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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생명선' 러시아, 한국 향해선 '으름장'


입력 2023.06.14 02:00 수정 2023.06.14 11:48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러, 北에 정제유·곡물 공급

지난해 와그너그룹에 대한

北의 무기 공급 '대가'로 평가돼

"韓 무기, 러 주민 살해에 사용"

주북한러시아대사관은 지난 11일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남조선(한국)이 무엇을 고안해내든 그들의 무기가 어쨌든 러시아인들, 즉 병사와 평화적 주민들을 살해하는 데 쓰이고 있다"며 한국산 155mm 포탄으로 추정되는 사진을 게시했다. ⓒ주북한러시아대사관 페이스북 갈무리

지난해 북한으로부터 살상무기를 공급받은 러시아가 대북 정제유·곡물 수출을 이어온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 흐름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한국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고리로 긴장감이 높아지는 모양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해 12월부터 매달 북한에 정제유를 공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러시아의 대북 정제유 공급은 지난 2020년 8월 이후 27개월 만이다.


일각에선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북한의 무기 지원에 러시아가 대가를 지불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11월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된 러시아 용병단체 와그너그룹에 미사일 등의 무기를 전달한 바 있다.


마이클 오핸런 미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러시아가 북한이 지원한 무기에 대한 대가로 정제유를 지불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지난달 30일 북한이 식량 등을 공급받는 대가로 러시아에 24종 이상의 무기·탄약을 넘겼다고 말한 바 있기도 하다.


실제로 러시아는 최근 대북 곡물 수출을 이어오고 있다. 북한 식량 사정이 열악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러시아가 사실상 '생명선'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러시아 측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3월 옥수수 2800t △4월 밀가루 1280t △5월 밀가루 1300t이 러시아에서 북한으로 향했다.


북러 인사들, 상호 지지 표명


경제 분야 동향 외에 양측 인사들의 '메시지'를 통해서도 북러 밀착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일례로 지난 1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러시아 국경일을 맞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보낸 축전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을 두둔하며 "조로(북러) 사이의 전략적 협조를 더욱 긴밀히 해나갈 용의를 확언한다"고 밝혔다.


최선희 외무상도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에게 보낸 축전에서 "전략·전술적 협동이 더욱 강화되리라는 확신"을 표명했다.


러시아 역시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러시아대사를 통해 북한에 대한 지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주북러시아대사관에 따르면, 마체고라 대사는 지난달 24일 관영매체 리아노보스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조선의 동료들이 국제무대에서 보여준 러시아와의 연대성은 귀중한 것"이라며 "우리는 이를 매우 감사히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마체고라 대사는 "조선반도(한반도) 상황에 대한 조선(북한)의 입장을 이해하고 지지하고 있다"며 "조선반도 정세는 최근 미국의 침략 정책으로 격화됐다. 조선은 자위적 조치를 취하고 자기의 방어적 잠재력을 강화하며, 강하고 위험한 적수로부터의 침략을 막기 위한 완전한 태세를 갖추어야 한다"고도 했다.


불법 도발에 해당하는 각종 신무기 개발·시험을 '자위적 국방력 강화' 일환으로 인정하며 북한 주장을 그대로 수용한 셈이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韓 속담 인용해 '맞대응' 시사


주북러시아대사관은 한국을 겨냥해선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한국 속담을 인용하며 맞대응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대사관 측은 지난 11일 소셜미디어 계정에 남긴 글에서 "남조선(한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적인 무기 공급으로 인해 비난받지 않으려 온갖 궁리를 하고 있다"며 "탱크를 폴란드에 넘겨줘, 폴란드가 낡은 소련제 장비들을 우크라이나에 공급하도록 했다. 미국 주문에 따라 결국 우크라이나에서 쓰일 탄약들을 생산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남조선이 무엇을 고안해내든 그들의 무기는 어쨌든 러시아인들, 즉 병사와 평화적 주민들을 살해하는 데 쓰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관련 게시글에는 우리 업체가 생산한 것으로 추정되는 여러 발의 155mm 포탄 사진이 첨부돼 있기도 하다. 대사관 측이 어떤 경로로 해당 사진을 확보했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한미 간 기밀 협정에 따라 한국산 155mm 포탄이 미국을 거쳐 우크라이나에 공급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는 만큼, 관련 사안에 대해 러시아 측이 불만을 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대사관 측은 '심은 대로 거둔다'는 러시아 관용구를 언급하며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한국 속담을 상기시키고 싶다"고 밝혔다.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할 경우, 러시아도 북한에 신무기를 지원할 수 있다'는 러시아 정부 관계자의 상호주의 대응 입장을 재확인한 대목으로 평가된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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