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中, 위안화 가치하락이 반갑지만 않은 이유


입력 2023.05.28 07:07 수정 2023.05.28 07:07        김규환 기자 (sara0873@dailian.co.kr)

정찰풍선 등 美·中 갈등 심화로 이달 들어 ‘포치시대’ 개막

4월 실물경제 지표 예상 밑돌아 리오프닝 효과 급락 확인

환율 상승세에 금리활용 공간 좁아져 부양책 내기 어려워

중국경제 둔화 가능성 지적 서방에 중국 관영언론들 발끈


중국 경제성장 둔화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4월 실물경제 지표들의 줄줄이 예상을 밑돌면서 중국 위안화 환율이 또다시 ‘포치시대’에 접어들었다. 사진은 달러화와 위안화. ⓒ 연합뉴스 중국 경제성장 둔화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4월 실물경제 지표들의 줄줄이 예상을 밑돌면서 중국 위안화 환율이 또다시 ‘포치시대’에 접어들었다. 사진은 달러화와 위안화. ⓒ 연합뉴스

위안(元)화 환율이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중국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위안화 환율상승이 중국의 수출에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자산의 달러화 환산가치 저하, 글로벌 자금이 ‘탈(脫)중국 현상’ 등 부작용도 적지않은 만큼 마냥 반길 수도 없는 까닭이다.


중국 인민은행 산하 외환거래센터는 26일 위안화 환율을 전날보다 0.0231위안 올린 7.0760위안으로 고시했다. 위안화 가치가 전날보다 0.33% 하락한 것이다. 위안화 환율이 상승한 것은 위안화 가치가 그만큼 하락했다는 것을 뜻한다.


중국 외환시장에서는 ‘포치(破七)’라는 용어를 쓴다. ‘깨뜨리다’는 포(破)와 치(七)을 합친 이 용어는 달러화 대비 위안화 환율이 7을 돌파했다는 말이다. 이런 용어가 생긴 것은 7위안을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위안화 환율이 7위안을 넘어서면 외환시장이 지나치게 불안정해졌다고 중국 통화당국은 판단한다는 것이다. 중국 통화당국은 위안화 환율이 7위안을 넘지 못하도록 시장개입 등 다양한 대책을 동원한다.


위안화 환율은 2022년 3월10일 6.31위안이었으나 지난해 강도높은 '칭링팡전'(淸零方針·zero Covid policy) 실시로 경기가 급락하면서 위안화 환율이 큰 폭으로 뛰며 지난해 11월 4일에는 7.2555위안까지 치솟았다.


이후 중국이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착수하면서 석 달 연속 하락해 2월 2일에는 6.7130위안으로 떨어졌다. 이틀 뒤인 4일 미국이 중국 정찰용 풍선을 격추해 미·중관계가 급랭하는 바람에 위안화 환율은 또 다시 가파른 상승곡선을 탔다. 오름세를 지속하던 위안화 환율은 4월 각종 경제지표가 예상치를 밑돌자 리오프닝 효과가 사라졌다는 점을 확인하면서 19일(7.0356위안) 5개월 만에 7위안을 상향 돌파하며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4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9.2로 기준선 50 아래로 떨어지는 등 경기선행지표의 악화는 중국 경기가 조만간 침체국면에 들어설 공산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은 중국 저장성 창싱현의 한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리튬 배터리를 조립하고 있는 모습. ⓒ AP/뉴시스 4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9.2로 기준선 50 아래로 떨어지는 등 경기선행지표의 악화는 중국 경기가 조만간 침체국면에 들어설 공산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은 중국 저장성 창싱현의 한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리튬 배터리를 조립하고 있는 모습. ⓒ AP/뉴시스

위안화 환율이 약세를 보이는 것은 각종 실물경제 지표가 줄줄이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둔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달 중순 발표된 소매판매·산업생산, 고정자산투자 등 4월 지표들이 전망치에 크게 못 미쳤다.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개월 연속 1%를 밑돌며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키웠고, 4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49.2로 넉 달 만에 기준선 50 아래로 떨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청년 실업률은 사상 처음으로 20%를 돌파하면서 중국경제가 회복이 아닌 침체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목소리에 힘을 실렸다.


여기에다 인민은행이 미국 등 다른 나라 중앙은행과 달리 유동성 공급 중심의 완화정책을 지속하면서 중국자산에 대한 투자유인이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 김선경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인민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 영향으로 중국 국채금리 상승세가 여타국에 비해 제한되면서 내외 금리차가 커지고 투자수익률이 하락했다”며 “외국인들은 중국 국채를 1월부터 3개월 연속 모두 1597억 3000만 위안(약 30조원)어치나 팔아치우면서 중국 국채 보유잔액은 2021년 5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지정학적 갈등 격화도 위안화 약세 압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반도체 등 첨단기술 등을 둘러싼 미국과의 갈등이 격화하고, 서방의 대중(對中)제재 부과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중국 투자에 대한 신뢰를 잃고 있는 것이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4월 지표 발표 이후 "(중국경제가) 실망감이 높아지면서 하향곡선을 그릴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다"며 "이는 경제지표의 추가적 약화, 실업률 상승, 만성적인 디스인플레이션과 금리하락, 위안화 약세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위안화 가치하락은 사실상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게 국제금융 전문가들의 대체적 시각이다. 중국 통화당국은 긴축을 추진하는 미국과 달리 오히려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펼쳤다. 인민은행은 중국 특유의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가 5월에도 전달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해 8월 인하 이후 아홉 달 내리 동결이다. 현재 일반대출 기준인 1년만기 LPR은 연 3.65%, 주택담보대출 기준인 5년만기는 연 4.30%다. LPR은 18개 시중은행의 최우량 고객대상 대출금리의 평균치다.


하지만 중국 내외에선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려야 한다는 견해가 제기된 상황이었다. 4월 대부분의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해 경기침체가 깊어지는 탓이다. 그럼에도 중국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우선 위안화 환율상승세가 꼽힌다. '위드 코로나' 전환 이후 하락세를 보이던 위안화 환율은 미·중 '풍선정국'이 벌어진 2월부터 뛰기 시작해 19일 이후 ‘포치시대’가 다시 개막됐다


중국 인민은행이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지난해 8월 이후 9개월 연속 동결했다. 중국경제가 예상보다 회복 속도가 느려 경기부양에 나서야할 상황이지만 금리동결로 당분간 위안화 약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사진은 중국 베이징 시청구의 인민은행 본점. ⓒ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인민은행이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지난해 8월 이후 9개월 연속 동결했다. 중국경제가 예상보다 회복 속도가 느려 경기부양에 나서야할 상황이지만 금리동결로 당분간 위안화 약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사진은 중국 베이징 시청구의 인민은행 본점. ⓒ 로이터/연합뉴스

이에 중국 외환 당국은 급격한 위안화 환율변동에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천명했다. 외환시장지도위원회는 앞서 18일 올해 1차 회의를 열고 "인민은행과 외환관리국은 외환시장 관리·감독 및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필요한 경우 환율이 일방적인 방향으로 흐르는 것을 시정하며, 투기와 환율 급변동을 억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도위원회는 외환시장 참여 구성원들이 외환시장 안정을 유지하면서 환율 급변동을 강력히 억제하고, 달러화 예금업무 관리강화와 기업들에 대한 환율위험 서비스를 제고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환율이 편향되게 변동하는 것을 바로잡을 능력과 메커니즘을 갖춰 위안화 가치를 합리적인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다짐했다. 이 같은 언급은 위안화 약세 상황에서 일부 시장세력이 위안화 가치 하락에 베팅해 외환시장을 교란할 가능성에 대해 경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미국과의 금리차이가 확대되면서 달러화 유출 가능성이 커진다. 달러화 수요가 늘어나면 이는 다시 위안화 환율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5.0~5.25%로 중국보다 높다. 인민은행이 유동성 공급 중심의 완화적 정책을 펼치면서 중국자산에 대한 투자유인의 이점이 희석되고 있는 것이다.


위안화 환율이 상승하면 위안화로 표시된 주식, 채권 등 자산의 달러화 환산가치도 떨어진다. 위안화 가치의 추가하락 전망이 커지면 외국인 자금의 이탈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외국인은 중국 채권을 지난 달에도 281억 위안어치 순매도했다. 올 1월 이후 4개월 연속 매도 우위다.


중국이 시중 유동성이 넘쳐도 기업의 생산이나 투자, 가계소비가 늘어나지 않는 '유동성 함정' 상황인 것도 인민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요인 중 하나다. 유동성 함정 상황에선 금리인하 등 통화정책으로 경기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중국경제가 예상보다 느린 속도로 회복되고 있지만 위안화 약세로 당분간 금리인하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 자료: 중국 인민은행 ⓒ 자료: 중국 인민은행

달러화 확보 1등공신이던 수출마저 흔들리고 있다. 중국 4월 수출이 2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증가폭은 전달(14.8%)보다 증가폭이 크게 둔화됐다. 중국 해관총서(관세청)에 따르면 4월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8.5% 늘어난 2954억 2000만 달러(약 390조 9000억원)를 기록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당국은 전반적인 경제회복을 위해 무역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중국 수출은 세계 수요약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내수경기를 반영하는 수입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7.9% 감소한 2052억 1000만 달러였다. 수입 감소폭은 전달(-1.4%)보다 확대됐고 시장전망치(-5%)도 밑돌았다. 수입이 예상보다 크게 줄어든 만큼 리오프닝에 따른 경기회복세가 더디다.


중국 경제둔화 가능성 지적에 중국 관영 언론은 발끈했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人民日報) 계열 환구시보(環球時報)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GT)는 위안화 약세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급격한 금리인상에 따른 것으로 지극히 정상적인 현상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일부 서방 언론이 위안화의 완만한 조정을 중국 경제의 지속불가능한 회복 신호로 해석했다"며 "이런 잘못된 인식은 서구 엘리트들의 중국에 대한 편견을 나타낸다"고 비난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최근 위안화가 약세를 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미 연준의 금리인상에 따른 조정이라는 데 주목해야 한다"며 "중국과 미국의 통화정책 차별화가 심화하는 동안 외환시장에서 변동성이 나타나는 것은 매우 정상적인 일"이라고 반박했다.

ⓒ

글/ 김규환 국제에디터

'김규환의 핸디 차이나'를 네이버에서 지금 바로 구독해보세요!
김규환 기자 (sara0873@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