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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부·극지연구소, 860m 빙하 뚫어 해저 탐사…세계 네 번째


입력 2023.01.30 11:01 수정 2023.01.30 11:01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남극 빙하 녹는 속도 파악 위해

열수시추 탐사 방법으로 얼음 녹여

2025년 1300m 깊이 도전 예정

해양수산부와 극지연구소가 남극 난센 빙붕에서 860m 두께 얼음을 뚫고 있는 모습. ⓒ해양수산부 해양수산부와 극지연구소가 남극 난센 빙붕에서 860m 두께 얼음을 뚫고 있는 모습. ⓒ해양수산부

해양수산부와 극지연구소는 남극 난센 빙붕 860m 두께 얼음을 뚫고 빙하 아래 해저를 탐사하는 데 성공했다고 30일 밝혔다.


탐사는 우리나라가 주도하고 영국 남극조사소가 참여했다. 이번 빙하 해저 탐사 성공은 전 세계 빙붕 ‘열수시추’ 탐사 가운데 네 번째로 두꺼운 얼음을 뚫은 기록이다.


빙붕은 남극 대륙빙하와 이어진 수백 미터 두께 얼음덩어리다. 바다에 떠 있으면서 빙하가 바다에 빠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열수시추는 90˚ 이상으로 끓인 물을 얼음에 고압으로 뿌려 구멍을 만드는 기술이다.


해수부에 따르면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피해에 미리 대응하기 위해서는 남극 빙하가 얼마나 빨리 녹아내릴지, 이로 인해 해수면이 얼마나 상승하게 될지 예측하는 것이 필수다.


이런 과정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바다와 맞닿은 남극 빙붕 아래쪽 해양환경(수온, 염도, 유속 등)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는 빙붕은 바다와 맞닿은 대륙빙하(지반선 부근)에 가까워질수록 얼음이 두꺼워지는 특성이 있어 얼음을 뚫고 아래쪽을 관측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극지연구소 이원상 박사 연구팀은 빙붕 아래 남극 바다를 탐사하기 위해 열수시추 방식으로 얼음을 뚫는 데 성공했다. 열수시추 때에 만들어놓은 구멍(시추공)이 다시 얼어 막히기 전에 끝까지 뚫고 관측 장비를 설치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를 위해 얼음을 뚫는 주변 지역 크레바스(빙하가 갈라진 틈)를 정밀하게 조사했다. 지속해서 열을 공급할 수 있어야 하며, 많은 물을 확보해야 하는 등 어려운 조건을 이겨내야 하는 고난도 기술이다.


극지연구팀은 영국 남극조사소 연구진과 함께 지난해 12월 남극장보고과학기지에서 약 30km 떨어진 난센 빙붕에 캠프를 설치했다. 얼음 아래에 거대한 공간을 만들어 물을 채우는 방법으로 물을 확보했다. 이어서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42시간 열수시추 끝에 860m 두께 얼음을 뚫는 데 성공했다.


해수부는 “이번 난센 빙붕 시추는 1300m 가까이 되는 두께 빙붕 열수시추를 하기 위한 기술 확보가 목적”이라며 “이번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연구팀은 2025년에 서남극 스웨이츠 빙하에서 빙붕 열수시추(1100~1300m)에 도전하여 빙붕 하부를 탐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해수부는 스웨이츠 빙하 지역 하부를 탐사하게 되면 빙하가 녹는 속도를 더욱 정확히 예측하고 기후변화 예측 모델의 정확도를 향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한편, 스웨이츠 빙하는 남극에서 가장 빠르게 녹고 있는 빙하로 전부 녹으면 지구의 평균 해수면이 65cm 오를 것으로 추측된다. 이 경우 주변 다른 빙하가 녹는 것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어 ‘운명의 날’ 빙하로 불린다.


조승환 해수부 장관은 “남극의 혹독한 추위와 강풍이라는 극한 환경에서 1000m에 가까운 두꺼운 얼음을 단기간에 뚫고 그 아래를 탐사하는 것은 인류의 한계에 도전하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우리나라의 이러한 성공이 이어질 수 있도록 관련 연구를 지원하고, 이를 통해 더욱 정밀하게 해수면 상승을 예측하는 등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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