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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수출규제 직격탄 맞은 中 반도체산업 고사 위기


입력 2023.02.26 07:16 수정 2023.02.26 07:16        김규환 기자 (sara0873@dailian.co.kr)

‘중국 메모리반도체 투톱’ 새 공장건설 1~2년 늦춰질듯

EUV 노광장비 못 받은 SMIC, 지난해 4분기 매출 급감

지난해 7월 이후 中 반도체 업계에 사정 한파도 몰아쳐

올봄 수출규제에 일본·네덜란드 동참하면 파괴력 倍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6일 세계 최대 파운드리인 대만 TSMC가 미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짓고 있는 공장건설 현장을 찾아 연설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6일 세계 최대 파운드리인 대만 TSMC가 미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짓고 있는 공장건설 현장을 찾아 연설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중국 반도체산업이 고사(枯死)위기에 직면했다. 미국 주도의 대(對)중국 반도체장비 수출규제로 신규 공장건설에 제동이 걸리고 폐업하는 업체들도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반도체 굴기(崛起)’가 무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의 대중 수출통제 조치가 본격화하면서 ‘중국 메모리 반도체 투톱’인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의 창장춘추(長江存儲·YMTC)와 안후이(安徽)성 허페이(合肥)의 창신춘추(長鑫存儲·CXMT) 신규 공장건설에 제동이 걸렸다고 일본 닛케이아시아가 지난 19일 보도했다.


닛케이는 YMTC가 제2공장에 전력장비 등을 설치했지만 칩 제조장비 설치가 이뤄지지 않은 탓에 언제 가동될지 불투명하고, CXMT 제2공장 역시 가동되려면 1~2년을 기다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YMTC의 한 엔지니어는 "제2공장 완공 지연으로 지난달 전 직원의 10%가량 해고됐고, 대졸사원 채용이 중단됐다"며 "회사의 미래가 불안하다"고 털어놨다.


YMTC는 쯔광(紫光·Tsinghua Uni)그룹이 '빅펀드'로 불리는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의 지원을 받아 2016년 설립한 낸드 플래시 업체다. 2021년 128단 3D 낸드 양산에 들어가고 애플이 아이폰에 YMTC 칩 탑재를 결정했을 정도로 글로벌 낸드 시장에서 자리매김했다. 덕분에 2020년 1000억 위안(약 18조 8000억원)을 투입해 제2공장을 건설해 생산능력을 3배로 늘릴 작정이었다.


하지만 미 정부가 지난해 10월 중국에 반도체 제조를 위한 기술과 장비수출을 금지하는 바람에 상황이 급변했다. 미 상무부는 18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플래시, 14㎚ 이하 로직 칩(시스템 반도체)을 생산하는 중국 기업에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미국은 세계 1위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Applied Materials·AMAT) 등 세계 반도체장비의 40%를 공급하고 있다. 상무부는 이어 12월에 YMTC 등 중국 36개 기업을 수출통제 명단(entity list)에 올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31일 열린 제2차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집단학습에서 국제경쟁전략과 관련해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서) 외국의 목조르기 문제를 해결해 과학기술 분야에서 선두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 신화/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31일 열린 제2차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집단학습에서 국제경쟁전략과 관련해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서) 외국의 목조르기 문제를 해결해 과학기술 분야에서 선두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 신화/뉴시스

이에 미 반도체장비 업체들은 중국에서 철수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지난해 수출규제 발표 직후 AMAT와 램리서치, KLA 등 100명이 넘는 미 엔지니어들이 일시에 공장 현장을 떠났다”고 전했다. 때문에 YMTC는 제2공장 가동이 연기되고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포스트(SCMP)는 “YMTC가 6000명의 직원 가운데 10%가량 해고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9월에는 양스닝(楊士寧) YMTC 최고경영자(CEO)가 물러나는 내우(內憂)에 이어 10월에는 YMTC의 확장계획을 지원하던 미국 엔지니어들마저 떠나는 외환(外患)까지 겹친 것이다.


CXMT도 마찬가지다. 2016년 설립돼 D램에 2000억 위안을 퍼부었고, 1만 6000건의 특허를 보유한 CXMT는 제2공장 건설과 새 연구·개발(R&D)센터 건립이 연기됐다. 올해 가동하려던 제2공장은 건설이 늦춰져 2024~2025년 완공될 예정이다. 제2공장 사무동은 완공됐지만, 생산공장과 연구·개발 시설은 건설 초기단계인 만큼 연내 완공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이다.


CXMT는 주로 20㎚의 구식 공정을 활용하는 만큼 직접 타격을 피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핵심장비를 공급받지 못하고 미 엔지니어도 이탈함에 따라 구식 공정 확장마저 쉽지 않은 형편이다. CXMT의 한 엔지니어는 "제2공장은 올해 운영을 개시할 예정이었지만 건설이 지연됐다"며 "대학원생 채용도 일시 중단됐고 사업부에 따라 5~7%의 인력을 감축하고 있다"고 전했다.


YMTC와 CXMT는 시 주석이 첨단산업 육성책인 ‘중국제조 2025′를 발표한 이듬해인 2016년에 설립된 업체들이다.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 70%’라는 목표를 세운 중국은 낸드 메모리는 YMTC, D램은 CXMT, 파운드리(위탁생산)는 중신궈지(中芯國際·SMIC), 팹리스(설계전문)는 하이쓰(海思·Hisilicon) 등으로 세분화해 집중 육성했다.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파운드리는 1% 안팎이고 소자본 창업이 가능한 팹리스가 65%로 가장 많다. 소재·장비 업체는 20%가량을 차지한다.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은 2021년 기준 24% 수준이다.


그러나 미 제재로 기업들의 투자와 실적이 저조해 중국 반도체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인 가트너는 지난해 4분기 150억 달러(약 19조 4000억원)였던 중국의 반도체 설비투자가 올해는 분기당 100억 달러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고 투자도 구식 공정 장비나 기술에 국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반도체장비 수출 규제로 제2공장 건설이 지연되고 있는 YMTC의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반도체 공장. ⓒ YMTC 홈페이지 캡처 미국의 반도체장비 수출 규제로 제2공장 건설이 지연되고 있는 YMTC의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반도체 공장. ⓒ YMTC 홈페이지 캡처

중국 최대 파운드리인 SMIC는 지난해 4분기 매출이 전분기보다 15% 감소했다. 올 1분기 매출도 4분기보다 10∼12%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SMIC는 네덜란드 ASML이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제공하지 않기로 하면서 45nm 이상의 구식 프로세스 노드를 사용하고 있다. SMIC는 지난해 ASML 장비 없이도 세계 최대 파운드리인 대만 TSMC의 7nm프로세스 노드 기술과 맞먹는 칩을 생산해 눈길을 끌었으0나, 미 규제와 부족한 개발비를 고려할 때 장기적 생존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특히 폐업하는 업체들도 대폭 늘어났다. 기업정보업체 치차차(企査査)에 따르면 지난해 문닫은 중국 반도체 기업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68%나 폭증한 5746곳에 이른다. 폐업한 반도체 기업 수는 2019년 1294곳, 2020년 1397곳이었으나 2021년 3420곳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여기에다 일본과 네덜란드가 수출규제에 동참하면 중국은 반도체 산업에 돈이 아니라 장비가 없어 시설투자를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앞서 지난달 27일 미국이 일본·네덜란드와 첨단 웨이퍼 제조장비의 중국 수출을 막기로 합의한 까닭이다.


SCMP는 “중국 반도체 산업이 잃어버린 입지를 회복하고 기술격차를 좁히는 데 최소 20년은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디지털 경제가 국내총생산(GDP)의 39.8%를 차지하는 중국이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고급 웨이퍼가 필요하지만, 서방의 수출규제로 반도체산업이 타격을 입어 중국이 전례없는 곤경에 처했다는 얘기다.


미·일, 네덜란드가 손잡고 수출규제에 나서면 첨단장비 수급이 어려워지며 초미세공정 기술 경쟁력 확보에 차질이 생긴 중국 반도체 업체들은 생산·투자 전반에 걸쳐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 자료: 중국 치차차, 한국무역협회 ⓒ 자료: 중국 치차차, 한국무역협회

일본은 반도체 제조장비가 중국에서 군사용으로 전용되지 못하도록 외환법 성령(기업이 특정 제품·기술을 수출할 때 경제산업성의 허가를 요구하는 법령)을 개정할 방침이다. 일본 정부는 올봄부터 대중 반도체 제조장비 수출규제 강화책을 도입할 예정이다.


네덜란드와 일본은 ASML과 니콘이 생산하는 심자외선(DUV) 노광장비의 대중 수출을 차단할 것으로 예상된다. DUV 노광장비는 불화아르곤을 광원으로 사용해 반도체 원재료인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것이다. 지난해 ASML 매출액 중 중국 비중은 15%에 이른다. ASML은 네덜란드 정부의 금수 조치로 2019년부터 반도체 초미세공정의 핵심장비인 EUV 노광장비의 중국 수출도 차단한 바 있다.


이 와중에 중국 반도체 업계에 몰아치는 사정 바람도 거세다. 지난해 7월 사정기관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빅펀드의 총책임자인 딩원우(丁文武) 전 총재를 부패혐의로 체포했다. 딩 전 총재가 관리하는 빅펀드의 출자자산은 3428억 7000만 위안에 이른다. 반도체 등 산업정책을 총괄하는 공업정보화부 샤오야칭(肖亞慶) 부장은 아무런 설명없이 중앙기율위 조사를 받고 물러났다. 빅펀드의 유일한 운영사(GP) 화신(華芯)투자관리의 루쥔(路軍) 전 총재도 쇠고랑을 찼다.


이밖에도 지난해 말까지 빅펀드 비리로 낙마한 사람은 쟈오웨이궈(趙偉國) YMTC 전 회장과 댜오스징(刁石京) YMTC 전 D램사업부 회장, 런카이(任凯) 화신투자관리 전 부총재, 두양(杜洋) 화신투자관리 전 총감, 양쩡판(杨征帆) 전 투자3부 부사장, 류양(劉洋) 전 투자2부 사장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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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김규환 국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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