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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편견과 선입견에 맞서는 디즈니


입력 2023.05.26 15:27 수정 2023.05.26 15:28        데스크 (desk@dailian.co.kr)

영화 ‘인어공주’

지난 24일 디즈니의 실사 뮤지컬 영화 ‘인어공주’가 개봉했다. 영화는 바다 너머 인간 세상을 꿈꾸는 모험심 가득한 인어공주 에리얼(할리 베일리)이 조난당한 에릭 왕자를 구해주며 금지된 인간 세상으로 나아가는 모험을 그린다. 안데르센의 원작인 ‘인어공주’는 1989년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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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 영화는 제작하기 전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디즈니에서 인어공주 에리얼 역에 흑인 가수 할리 베일리를 캐스팅했기 때문이다. SNS에서 검은 머리의 흑인 할리 베일리의 외모가 원작 애니메이션 속 빨간 머리의 백인 에리얼과 다르다고 거센 비판이 일었다. 개봉 3일차인 국내에서도 에일리의 외모는 물론 연기, 바다 속 CG까지 갑론을박으로 시끄럽다. 그러나 오래된 인어공주 이야기가 관객들의 관심을 끄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차별을 극복하려는 정치적 올바름 때문이다. 영화는 그동안 인종의 벽을 허물며 시대에 맞는 콘텐츠를 만드는 데에 역할을 해왔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인어공주의 모습은 하얗고 뽀얀 피부에 길고 풍성한 백인 여성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애니메이션 속 공주의 모습은 백인이다. 하지만 뮤지컬 영화 ‘인어공주’ 속 주인공 에리얼은 물론 국왕도 흑인 여성으로 설정되었다. 미국은 2010년부터 PC(Political Correctness) 즉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며 인종이나 성별, 성, 종교, 이민자 등 소수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언어 및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 제작되는 많은 작품에서는 비중이 높은 배역에 유색인종을 기용하려 노력한다. 영화 ‘인어공주’ 또한 정치적 올바름을 강조해 흑인 배우를 캐스팅해 낡고 오래된 인어공주 이야기에 전 세계인들의 관심을 재점화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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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적인 여성의 모습을 강조한다. 그동안 디즈니 속 여성 캐릭터는 가녀리고 수동적인 인물들이 많았다. 신데렐라는 발 사이즈에 딱 맞는 유리구두로 왕자를 만나 신분이 바뀌고, 잠자는 숲속의 미녀, 백설공주는 왕자의 입맞춤으로 깨어난다. 반면, 인어공주 속 에리얼은 인간 세상이 위험하다는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더 큰 세상을 경험하고 싶어 한다. 마녀를 찾아가 인간의 모습으로 에릭왕자를 만나 진짜 인간으로 거듭난다. 영화는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여성의 모습을 통해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는 현대의 추세에 맞추고 있다.


외모보다 실력을 강조하는 것도 특징이다. 사람들의 편견과 선입견은 무섭다. 공주라고 하면 아름답고 가녀린 백인의 금발머리를 생각하게 된다. 그동안 수많은 작품에서 보여진 이미지가 고정관념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할리 베일리는 그와는 정반대의 외모를 지녔다. 주인공으로 캐스팅 됐을 때 흑인이라는 논란도 있었지만 외모가 예쁘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감독 롭 먀살은 캐스팅의 이유를 외모보다 실력으로 뽑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할리 베일리는 세 살부터 아역배우로 활동했고 언니 클로이 베일리와 비욘세 노래를 커버하며 유명해진 인물이다. 영화는 우리에게 고정관념을 깨고 그동안 주입된 편견을 넘어서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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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많은 편견이 남아있으며 고정관념을 바꾸는 도전정신 또한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100주년을 맞는 전 세계 1위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디즈니사의 철학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창업주 월트 디즈니는 밝고 건강하며 도덕과 윤리관을 함양시키는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새로운 도전정신을 강조했다. 이러한 디즈니의 철학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영화 ‘인어공주’는 상상력을 동원해 우리에게 꿈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 기존의 편견과 선입견에 맞서 도전해야 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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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 / 전)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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