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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회장 리더십엔 인간애와 인문학이 있다 [데스크 칼럼]


입력 2023.05.26 16:43 수정 2023.05.27 06:36        지봉철 기자 (Janus@dailian.co.kr)

현대차, 1분기 영업이익 사상 최대…삼성전자 제치고 첫 1위

게임체인저로 주목받는 정의선 리더십

정의선 리더십 요체는 '인간애 흐르는 혁신'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MZ세대들과 식사를 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전국경제인연합회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MZ세대들과 식사를 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전국경제인연합회

판을 뒤흔들어 시장의 흐름을 바꿔놓는 사람을 기업에서는 '게임체인저'(game changer)라고 부른다. 실제 단 한 명의 게임체인저로 기업 또는 조직의 운명이 바뀌기도 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2011년 사망한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다. 잡스가 2007년 선보인 아이폰은 책상 앞에서 가능했던 인터넷을 주머니 속에 넣었고, 마우스 대신 손가락만 있으면 어떤 작업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앱 스토어를 만들어 새로운 산업 생태계도 창조했다. 이제 스마트폰 없는 세상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잡스는 3년 뒤 아이패드를 선보이며 "애플은 항상 기술과 인문학의 갈림길에서 고민해 왔다"며 "그동안 사람들은 기술을 따라잡으려 애썼지만 사실은 반대로 기술이 사람을 찾아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술은 기술 자체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사람이 이용하기 쉽고 재미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아이패드의 최고의 백미는 인간의 손가락을 사용하도록 만든 새로운 인터페이스였다.


최근 국내에서도 눈에 띄는 게임체인저가 등장했다. 바로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이다. 현대차는 올해 1분기 3조6000억원에 육박하는 사상 최대 분기 영업이익으로 삼성전자를 제치고 2009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처음으로 상장사 실적 1위에 올랐다. 현대차·기아의 합산 영업이익은 6조4600억원을 넘겨 일본 도요타그룹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제네시스와 같은 고급 브랜드를 만들어 고부가가치 시장을 공략하고, 일찌감치 전동화 투자를 확대하며 상품성을 강화해온 정 회장의 전략이 적중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제네시스는 현대차그룹의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로 2015년 당시 부회장이었던 정 회장의 진두지휘하에 탄생했다.


결국 현대차그룹의 성공 비결의 열쇳말은 정 회장의 리더십으로 볼 수 있다.


이 중 가장 눈여겨볼 부분은 역시 그의 인간 중심(Human-Centered) 개발철학이다. 정 회장은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선 2019년 일찌감치 "'인간을 위한 것이 아니라면 혁신적 모빌리티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며 "도시와 모빌리티는 시작부터 우리 인간을 위해 개발되고 발전돼 왔기에, 현대차그룹은 보다 넓은 인문학적 관점에서 인간 중심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모빌리티를 연구하고 있다"고 선언했다.


지난 11일 연세대 경영학과 수업에서도 "혹시 우리 회사 제품을 쓰면서 불편함을 겪은 사람이 있다면 사과드린다"며 "모든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고 싶다. 그렇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생산적인 활동을 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더 좋은 아이디어가 나와 세상이 좀 더 평화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인류의 삶과 행복에 대한 기여’가 기업의 본질적 사명임을 강조했다.


이를 근거로 그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시대가 펼쳐질 것이라는 점을 알았고 나아가 미래에는 사람들이 자동차를 소유하기보다 대여를 할 것으로 예상했다. GV80의 에어백이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를 살린 것도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현대차에 그의 개발철학이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과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이탈리아 레이크 코모에서 열린 '현대 리유니온' 행사에서 '포니 쿠페 콘셉트' 복원 모델에 탑승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현대자동차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과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이탈리아 레이크 코모에서 열린 '현대 리유니온' 행사에서 '포니 쿠페 콘셉트' 복원 모델에 탑승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현대자동차

그의 철학은 "어떻게 차를 잘 만들까"가 아닌 "어떻게 사람을 편하게 할까"라는 물음으로 연결된다. 잡스가 얘기하는 인문학적 관점과 다를 게 없다. 이것은 최근 현대차그룹의 성공공식을 푸는 방법론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정 회장의 리더십을 따라 현대차그룹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방향 관리 능력은 리더십의 또 다른 구성요소다. 최근 정 회장은 '포니 쿠페 콘셉트'를 원형 그대로 복원하며 미래에 대한 고민을 드러냈다. 그는 포니 쿠페를 복원한 이유에 대해 "(현대차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가곤 있지만 과거를 정리하고 알면서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야 방향성도 잡을 수 있을 거 같았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의 미래가 밝아보이는 이유다.


어떤 기업이 잘한다는 평가를 받을 때는 반드시 분석을 통해 또 다른 기업이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2030 청년층과 예비 창업자들에게 정 회장의 리더십은 본을 받을 만한 귀한 자산이다. 사업에서 성공하는 것 보다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명제도 되새겨볼 때다.

지봉철 기자 (Janu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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