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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관치’에 빛바랜 우리금융 ‘완전민영화’ [기자수첩-금융증권]


입력 2023.01.25 07:00 수정 2023.01.25 07:00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손태승 회장, 금융당국 압박에 ‘용퇴’

차기 회장 조건...전문성 + 조직통합

우리금융그룹 사옥 ⓒ 우리금융그룹 우리금융그룹 사옥 ⓒ 우리금융그룹

“남 일 같지 않습니다. 씁쓸하네요.”


지난 18일 손태승 우리금융회장이 4년여간의 임기를 마치고 ‘용퇴’ 결정을 내리자 한 동종 업계 관계자는 이같이 밝혔다. 금융권을 강타한 신(新)관치에 ‘은행맨’들이 경계감과 함께 자조섞인 반응을 내비치고 있다.


손 회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우리금융 회장 연임에 나서지 않고 최근 금융권의 세대교체 흐름에 동참하겠다”며 “이사회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서 완전민영화 가치를 바탕으로 그룹의 발전을 이뤄갈 능력 있는 후임 회장을 선임해주시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당초 손 회장은 재연임 의지가 강했으나, 금융당국의 라임펀드 관련한 고강도 제재와 사퇴 압박으로 결국 백기를 들었다. 4대 금융그룹에서는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에 이어 두 번째로 연임 포기 의사를 밝힌 것이다.


어찌 됐든 우리금융 차기 회장 인선 절차가 급물살을 탔지만 여전히 뒷말은 무성하다. 손 회장이 CEO로써 사모펀드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이 분명 있으나, 금융당국의 인사 개입이 도를 넘었다는 시선이다. 개인 및 기관의 명예 회복을 위한 소송조차 사전에 차단하려는 듯한 금융당국의 발언 역시 과도하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최대 숙원이었던 ‘완전민영화’를 이뤄냈다. 주주 구성 역시 금융사가 대다수인 과점 형태다. 지주 회장의 재연임 여부는 엄밀히 말해 주주들이 판단해야 할 문제다. 비단 우리금융 뿐만 아니라 조용병 회장의 용퇴 결단을 두고서도 금융당국의 압박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우리금융 차기 회장 후보는 내부 출신인 이원덕 우리은행장과 외부 출신인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2파전으로 압축되는 모양새다. 관치금융 논란과 세대교체 흐름에 발맞추려면 내부인사가 유력하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다만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금융당국과의 원만한 관계 형성을 위한 외부인사 영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임추위는 1차 후보군(롱리스트)으로 8명을 선정했고, 오는 27일 2차 후보군(숏리스트)으로 2~3명을 추린다. 차기 우리금융회장은 전문성은 물론 조직 및 위기관리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이는 인사가 돼야 한다.


현재 우리금융은 펀드 사태, 거액 횡령사건에 이어 CEO 인사로 조직 사기가 바닥을 찍고 있다. 이 가운데 라임펀드 불완전판매 관련 금융당국을 상대로 기관 행정소송에도 나선다. 차기 회장이 짊어져야 할 왕관의 무게가 무겁다. 우리금융의 ‘완전민영화’는 아직도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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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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