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D:쇼트 시네마㊱] '장미'가 꾸는 꿈


입력 2023.05.17 08:47 수정 2023.05.17 08:47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이기혁 연출

OTT를 통해 상업영화 뿐 아니라 독립, 단편작들을 과거보다 수월하게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생겼습니다. 그 중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부터 사회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메시지까지 짧고 굵게 존재감을 발휘하는 50분 이하의 영화들을 찾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장미, 인숙, 충식 세 친구는 여행을 떠난다. 장미는 충식의 곁에서 떨어지고 싶지 않다. 하지만 인숙과 충식이 주고 받는 눈빛에 불안해진다. 촌스러워 보이는 옷차림과 어울리지 않는 빨간 머리를 한 장미, 어딘가 결핍이 느껴지는 공허한 눈빛으로 두 사람의 눈빛, 손끝, 행동을 하나하나 천천히 바라본다.


충식의 곁에 딱 붙어 앉아있어도 자신과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인숙이 불쑥 끼어들고야 만다. 애써 티를 내지 않고 벌어진 술자리에서 장미는 결국 술에 취해 잠이 들고, 다음 날 눈 앞에 벌어진 광경에 충격에 빠진다. 충식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다. 자신이 사랑하는 충식을 죽인 걸까.


영화는 충식의 죽음을 기점으로 빠른게 스릴러 문법으로 전환된다.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 장미 앞에 등장한 숙소 주인, 인숙과의 갈등, 그리고 장미의 결정 등에서 긴장감 이완이 반복된다.


결말에 이르고 난다면, 다시 처음부터 돌려보고 싶어진다. 시점의 전환이 가져오는 반전이 짧은 시간 안에 설계 돼 있다. '장미'는 '출국 심사', '메소드 연기'에 이은 배우 이기혁의 연출작으로, 영화가 끝난 후에야 비로소 다시 이야기가 시작되는 느낌이다. 단편이란 장르 특성상 캐릭터들의 자세한 배경과 서사 등이 생략돼 있지만 각자 상상력을 더해 해석할 여지들이 주어진다.


쥬얼리 출신 김예원의 건조하고 폐허 같은 얼굴이 돋보인다. 불안, 충격, 체념 등 불온한 감정들이 김예원의 얼굴 안에서 서서히 교차된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연기 변신이 인상 깊어 앞으로 더 많은 작품에서 보고 싶어진다. 러닝타임 28분.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