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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파인 다이닝과 과시적 소비문화


입력 2022.12.08 15:32 수정 2022.12.08 15:32        데스크 (desk@dailian.co.kr)

영화 ‘더 메뉴’

“이건 정말이지 예술이야!” 음식을 맛있게 먹는 것을 넘어 감탄의 지경에 이를 때 이런 말을 하곤 한다. 고급식당(파인 다이닝)에서 셰프의 계획하에 제공되는 음식을 보면 지휘자에 따라 한 편의 교향곡을 감상하는 것 같다. 그래서 음식을 만드는 요리 행위 그리고 요리사를 각각 예술 작품과 예술 활동 그리고 예술가에 견주기도 한다. 그러나 음식의 지나친 고급화나 예술화는 맛을 중요시하는 음식의 본질을 잃게 할 수 있다. 최근 예술과 음식이 맞닿은 영화 ‘더 메뉴’가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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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 섬에 위치한 고급 레스토랑의 디너 가격은 180만원이다. 그곳 파인 다이닝의 셰프(랄프 파인즈 분)는 커플, 비즈니스맨, 비평가, 연예인, VIP 고객 등 12명의 셀럽들을 초대해 그들에게만 주어지는 특별한 요리를 제공한다. 그중 커플인 타일러(니콜라스 홀트 분)는 환호하지만 마고(안야 테일러 조이 분)는 무언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다. 코스 요리가 하나씩 나올 때마다 셰프가 설계한 완벽한 계획하에 기이한 일들이 펼쳐진다. 그리고 그들이 초대받은 이유와 숨겨졌던 위험한 비밀이 밝혀진다.


창작과 소비 그리고 산업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들이 유쾌하게 풍자된다. 사회 풍자 영화 ‘돈 룩 업’의 감독 아담 맥케이가 제작에 그리고 ‘왕좌의 게임’의 마크 미로드가 감독을 맡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영화가 단순한 음식영화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더 메뉴’는 음식영화를 표방하지만 예술이라는 매체에 대한 은유를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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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는 감독이며 메뉴는 콘티고 종업원은 스텝과 창작자에 비유된다. 그리고 영화는 예술에 대해 하나의 잣대로 평가하거나 정답을 찾으려는 예술 소비 형태를 꼬집는다. 또한 예술을 해석에만 집중하지 말고 음식의 맛을 음미하듯 천천히 즐길 것을 말한다. 돈으로 메뉴를 바꾸려는 손님들, 예술이 자본에 의해 좌우되는 현실도 꼬집는다.


고급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집착과 그들의 문화를 녹여냈다. 현대인들은 더 좋은 곳, 더 특별한 경험을 선호한다. SNS가 발달하면서 이러한 취향은 더 강해졌는데 자신의 특별함을 온라인에서 자랑하는 일종의 과시욕 때문이다. 호손 레스토랑에 도착한 12명의 손님은 직업도 다양해서 값비싼 경험이 목적인 사업가, 자랑거리가 필요한 배우,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늘어놓고 싶어 하는 비전문가, 그럴싸한 말만 늘어놓는 평론가 등이다. 이들은 현대 사회에 분포된 다양한 인물상을 표현한다. 코스 요리에 맞춰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들을 쏟아내면서 자신들의 치부를 드러낸다. 영화는 부르주아의 과시적 소비에서부터 유명인에 대한 맹신까지 냉소적으로 풍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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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개성 넘치는 연기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셰프 역을 맡은 연기파 배우 랄프 파인즈는 레스토랑의 모든 일을 계획하며 차분하고 냉소적인 모습으로 관객들로 하여금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여기에 안야 테일러 조이가 마고를, 니콜라스 홀트가 미식가 타일러를 맡았다. 이외에도 홍 차우, 자넷 맥티어, 주디스 라이트, 리드 버니, 존 레귀자모 등이 출연해 라인업을 완성했다. 12명의 배우들의 활약이 영화의 매력을 살린다.


최근 우리 사회는 과시적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SNS와 유튜브로 개인방송이 보편화되면서 이러한 취향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영화 ‘더 메뉴‘는 유명 셰프의 음식을 먹어봤다는 경험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자리 잡은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을 배경으로 우리의 과시적 소비문화를 풍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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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 /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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