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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걸리고 기형아 태어나, 유전질환으로 온가족 파탄"…'괴담 끝판왕' 된 민주당 오염수 반대 밤샘농성


입력 2023.07.07 00:30 수정 2023.07.07 08:53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민주당, 후쿠시마 오염수 반대 비상행동 농성 돌입

이재명 "지적을 괴담이라 모함…사법조치도 운운"

자정까지 의원들 돌아가며 '필리버스터' 실시한 뒤

7일 오전 결의대회…"제대로 된 정부인지 고민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 두번째)와 박광온 원내대표(왼쪽 세번째)를 비롯한 의원들이 6일 저녁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오염수 투기 반대 천명 촉구 비상행동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후쿠시마 핵오염수 반대 비상행동' 돌입을 선언하고 정부·여당을 향한 총력 성토에 나섰다. 민주당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보고서를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면서 일본 정부의 해양투기 강행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을 촉구했다.


무제한 필리버스터에 나선 민주당 의원들은 "역대 정부 중 이번 정부가 가장 X판"이라는 높은 수위의 비판까지 쏟아내며 과학적 근거와 관련 없는 공세에 집중하기도 했다. 자유발언 도중에는 "암에 걸린다. 기형아가 태어난다. 유전질환으로 온 가족이 파탄난다" 류의 '광우병 사태'를 연상케 하는 '괴담 끝판왕'이 등장하기도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6일 오후 국회 로텐더홀에 모여 '윤석열 정권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천명 촉구 비상행동'을 위한 철야농성에 들어갔다. 이번 농성은 이날 7시에 시작해 17시간 동안 진행된다. 농성을 17시간으로 설정한 이유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원자로가 냉각 기능을 잃어버리고 멜트다운(노심용융)하기까지 걸린 시간이라는 설명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자정까지 릴레이 토론을 진행했다.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이재명 대표는 "누가 뭐라 한들 국가의 제1책임은 바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 재산을 지키는 일"이라며 "정부가 주권자가 위임한 권한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국민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방향으로 사용해서는 당연히 안 된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대통령은 오염수 안전성에 대해 피해 당사국들과 함께 공동조사를 일본에 요구하고, 핵오염수에 대한 객관적 안전성 검증이 이뤄질 때까지는 오염수 해양투기를 중단하라고 말해야 한다"며 "대통령이 그로시 총장에게 '이번 보고서 내용이 근거도 없고 증거도 없는 맹탕이라서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특히 이 대표는 IAEA가 작성한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 관련 보고서를 가리켜 "해당 기관 고유 업무도 아니고, 일본 정부 요청에 의해 사실상 용역하듯 나온 결과 같다"고 지적한 뒤, 해당 보고서에 대해 '겸허하게 수용한다'는 여당 국민의힘을 겨냥해 "뭘 겸허하게 수용하나. 우리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나. 과학적이고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검증 필요성에는 아예 눈을 감고 무조건 일본을 믿으라, IAEA의 결과를 믿으라고 겁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저녁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오염수 투기 반대 천명 촉구 비상행동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그러면서 "오염수 방류 위험성을 지적하는 것을 두고 괴담이라고 모함하고 심지어 사법조치 운운하면서 겁박하고 있다. 참으로 역사와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해할 수 없는 행태"라며 "민주당은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서 국민과 우리 미래 세대 안전을 위해서 치열하게 싸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광온 원내대표도 "대한민국의 국익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한·일 관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우리 정부의 노력에도 심대한 타격을 줄 것"이라며 "그 때 후회하지 않도록 일본 정부와 한국 정부와 관계 기관과 도쿄전력이 지금이라도 생각을 고쳐먹기 바란다"고 정부·여당을 향해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민주당 의원들은 각 연사의 발언 시작 전후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한다' 'IAEA 보고서는 일본 맞춤형 깡통보고서'라고 적힌 손팻말과 함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뒤이어 시작된 소위 '필리버스터'는 당 후쿠시마오염수방류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위성곤 의원의 일성으로 시작됐다. 본래 '필리버스터'란 원내 소수당이 법안 저지를 위해 무제한토론에 돌입하는 합법적 의사진행방해를 가리키는 용어이지만 21대 국회에서 원내 압도적 다수당인 민주당은 '필리버스터'를 해야할 일이 없으므로, 로텐다홀 농성장에서의 당내 자유발언을 임의로 '필리버스터'라고 명명했다.


제주 서귀포를 지역구로 둔 위 의원은 "우리 제주에 어민들, 해녀 삼춘들이 걱정이 많다. 원전 오염수가 방류되면 어떻게 바다에 들어가서 물질을 하느냐, 우리 다 오염되는 거 아니냐는 걱정을 한다"며 "그분들께 이런 걱정을 끼치는 정부가 제대로 된 정부인지 정말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를 일본 눈높이에서 하지 말고, 국민 눈높이에서 하라"고 당부했다.


두 번째 주자로 나선 정청래 최고위원은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관련 보고서를 제출한 IAEA를 문제 삼았다. 정 최고위원은 "IAEA는 사찰기구지 보건기구가 아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라며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이 기시다 총리에게는 보고를 했는데, 어찌된 일인지 그로시 총장이 윤석열 대통령을 면담할 것이라는 소식은 없다. 유국희 원안위원장을 만나는 선에서 퉁치고 가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6일 저녁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오염수 투기 반대 천명 촉구 비상행동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방류에 반대하며 12일째 단식투쟁 중인 우원식 의원과 함께 3일 동안 단식했던 이수진(비례대표) 의원은 "가족들이 어느 순간 앓기 시작한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아프기 시작한다. 암에 걸린다. 기형아가 태어난다. 상상하지 못할 질병으로, 그리고 계속 유전되는 질환으로 온 가족이 파탄난다"며 "건강보험 국가재정도 파탄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왜 일본이 잘못하는데 우리 재정이, 국민들의 세금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갈 시나리오를 걱정해야 되는지 한심하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단식농성에 동참했던 상황을 가리켜 "우 의원이 12일째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이 자리를 빌려 우 의원께서 단식을 중단해주기를 간절히 부탁드린다"며 " 목숨을 건 단식투쟁은 부담스럽다. 가슴이 아프다. 우리들이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광주시당위원장을 맡고 있다는 소개와 함께 마이크를 잡은 이병훈 의원은 "내가 나이는 얼마 안 먹었는데, 대통령은 이승만 때부터 윤석열까지 봤다. 그런데 지금이 가장 X판"이라며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납득이 안 된다"고 운을 뗐다.


5선 중진인 설훈 의원은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방류로 해군의 작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설 의원은 "2011년 후쿠시마 사태가 벌어졌을 때 피해 구제에 나섰던 미국 로널드 레이건호의 군인들이 그 물로 인한 피해를 입은 바 있다"며 "당시 로널드 레이건호가 80여일간 배에서 작전을 했다. 그 배에 5500명이 타고 있었는데 3년 뒤 건장한 군인 100명이 괴질환에 앓았다. 그 탓(핵종)이다. 지금 관련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설 의원은 "해군들은 바다에서 긴 시간 작전을 수행하기에 바닷물을 조수기로 걸러 일상생활을 한다. 그 물로 씻고 마신다"며 "해군들에게 명령하면 바다에 나간다. 하지만 바다에 나가고 싶지 않을 것이다. 군의 명령이 통하겠나. 국가 안보에 결정적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설 의원은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이다.


이날 철야농성은 자정까지 자유발언을 진행한 뒤, 오는 7일 오전 8시에 다시 재개해 10시 50분까지 이어간다. 이후 오전 11시까지 본청 앞 계단에서 결의대회를 열 계획이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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