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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 호소에도 ‘냉담’…韓 영화계에 필요한 신뢰 회복 [기자수첩-문화]


입력 2023.03.26 07:01 수정 2023.03.26 07:01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윤제균 감독 “이제는 한국 영화에 투자하는 투자사들이 거의 없다” 호소

‘슬램덩크: 더 퍼스트’가 500만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으며, ‘스즈메의 문단속’은 누적 관객수 230만을 넘기며 관객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굿즈 증정 상영 회차의 경우엔 긴 줄이 형성될 만큼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이 이어지면서, 극장가에도 활기가 돌고 있다.


그러나 한국 영화는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지난 15일 발표한 ‘2023년 2월 한국 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한국영화 매출액은 134억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2월의 9.2% 수준에 머물렀다. 한국영화 관객 수는 127만명으로, 2019년 2월의 7.4%에 불과했다. 한국 영화 매출 점유율(19.5%)과 관객 점유율(19.8%) 모두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이 가동을 시작한 2004년 이후 2월 가운데 ‘최저치’를 기록했다.


ⓒ뉴시스 ⓒ뉴시스

영진위는 이에 대해 “설 대목을 노리고 개봉한 두 편의 한국 영화 ‘교섭’과 ‘유령’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거두면서 2월까지 흥행을 이어가지 못했다”면서 “마블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 : 퀀텀매니아’를 피하면서 한국 영화 라인업에 공백이 생겼다”고 분석했다.


안타까운 점은 비단 ‘유령’과 ‘교섭’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여름 영화 ‘외계+인’과 ‘비상선언’ 등 스타 캐스팅을 앞세운 대작들이 연이어 흥행에 실패하며 한국 영화의 ‘흥행 공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바 있다. 그 이후에도 영화 ‘올빼미’, ‘영웅’만이 겨우 손익분기점을 넘겼을 뿐, 이렇다 할 흥행작을 배출하지 못하면서 ‘한국 영화계 위기’를 실감하게 했다.


영화 ‘해운대’, ‘국제시장’, ‘영웅’ 등을 연출한 한국 영화계 거장 윤제균 감독이 한국 영화의 어두운 미래를 전망하며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지난 1일 진행된 ‘디렉터스 체어: 스페셜 토크’에서 “내년 상반기까지는 코로나 때 만들어놓은 개봉할 만한 영화가 아직 있지만, 이제는 한국 영화에 투자하는 투자사들이 우리나라에 거의 없다. 극장에 한국 영화가 한 달에 몇 개가 나올지, 과연 나오기는 할지. 생각하는 것보다 한국 영화 미래가 그렇게 밝지 않은 것 같다”라고 호소했으며, 이 자리에서 최동훈 감독은 티켓 가격을 조금 낮추는 것이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더욱 큰 문제는 거장의 호소에도 불구, 영화계 위기를 바라보는 일부 대중들의 시선은 냉담하기만 하다는 것이다. 최 감독이 언급한 티켓 가격 상승 등의 문제도 물론 있지만, 근본적으로 ‘극장을 찾을 만한’ 작품을 꾸준히 선보이지 못한 한국 영화들이 직접 자초한 위기라는 싸늘한 시선이 이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최근 한 영화 커뮤니티에는 윤 감독의 발언에 대해 수년간 일정 수준 이상의 영화들을 보여주지 못한 영화계의 문제라는 내용의 글이 게재됐고, 많은 이들의 공감 어린 반응들이 이어졌다. 이 글이 여러 커뮤니티 등에도 공유되며 공감을 사기도 했다.


실제로 관객들은 그 위기를 체감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영화계 위기’라는 분석은 이어지지만, 관객들은 오히려 전보다 더욱 풍성하게 콘텐츠를 접하고 있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들은 계속해서 퀄리티 높고, 색다른 작품들을 쏟아내고 있으며, 극장도 나름의 자구책을 마련 중이다. 공연 실황 상영하며 팬덤을 겨냥하고, 특수관 통해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하는 등 역할 확대를 고민하며 새 도전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상적인 ‘위기’ 호소가 이어지며 관객들의 반감까지 사고 있는 모양새다. 그간 스타 캐스팅에 의존해 ‘이미 본 것 같은’ 전개를 반복하던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들은 꾸준히 그 한계를 지적받아 왔다. 이 같은 영화들이 ‘독과점’이라는 비난을 받을 만큼 스크린을 장악하면서 관객들에게 다양한 영화를 보는 즐거움을 선사하는데 소홀했던 것도 사실이다. ‘영화계를 왜 살려야 하는지’ 그 이유를 관객들에게 먼저 증명해 보이면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절실해 보이는 요즘이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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