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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넘는 막장, 쏟아지는 쇼츠…콘텐츠가 유도하는 ‘도파민 폭발’ [콘텐츠 피로사회①]


입력 2023.10.19 14:10 수정 2023.10.19 14:10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날 것의 재미 강조하는 연애 예능

서바이벌 예능부터 막장까지. 자극적 소재·전개 인기

“도파민이 제대로 터진다.” 예능, 드라마 등을 감상한 후 흔히 볼 수 있는 호평의 한 표현이다. 도파민은 우리의 감정, 행동, 반응 등에 영향을 미치는 신경전달물질로, 성공적인 경험을 할 때 수치가 증가하며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즉, 도파민이 과다하게 분비될 만큼 콘텐츠가 ‘재밌다’라는 뜻이다.


주로 자극적인 재미를 느낄 때, 이 같은 표현이 활용되곤 한다. 최근 ‘도파민 폭발’ 콘텐츠로 가장 각광받는 콘텐츠는 ENA, SBS Plus 연애 예능프로그램 ‘나는 솔로’다. 출연진 간의 풋풋하고, 설렘 가득한 감정보다는 이들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 서로 갈등하며 예측할 수 없는 선택을 이어나가며 흥미를 선사했다.


ⓒ‘7인의 탈출’ 영상 캡처

다만 출연자의 말이나 행동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이에 출연자들이 연이어 사과문을 작성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자극적인 재미’가 주는 명과 암을 ‘나는 솔로’가 뚜렷하게 보여준 셈이다.


‘나는 솔로’와 같은 연애 예능 외에도,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서 가장 각광 받는 장르인 서바이벌 예능 역시 참가자들 간의 치열한 경쟁을 긴장감 있게 담아내며 시청자들의 도파민을 자극하는 중이다.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이 상금을 차지하기 위해 극한 상황에서 경쟁을 펼치는 티빙 ‘2억 9천: 결혼 전쟁’부터 좀비들에게 쫓기며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넷플릭스 ‘좀비버스’까지. 차별화를 위해 색다른 설정을 앞세운 서바이벌 예능도 생겨나고 있다. 실제 예비부부들이 극한 상황에 놓이면서, 설정 그 자체만으로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형성되는가 하면, 섬뜩한 분장을 한 좀비들이 출연자들을 뒤쫓는 과정에서 긴장감이 생성된다.


드라마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더 글로리’부터 ‘마스크걸’, ‘발레리나’ 등 쾌감, 카타르시스를 목표로 달리는 복수극이 인기 장르 중 하나로 손꼽히는 것은 물론, 막장 드라마가 젊은 층에게까지 관심을 받고 있다.


전작인 ‘펜트하우스’ 시리즈에서 ‘매운맛’을 넘어, ‘마라맛’ 전개라는 평을 받으면서도 이를 동력 삼아 세 시즌 연속 흥행에 성공한 김순옥 작가가 악인들의 대결 다룬 피카레스크 드라마 ‘7인의 탈출’을 통해 대놓고 막장 상황을 연출 중이다. 미성년자 원조교제와 출산, 아동학대, 집단 살인 등 온갖 자극적인 요소를 버무려 시청자들을 현혹 중이다. 이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이에 전작보다는 인기가 다소 시들해진 모양새지만, 그럼에도 7%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ENA 드라마 ‘악인전기’도 절대 악인을 만난 생계형 변호사가 엘리트 악인으로 변모하는 이야기를 담는 ‘악인’이 주인공인 작품이다. 19금 누아르를 표방하고 있어 어떤 고수위 전개가 이어질지 기대 반, 우려 반의 시선이 이어진다.


콘텐츠를 관람하는 방식의 변화도 자극도를 높이는 요소가 되고 있다. OTT 플랫폼의 확산 이후 콘텐츠 전체를 오롯이 감상하는 것이 아닌, 1.5배속으로 빠르게 관람하거나 스킵을 통해 필요한 부분만 취하는 방식이 흔하게 활용되고 있다. 영화, 드라마의 중요한 부분만을 편집해 핵심만 전달하는 요약 콘텐츠가 인기를 끄는 이유다.


여기에 핵심 요약을 넘어, 1분 내외의 숏폼 영상을 통해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청자들도 늘고 있다. 1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콘텐츠의 가장 재밌는 부분을 선보이며 시청자들을 현혹하는가 하면, 각종 챌린지가 유행하며 놀이처럼 숏폼 영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다만 숏폼 영상의 경우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큰 상황이다.


‘디지털 마약’에 빗댈 만큼 그 중독성에 대한 걱정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AI 매칭 채용콘텐츠 플랫폼 진학사 캐치가 20대 Z세대 1008명을 대상으로 ‘Z세대 문해력’에 관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이러한 숏폼 콘텐츠들이 젊은 세대의 문해력 부족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응답자 중 37%는 ‘또래나 주변에 문해력이 부족한 사람이 많다’라고 응답했으며, ‘보통이다’라고 응답한 비중은 46%, ‘적다’라고 답한 비중은 17%인 가운데, 이같이 젊은 세대에서 문해력 부족 현상이 나타나는 가장 큰 원인은 영상 매체 시청의 증가로 분석된 것. 실제로 이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0%는 평소 다양한 매체 중 ‘유튜브, 숏폼(짧은 영상) 등 영상 콘텐츠’를 가장 많이 이용한다고 답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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