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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로 본 생떼 노조의 최후 [기자수첩-산업IT]


입력 2023.11.03 07:00 수정 2023.11.03 07:00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지난해 1노조였던 민주노총 노조의 몰락

집행부 정치적 목적에 조합원 피해 줄줄이

"될때까지 파업" 막무가내 강성노조 위험한 이유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본사 외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지난해만 해도 기세등등하게 사측을 압박하던 민주노총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가 역풍을 맞았다. 복수노조 체제에서 한국노총 소속 노조보다 높은 기본급과 보너스를 받아내기 위해 파업을 강행하며 사측을 압박해왔지만, 결국 해를 넘도록 교섭에 실패하면서 조합원까지 잃게 됐다.


한국타이어는 지난 1일 한국노총 소속의 1노조와 임단협을 마무리했다. 지난 8월 22일 상견례 이후 65일 만에 이룬 빠른 합의다. 합의안에는 ▲기본급 4.0%(정기 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안전생산 장려금 200만원 ▲복지카드 60만원 등이 담겼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 소속 2노조는 연신 눈치만 볼 뿐이다. 한국노총 노조에 1노조 지위를 빼앗긴 데다 지난해 임단협도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임단협이 여전히 진행 중인 만큼 올해 임단협은 임금 인상의 기준점이 모호해 시작도 하지 못한 상황이다.


한국타이어는 한국노총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노동조합(현 1노조)과 민주노총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현 2노조)의 복수노조를 두고있다. 조합원 수에 따라 1노조 지위가 변화되는 체제로, 2노조인 민주노총 노조는 지난해만해도 조합원수가 절대적으로 많은 1노조였다.


민주노총 노조가 올 초 2노조로 주저앉은 것은 지난해 임단협에서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민주노총 노조는 한국노총 노조와의 기싸움에서 우위를 쥐기 위해 한국노총 노조보다 높은 임금 인상률과 성과금을 요구하며 사측을 강하게 압박했다.


민주노총 노조는 지난해 약 6개월 동안 하루 1~8시간의 게릴라성 파업을 벌이며 원하는 것을 받아내기 위해 애썼다. 파업 방식은 이 노조에 속한 직원이 예고도 없이 하루 아침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식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3분기 한국타이어 대전과 금산 공장에서 발생한 파업 손실 규모는 5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측만 손해를 본 게 아니다. 집행부를 믿고 파업에 참여한 민주노총 노조 소속 조합원들도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통장은 텅 비었고, 생활고에 내몰린 조합원들은 결국 한국노총으로 소속을 옮겼다. 지난해 2000명 수준이었던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은 500여명으로 줄었다.


문제는 당장 지난해 임단협을 먼저 마무리 지어야하는 민주노총 노조 집행부가 고집을 꺾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한국노총 노조의 지난해 교섭 합의안보다 기본급 0.6%p, 보너스 100만원을 더 받아내기 위해 무리하게 파업을 강행하면서 이미 조합원들의 손해가 겉잡을 수 없이 불어났기 때문이다. 이미 잃은게 많은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이 지난해 합의안을 한국노총과 같은 수준으로 타결하도록 지켜보고 있을리 없다.


지난해 사측을 압박하던 유일한 카드였던 게릴라성 파업도 더는 할 수 없게 됐다. 올 초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현재 유급휴가 중인 직원들이 대체 인력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파업이 발생할 경우 사측은 유급휴가 중인 직원을 투입하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된다.


이제 남아있는 조합원들에게 파업을 함께한 만큼의 보상을 해줄 수도, 모든 것을 내려놓고 패배를 인정할 수도 없는 외통수에 몰렸다. 이미 연말까지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올해 임단협이 언제 타결될 지도 알 수 없다.


민주노총 노조가 '조합원들의 권익 보호'라는 노조의 존재 의미를 진정으로 생각했다면 조합원들의 피해가 더 커지기 전에 고집을 꺾었어야 했다. 2노조보다 높은 임금 인상률을 이뤄내겠다는 집행부를 믿고 따른 조합원들에게 남은 것은 2년 전에 멈춰선 연봉과 파업기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늘어난 빚 뿐이다.


민주노총 한국타이어노조와 같은 일이 이례적일까. 복수 노조 체제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단일 노조를 가진 기업들과는 다를 수 있지만, 강성노조의 그릇된 판단과 욕심 채우기는 비단 한국타이어만의 일은 아니다. 10년 전에도, 지난해에도, 올해도 매년 여름 '귀족 노조'로 불리는 수많은 집단은 집행부의 권력욕과 주머니 채우기에 급급해 사측을 압박하기 바빴다.


내년 여름 사측을 어떻게 압박하면 좋을 지, 어떤 방식으로 요구 사항을 얻어내면 좋을지 고민하는 노조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조합원의 권익보다 집행부 지위를 오래 유지하기 위해 사측을 압박하는 방식의 교섭이 언제까지 가능할까. 한국타이어 노조의 사례가 국내 수많은 강성노조에 깨달음을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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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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