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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은 '삼성·LG', 알맹이는 '중국산'...가전 위탁생산의 명암


입력 2022.09.29 06:00 수정 2022.09.28 17:52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소형 생활가전 등에서 ODM·OEM 많아져

일각에선 '중국산 텍갈이'라는 지적도

향후 국내 부품 생태계 경쟁력 저하 우려도

업계 "위탁 생산, 장점도 많아"

2022년형 창문형 에어컨 '윈도우핏(Window Fit)' 제품 이미지.ⓒ삼성전자 2022년형 창문형 에어컨 '윈도우핏(Window Fit)' 제품 이미지.ⓒ삼성전자


국내 양대 가전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내놓는 소형 생활가전 중에서 ODM(제조자 개발생산)·OEM(주문자 상표부착 생산)이 상당수 차지한다는 사실이 조명되며 우려를 낳고 있다. 최근 양사가 각각 오랜 기간 단종됐던 제품을 재출시하면서 해당 부분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 5월 중소형 에어컨을 시장에 내놨다. 그간 중소기업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창문형 에어컨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 냉방 성능 등을 더욱 개선시켜 시장에 각각 재진출한 것이다.


삼성전자의 '윈도우핏', LG전자의 '휘센 오브제컬렉션 엣지'가 각각 그것인데, 다소 차별화된 디자인 외에도 양사 제품은 또다른 차이가 있다. 가격이다. 당초 LG 제품이 100만원 초반대의 가격을 형성한 것과 달리 삼성 제품은 90만원대 가격을 형성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창원 공장에서 자체 생산을 한 LG와 달리 삼성전자는 중국 요오 일렉트릭 (Yoau) 업체에서 생산을 담당하는 OEM 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인건비나 원가를 상대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삼성 제품이 경쟁사 제품보다 저렴한 소비자가를 자랑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물론 LG전자 역시 이러한 위탁생산 형식으로 제조하는 IT 및 모바일 가전이 있다.대표적으로 올해 안에 출시될 태블릿 '프로젝트 제타(모델명 10A30Q)'는 중국 '후이저우 헤그 테크놀로지(HUIZHOU HEG)'가 ODM 방식으로 생산한다. 아울러 무선이어폰 톤프리 역시 국내 업체 '블루콤'이 맡아 ODM으로 제조한다.


사실 위탁 생산은 고도의 제조기술을 요하지 않는 제품에 한해서는 매우 큰 장점을 지닌 생산방식이다. 기업의 공장 부지와 생산 능력에 따라 오히려 위탁생산 방식이 제조 시설 및 인건비를 줄일 수 있는 요인이 돼 궁극적으로 합리적인 소비자 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


다만 제품 품질관리 측면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특히나 설계를 직접하되 생산만 위탁하는 OEM 형식이 아닌, 모든 설계와 생산을 하청업체에서 담당하는 ODM 방식은 사실상 '로고 텍갈이'와 다름없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더 큰 불만을 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다.


성능 부분에서도 이러한 문제가 제기된다. 삼성전자의 2022년형 '인버터 제습기'는 'Wuhu Maty'라는 중국 업체가 설계부터 생산까지 도맡는 ODM 방식으로 만든 제품이다. 비스포크 색상은 적용됐지만 삼성전자 스마트홈 플랫폼 '스마트싱스'가 적용되지 않는다.


삼성전자 측은 "대부분의 위탁생산은 직접 삼성에서 개발에 참여하고 자체제작과 같은 수준의 관리 방식으로 협력해 생산하는 OEM 형식"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해당 제품들의 대부분의 위탁 생산이 중국 기업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는 사실상 '중국산'이라고 볼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아울러 향후 중화권 생산 및 부품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면 자국 공급망에 차질이 생겼을 때 가격 협상력이 떨어지거나,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가 절감도 중요하지만, 자국 부품 생태계 역시 잘 고려해야한다는 차원에서다.


그럼에도 가전업계에서는 "ODM, OEM 생산은 기업 수익성 개선을 위해 필수적인 수단"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사업장이나 생산 능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사실상 이런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이득"이라며 "제품 성능과 품질 관리 측면에 있어서 신경을 쓰되 비용 절감을 위해 기업들이 점차 위탁생산 물량을 늘려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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