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붓아버지의 아동학대와 성폭행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청주 여중생 투신 사건과 관련해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18일 유족 측은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에 이르도록 방조한 의혹을 수사해달라"고 촉구했다.
지난해 5월 12일 충북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22층 아파트 옥상에서 친구 사이인 A양과 B양이 함께 투신해 숨졌다. 성범죄와 아동학대 피해자로 경찰 조사를 받던 여중생 2명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다.
가해자는 B양의 의붓아버지인 C씨이다. 또래 친구였던 A양과 B양에 성폭행을 가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지난 9월 대법원에서 징역 25년형을 받았다.
이날 유족 측은 가해자가 성폭행 혐의만 유죄로 인정된 것을 두고 "수사과정에서 저지른 아동학대와 극단적 선택 방조 혐의를 원점서 수사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피해자 A양 유족은 "가해자가 의붓딸(B양)과 딸(A양)을 성폭행하고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의붓딸을 학교에 보내지도 않고, 정신과 진료도 중단시키는 등 극단적 선택을 방조했다"며 "가해자가 의붓딸의 휴대전화 기록을 감시했던 정황을 고려할 때 극단적 선택을 알고도 이를 묵인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A양 유족에 따르면, B양은 지난해 4월 23일 자해했고 일주일 뒤인 4월 30일 A양을 만나 한 차례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이후 A양과 B양은 5월 8일부터 재차 극단적 선택을 준비하자는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이들은 이날부터 극단적 선택이 있기 하루 전인 5월 11일까지 만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 측은 가해자가 B양의 휴대전화 기록을 임의적으로 조작한 의혹도 제기했다. 휴대전화 포렌식 기록에 따르면, B양은 3월 28일부터 4월 22일 사이 휴대전화로 음란물 사이트를 200여 회 방문했다.
A양 유족을 돕고 있는 김석민 충북지방법무사회장은 "누군가 음란물 사이트 다수 방문해 인위적으로 B양 성폭행 피해 진술을 왜곡시키려 한 의도로 보인다"며 "4월 4일은 오후 8시52분부터 8시58분까지 6분 동안 54건을 방문했다. 무언가 보는 데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 음란물 사이트 방문 횟수를 늘리려는 목적이 분명하다. 'B양이 평소 음란한 꿈을 꾸었다'는 증거를 남겨두려 한 소행인 것 같다"고 말했다.
유족 측은 "공판 기록과 가해자 진술, 정신과 의사의 법정 증언을 보면 C씨는 B양 휴대전화 메시지와 통화기록을 감시했다"며 "누구를 만나는지, 성폭행 피해자인 딸(A양)과 만나 어떤 얘기를 하는지 등 속속들이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로 한 날짜와 방법 등을 C씨가 미리 알고 있었지만 막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경찰이 C씨의 5월 12일 행적을 낱낱이 파악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 국정감사에서 충북경찰청은 '청주 성폭행 피해 여중생 투신사건'으로 집중포화를 맞았다. 사건을 수사한 충북경찰청은 국감에서 제기된 부실수사 의혹을 벗기 위해 지난달 25일 최기영 충북청 자치경찰부장을 단장으로 한 진상조사단을 가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