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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진작책, 헛돈 쓰지 않길 [기자수첩-정책경제]


입력 2023.03.23 07:00 수정 2023.03.23 08:45        박진석 기자 (realstone@dailian.co.kr)

정부, 물가 안정 최우선 과제 목표

내수 진작책에 소비 쿠폰 등 거론

현금성 지원, 인플레이션 우려도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시스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시스

온통 물가 때문에 난리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이른바 3고(高)시대에 이젠 “내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얘기는 식상할 정도다.


보통 물가가 오르면 사람들은 지갑을 먼저 닫는다. 소비가 위축하면 성장이 둔화하고 결국 전반적인 경제가 제자리에 멈추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이를 아는 정부도 물가 안정에 혈안이다. 지난해부터 서민 물가 안정을 경제정책 최우선 과제로 삼고 세제 및 재정지원, 제도개선, 가격안정 유도 등 여러 가지 노력에도 효과는 미흡하다.


상황이 이렇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범경제부처가 협의해 내수 활성화를 위한 종합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정부 딴에는 경기가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지 않게 하겠다는 나름의 결단인 셈이다. 현재 유력하게 거론되는 내수 진작책은 과거 내수 활성화 대책으로 주로 쓰였던 소비 쿠폰 발행, 지원금 지급 등이다.


특히 지금처럼 경제가 불황이거나 고용률이 낮은 경우에는 이러한 현금성 대책이 오히려 순효과를 낳을 수 있다. 경제 상황에 맞는 적절한 재정투입은 소비와 투자를 촉진해 경제 회복을 돕는 역할을 한다.


실제로 지난 2008년 리먼 사태 당시 이명박 정부는 소비세 인하, 소비자 신용카드 및 현금결제 시스템 등을 개선 등 소비자들이 소비를 늘리도록 유도해 경기 회복을 촉진한 적도 있다.


하지만 국가를 통치하는 조직인 정부라면 이런 현금성 대책이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을 기조에 두고 다른 누구보다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 통상 현금이 풀리면 인플레이션 가속화와 금리 인상 필요성이 증가하는데 이렇게 되면 대부분 피해는 서민과 취약계층이 몰아받기 때문이다.


지금의 고물가 시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곡물 가격 급등 등도 있겠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 막대한 재정이 풀린 것에 대한 인플레이션 영향이 굉장히 크다.


올해 설 연휴를 기점으로 더불어민주당이 ‘30조원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요구했지만 돈이 풀릴 경우 물가가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 정부가 편성을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도 그 이유다.


소비 쿠폰 등 일회성 지출 대책은 지속적인 소비 증가를 유도하는 데 의의가 있다. 하지만 지속적인 소비 증가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물가 상승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 있기에 일회성 지출은 경제 상황과 효과를 고려해 적절하게 시행해야 한다.


현재 정부는 물가 안정 흐름이 가시화하고 있다고 판단 중이다. 하지만 아직 명확하게 물가가 안정됐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언제든지 다시 오를 수 있는 여력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에 단순한 일차원적 현금성 지원은 시장에서 잘못된 신호로 받아들여 다시 물가가 우상향할 수 있다. 그러니 앞으로 나올 내수 진작책은 그 어느 때보다 실효성이 있어야 한다.


‘언 발에 오줌 누기’식 대책은 결국 다시 서민 경제 타격으로 돌아온다. 정부의 합리적이고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가성비 떨어지는 대책으로 조롱거리가 되지 않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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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석 기자 (real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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