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스티븐 스필버그, 유년시절의 기억


입력 2023.03.24 14:01 수정 2023.03.24 14:01        데스크 (desk@dailian.co.kr)

영화 ‘파벨만스’

누구나 영화에 대한 기억이 하나씩 존재한다. 어린 시절 영화를 통해 받은 감흥은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생생한 기억으로 뇌리에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최근 개봉한 영화 ‘파벨만스’ 역시 유년시절의 기억에 대한 작품이다. 주인공이 영화 ‘지상 최대의 쇼’를 관람한 후, 영화에 매료되어 취미에서 직업으로 선택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리고 있다.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 7개 부분 후보로 오르며 화제가 된 ‘파벨만스’는 세계 최고의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의 유년시절 영화에 대한 기억으로 가득 찬 자전적인 작품이다.


ⓒ

어린 새미(가브리엘 라벨 분)는 그동안 거인이 나온다며 극장에 가기를 거부했지만 난생처음으로 부모와 함께 극장에 간다. 그리고 영화 ‘지상 최대의 쇼’에서 자동차와 기차가 충돌하는 장면을 보고 충격과 함께 영화의 매력에 빠진다. 엄마 미치(미셸 윌리엄스 분)의 응원으로 영화를 향한 열정을 불태우게 된 새미는 아빠 버트(폴 다노 분)의 8mm 카메라를 들고 일상의 모든 순간을 담는다. 그러다 어머니의 불륜을 알고 깊은 상처와 함께 영화를 멀리 한다. 공학자였던 아버지가 직장을 옮기면서 가족도 아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이사를 가지만 그곳에서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자 새미는 다시 놓았던 카메라를 들게 된다.


‘파벨만스’는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선보이는 마스터 클래스와 같다. 세실 B. 드밀의 1952년 작품 ‘지상 최대의 쇼’의 기차 충돌 장면은 세계 최초의 영화 ‘기차의 도착’을 상징한다. 공학자인 버트가 말하는 “영화란 1초에 24장의 사진이 잔상효과에 의해 움직임으로 표현하는 것”이라는 설명과 피아니스트인 엄마가 말하는 “영화는 꿈이야, 잊히지 않는 꿈”이라는 대사로 영화가 이뤄낸 기술적 성취와 영화 예술의 특징을 말해 주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영화에서 편집의 중요성과 창작자가 지녀야 할 덕목인 호기심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다.


ⓒ

영화의 강한 영향력을 강조한다. 영화는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어 놓을 만큼 지대한 힘을 갖고 있다. 어린 시절 새미가 극장에서 본 영화 하나로 그는 취미를 넘어 영화를 직업으로 삼는다. 또한 영화가 진실을 감추고 왜곡할 수 있다는 것도 보여준다. 청소년이 된 새미는 가족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다가 엄마의 불륜을 알게 되지만 편집을 통해 아무 일 없던 것처럼 가족들에게 공개한다. 학폭과 왕따에 시달리던 새미는 졸업 영상에서 학폭의 가해자를 영웅으로 만들어 놓기도 한다. 영화라는 매체가 얼마만큼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의 감춰져 있던 유소년 시절을 들여다볼 수 있다. 스필버그 감독은 컴퓨터 공학자였던 아버지의 두뇌와 피아니스트였던 어머니의 예술성을 동시에 물려받았다. 영화 속에서 새미가 만든 영화는 실제로 감독이 만들었던 영화이기도 하다. 그밖에 스필버그의 자서전에서도 등장하지 않은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들도 영화 속에 등장한다. 또한 주목받기를 좋아하는 어머니가 알몸이 비치는 옷을 입고 발레를 하는 장면을 통해 히피처럼 특이했던 괴짜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그린다. 또한 남편 친구와의 불륜으로 부모가 이혼을 이야기하는 장면도 있다. 그러나 이런 유년시절의 아픈 기억 속에서도 부모님에 대한 사랑과 존경을 엿볼 수 있다. ‘파벨만스’는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영화화 됐다.


ⓒ

최근 우리 영화산업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영화의 영향력 또한 점차 약해지고 있다. 그러나 유대인들은 일찍이 영화의 영향력을 간파하고 유니버설, 20세기 폭스, 워너브라더스, MGM까지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영화사를 설립해 재미와 오락영화와 더불어 끊임없이 독일인의 유대인 학살을 다룬 영화를 만들고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 역시 ‘쉰들러 리스트’를 통해 유대인의 이야기를 담아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등 7개 부문을 수상했다. 영화 ‘파벨만스’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유년시절 기억을 통해 영화가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가지는지 그리고 영화가 무엇인가를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

양경미 /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