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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가요계 장악한 걸그룹


입력 2022.10.15 07:07 수정 2022.10.15 07:07        데스크 (desk@dailian.co.kr)

블랙핑크. ⓒ 연합뉴스 블랙핑크. ⓒ 연합뉴스

이미 원더걸스, 소녀시대, 카라 등을 필두로 한 2세대 걸그룹에 의해서 걸그룹 전성시대가 열렸었다. 걸그룹은 보이그룹에 비해 친숙한 노래와 따라 하기 쉬운 안무를 하는 경우가 많아서 보이그룹보다 더 광범위한 인기를 누렸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우리 걸그룹들이 해외에서 인기를 얻기도 했다.


그런데 올해 걸그룹 전성시대가 더 심화됐다. 2022년 가요계의 가장 큰 특징을 꼽으라면 바로 걸그룹 초강세가 떠오를 정도로 올해 걸그룹 신드롬이 뜨거웠다. 3세대 걸그룹인 블랙핑크는 세계 최고 걸그룹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고, 트와이스가 뒤를 이었다. 4세대 걸그룹인 에스파, 아이브, 르세라핌, (여자)아이들, 뉴진스 등도 인기를 모았다. 2세대인 소녀시대도 컴백했다.


2세대가 열었던 첫 걸그룹 전성시대 때는 걸그룹의 성적이 보이그룹의 성적을 따라가지 못했었다. 보이그룹의 노래와 무대는 난해하거나 낯설고 고난도일 때가 많다. 그래서 많은 국민들에게 인기를 얻지는 못하지만 열정적인 팬덤이 형성된다. 그 팬덤에 의해 음원, 음반, 공연 등에서 막대한 수익이 만들어진다. 바로 이점이 보이그룹이 걸그룹을 압도한 배경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걸그룹의 성적이 폭등했다. 2022년 상반기 음원 판매량 중 걸그룹 점유율이 78%에 달한다. 9월 마지막 주 서클차트 글로벌 K팝 차트의 20위권에 두 곡을 제외한 모든 곡이 걸그룹의 노래였다. 특히 과거 음반성적에서 보이그룹이 앞서나갔었는데, 올해 블랙핑크의 정규 2집 ‘본 핑크’는 무려 214만 장이 팔려나갔다. 이른바 더블 밀리언셀러다.


이렇게 걸그룹이 보이그롭 못지않게 매출을 올리게 되자 업계에서 걸그룹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었다. 걸그룹 투자를 기피했던 기획사들의 태도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걸그룹 초전성시대는 블랙핑크가 열었다. 블랙핑크는 YG엔터테인먼트의 걸그룹인데, 데뷔 때부터 기대를 모았다. YG의 첫 걸그룹인 투애니원은 다른 걸그룹들과 달랐었다. 기존 걸그룹들은 소녀의 매력이나 섹시미 등을 내세웠는데 이는 모두 남성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반면에 투애니원은 자신감 넘치는 자기표현에 중점을 뒀다.


그 색깔을 그대로 이은 것이 블랙핑크다. 그러면서 외모의 상업적 경쟁력도 강화했다고 해서 등장하기 전부터 화제를 모았었다. 국내 데뷔 직후엔 평가가 엇갈렸지만 어쨌든 성공을 거뒀다. 그런데 해외에서 더 거대한 반향이 나타났다. 동남아시아와 서구권에서 신드롬이 터진 것이다.


블랙핑크의 당당한 스타일이 해외에서 크게 환영 받았다. 최근 들어 페미니즘 열풍이 번지면서 여성의 주체성에 대한 자각이 생겨나고 있다. 블랙핑크의 스타일이 그런 시대흐름과 맞물리면서 그녀들은 일약 세계 최고급의 스타로 우뚝 섰다. 단순히 인기 있는 가수 수준이 아니라 지구촌 Z세대 여성들의 ‘워너비’가 됐다.


블랙핑크가 이렇게 엄청난 성공을 거두면서 당당한 자기표현을 내세우는 걸그룹들이 잇따라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페미니즘 열풍과 함께 걸크러시 신드롬이 일었다. 이런 사회변화로 여성 소비자들의 의식이 바뀌면서, 보이그룹만을 추종했던 여성팬들이 걸크러시 걸그룹의 팬덤을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과거 보이그룹이 독식했던 여성팬덤을 걸그룹이 가져가게 되자 걸그룹의 성적이 수직상승했다. 바로 그래서 올해 걸그룹이 가요계를 주도하게 된 것이다. 2세대의 첫 걸그룹 전성시대 당시엔 걸그룹의 팬들을 삼촌팬이라고 했었다. 하지만 2022년엔 여성들이 걸그룹 팬덤의 주력이다. 일단 걸그룹의 여성팬덤 문화가 자리 잡자, 걸크러시가 아닌 뉴진스 같은 팀에도 여성팬들이 몰리면서 걸그룹 시장의 파이가 커지고 있다.


그래서 올해는 케이팝 전성시대가 시작된 이래 걸그룹이 보이그룹을 압도한 최초의 해가 됐다. 걸그룹이 그동안 닦아온 실력과 여성들의 각성이라는 사회적 변화가 만나 빅뱅이 터진 것이다.


ⓒ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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