말하고 나섰다. 그는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


“불의를 방관하는 건 불의입니다. 의를 위한다면 마땅히 행동해야 합니다.”

(이 대목에서 어찌 박수를 아끼랴!)


같은 날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도 “할 수만 있다면 담벼락에 고함이라도 치라셨던 김대중 선생은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고 했다”는 글을 올렸다. 대선 기간 중에도 했던 말이다.


갑자기 왜 ‘의’ ‘불의’ ‘양심’ ‘행동’이라는 말을 쓰며 선동하듯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윤 대통령이 미국 의회 혹은 한국 국회를 ‘이 XX들’(‘이 새끼들’로 인터넷에 퍼지고 있다)이라고 지칭했다 해서 ‘불의’라고 할 수는 없다. ‘불의’란 그런 경우에 쓰이는 용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 윤 대통령의 말을 겨냥해 쓴 글은 아니라고 하겠다. 그날 도심에서 벌어진 민주노총의 대규모 집회를 지지하고 격려하는 뜻이었을까? 그렇게 보기도 어렵다. 민노총은 ‘정의’의 대변자가 아니다. 사용자들에 맞서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이익단체일 뿐이다.


그렇다면 정치적·사법적으로 궁지에 몰린 이 대표 자신을 위해 궐기하라는 선동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과 그의 정부가 궁지에 몰린데다 뉴욕 실언 사태까지 겹쳤다. 민생이 악화되면서 노동자들의 저항운동이 다시 점화될 계기를 맞은 분위기다. 게다가 민노총이 행동으로 나섰다. “바야흐로 때는 무르익었다”라고 여겼을 수가 있다.


그런데 이 대표의 말은 자승자박이다. ‘이 새끼’(설령 윤 대통령이 그렇게 말했다 해도)는 불의라 할 수 없지만 자기 형수에 대해 한 욕설은, 인륜에 비추어 명백한 ‘불의’다. 그는 대선 기간 중 유권자들에게 사과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당사자인 형수에게 사과했다는 말은 들리지 않았다. 이 대표의 ‘의(義)’는 어떤 것인가? 이 반인륜적 행패에 대해 행동하지 않으면 그것도 불의 아닌가?

민주당 의원들, 의를 위해 행동할 때

자신의 조카가 여자 친구와 그 어머니를 흉기로 37번이나 찔러 살해했는데 그는 ‘데이트폭력’으로 규정하면서 ‘충동조절능력의 저하로 심신미약의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그 스스로 페이스북 글을 통해 피해자 유족에게 ‘미숙한 표현’을 사과했다(대선기간 중 다급해서 그랬을 개연성도 있지만). 그게 양심에 어긋나는 변론이었음을 깨닫지 못했을 리 없다. 행동은커녕 양심을 꿀꺽 삼켜버린 그는 ‘악의 편’을 자처한 것인가?


이 대표는 많은 의혹(의심할만한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그런 종류의 의혹)에도 불구하고 집권 여당의 대선 후보로 나섰고, 낙선하자 바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 당선했다. 이어 거대 제1야당의 대표가 됐고, 그 덕분에 거당적인 보호를 받고 있다. 민주당은 그와 관련된 일련의 검·경수사가 ‘정치탄압’이라며 결코 묵과하고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겁박하는 중이다. 왜 그토록 집요하게 자리 욕심을 부렸는지 이로써 짐작할 수가 있다. 똑똑하기로 소문났다는 이 대표가 이 정도 그림을 그리지 못했을 리가 있겠는가.


“올바른 신하는 사악한 신하를 가리켜 사악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악한 신하 역시 올바른 신하를 사악하다고 합니다. 그러니 군주는 혜안을 가지고 분간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당나라 무종(武宗) 때 재상 이덕유가 황제에게 한 말이다(十八史略).


민주당 의원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표현을 빌리자면 ‘좋은 대학 나오고 크게 성공하신 분들’(최소한 ‘크게 성공하신 분들’인 건 확실하다)이라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의(義)와 불의(不義), 정인(正人)과 사인(邪人)을 구분할 줄 아는 안목은 충분히 갖췄음직하다. 이를 부인하는 의원은 단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마땅히 이 대표가 내놓은 화두(話頭)에도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의를 위해 행동하라!”


어떤 행동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지성이 남다를 게 틀림없는 의원 각자의 판단 몫이다.


ⓒ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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