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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천조국-5] “역경없는 주인공은 없다”…K-배터리, 넘어설 과제는?


입력 2023.10.20 06:00 수정 2023.10.20 06:00        오수진 기자 (ohs2in@dailian.co.kr)

‘치명적인 문제’ 中의존도 높은 공급망 및 고질적인 인력난

‘수주액 1000조’ 시대 도래 따라 이에 필요한 여건 구축 시급성 ↑

배터리3사, 각국과의 협력 IRA 시행 등 공급망 재편 속도

‘물 불 안가리는’ 경영진들, 세계 각지서 인력 확보 활동 적극 전개

배터리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각 사 CI. ⓒ박진히 데일리안 그래픽 디자이너

전기차 시대 개막과 함께 배터리가 '산업의 쌀'로 떠오르면서 오랜 기간 배터리 사업에 투자하고 기술력을 축적해 온 우리 기업들의 노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 ‘1000조원’의 일감을 확보한 국내 배터리 산업은 더 이상 '돈 먹는 하마'가 아닌 '성장동력'으로 자리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앞으로도 글로벌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 생산능력 확대와 차세대 기술 개발을 위한 선제 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대한민국 배터리 산업을 이끌어 온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 업계에서의 지위, 그리고 앞으로 남은 과제들을 5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


전기자동차 시대 개막과 함께 탄탄대로만 걸을 것 같던 배터리 업계에도 고난과 역경이 닥쳤다. 전기차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한 지 몇 년도 채 되지 않아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더미처럼 쌓이기 시작한 것이다. ‘걸어보지 못한 길’인데다 대응책을 마련할 시간도 부족해 우리 기업들도 크게 혼란스런 모습이다.


하지만 역경 없는 서사를 가진 주인공은 없다. 배터리 기업들이 시장에 처음 발을 디딜 당시 막강한 선두주자였던 일본을 눌러 지금 자리를 차지한 것처럼, 현재 닥친 역경 또한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통해 잘 헤쳐나갈 수 있단 희망이 나온다. 이는 우리 배터리 기업들이 지금보다 한 걸음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단 의미다.


가장 치명적인 문제로 꼽히는 것은 중국 의존도가 높은 ‘공급망’과 고질적인 ‘인력난’이다. 배터리 기업들이 성장하던 당시부터 언급됐던 과제들이다.


우리나라는 배터리 핵심광물 대부분을 중국에서 대거 수입하고 있는데, 이 의존도는 시간이 지나도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7월 핵심광물에 대한 중국 수입 의존도는 수산화리튬 84.4%, 코발트 81%, 천연 흑연 89.6% 등으로 나타났다.


또 배터리 4대 소재인 양극재(96%), 음극재(93%), 분리막(65%), 전해질(58%)도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주액 1000조’ 시대가 마냥 웃을만한 일도 아니게 됐다. 이를 뒷받침할 전문 인력 수요도 늘어나 인력난은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 전문 인력이 부족하단 문제는 계속 대두돼왔으나, 배터리 기업들의 급성장으로 인력을 모으고 모아도 부족한 실정이 됐다.


한국배터리산업협회가 지난 2020년에 추산한 배터리 산업 전체 인력 부족률은 13.3%다. 차세대 반도체를 비롯한 세라믹, 화학 등 5대 신산업의 평균 인력 부족률이 2.5%인 것을 비교하면, 월등히 높은 수치다.


특히 배터리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가 그동안 투자한 신공장들이 다수 가동되는 2025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대한 많은 인력을 끌어모아야만 한다.


여기에 다수의 기업들이 최근 너도나도 배터리 사업에 뛰어들면서 인력 확보에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7일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이 합작해 설립한 배터리셀 공장 ‘HLI그린파워’를 찾아 생산 공정을 점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어떻게 이 자리에 왔는데”…K-배터리, ‘위기’를 ‘기회’로

하지만 K-배터리가 운이 좋아 지금 자리를 꿰찬 게 아니란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과거부터 여러 실패와 도전을 반복해 확보한 역량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게 할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우세하다.


그동안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배터리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노력과 함께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도 우리 기업들에게 큰 힘을 실어주고 있다.


중국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적극 보이는 미국 정부는 K-배터리의 든든한 아군으로 부상했다. 배터리 소재 공급망에서 중국 배제를 목적으로, IRA를 시행한 미국은 조건을 충족한 기업들에게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조항에 따라 세액공제(Tax-Credit) 혜택을 제공했다.


이에 따라 그간 북미 시장을 집중 공략하던 우리 배터리 기업들은 보조금 혜택과 함께 성장세가 높은 북미 시장 선점의 기회를 따 낼 수 있게 됐다. 2032년까지 배터리3사의 예상 수혜액은 180억원에 이른다.


인력난 해소를 위한 여러 노력들도 이뤄지고 있다. 특히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인재를 선점하기 위해 주요 기업 경영진들이 전세계 곳곳을 직접 발로 뛰는 열정도 보여주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4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글로벌 우수 인재 채용 행사와 지난 8월 미국 뉴욕에서 ‘비즈니스앤캠퍼스(BC) 투어’ 등을, SK온은 지난 6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SK이노베이션 계열사와의 공동 포럼 후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현지 면접을 진행했다. 각각 신학철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김준 CEO가 참석했다.


삼성SDI는 지난 8월 한국을 시작으로 지난 달 독일 뮌헨, 미국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 산호세에서 ‘Tech & Career Forum’을 개최하며, 글로벌 우수 인재 확보에 나섰다. 한국과 뮌헨 현장에는 최윤호 사장이 참석해 참석자들의 질문에 직접 답하며 적극 소통했다.


이외에도 배터리3사는 서울대학교, 연세대학교, 고려대학교 등과 손잡고 산학협력을 통해 직접 인재를 기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매년 인력을 충원하고 있지만, 사업 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어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며 “좋은 인재들을 조기에 확보하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노력을 통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면 K-배터리가 2000조 시대를 맞이하는 시점은 더욱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국내 배터리 3사는 북미지역에서 투자 중인 생산시설이 전부 가동되면, 북미 시장 점유율 70%를 차지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 시점 북미 배터리 시장점유율 1위는 테슬라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파나소닉이지만, 이를 배터리3사가 넘어설 수 있게 된다는 분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에 단독 공장 2개와 합작 공장 6개를 합쳐 연간 342GWh 생산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SK온은 185.5GWh(단독 공장 2개·합작 공장 4개), 삼성SDI는 97GWh(합작 공장 3개)로 집계된다. 각각 연간 기준으로 전기차 429만대, 232만대, 121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오수진 기자 (ohs2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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