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 실적에 리스크 없어 연임 점쳐졌지만 ‘60세 룰’ 못 피해
새 CEO 내정자 50대 중후반…연말 커지는 변화의 파고
올해 인사에서 증권사들의 최고경영자(CEO)들의 교체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호 실적에 안정적으로 회사를 이끌어 연임이 예상됐던 장석훈 삼성증권 사장도 흐름을 거스르진 못했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60세인 장석훈 사장도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면서 증권사들의 새 수장으로 내정되는 CEO들이 1960년대 중후반생인 50대 중반대로 속속 채워지고 있다.
삼성증권은 전날인 1일 박종문(58) 삼성생명 자산운용부문 사장을 신임 대표로 내정했다. 지난 2018년 이후 6년째 회사를 이끌어 온 장석훈 사장은 물러나고 삼성글로벌리서치 삼성사회공헌업무 총괄사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장 사장은 삼성의 사회공헌업무 총괄 역할을 맡게 된다.
당초 장 사장에 대한 경영 성과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이어서 연임 가능성이 제기돼 왔지만 결국 증권가에 불어닥친 교체의 바람을 피하지는 못했다.
장 사장은 임기 내 삼성증권이 호 실적과 함께 균형 잡힌 성장을 하는데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성과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뤄왔다. 삼성증권의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영업이익은 7434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4.88% 급증한 상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삼성증권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8996억원이다.올해는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하는 1조클럽 증권사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증권사 중 최대 실적을 달성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앞서 지난 2021년 삼성증권은 연간 영업이익 1조3087억원으로 1조클럽에 가입하기도 했다.
또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통해 회사의 성장을 이끌어 왔다는 점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지난 2018년 4월 발생한 이른바 ‘유령주식 배당사고’ 수습을 위해 그 해 7월 구원투수로 사장의 자리에 오른 그는 임기 내 부정적 이슈 없이 안정적으로 회사를 이끌오면서 리스크 관리 능력에 호평을 받았다.
올해만 해도 차액결제거래(CFD)와 영풍제지 사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해외 대체투자 등으로 내부통제와 리스크관리 부실이 불거진 다른 증권사들과 달리 삼성증권은 무풍지대였다.
이에 내부통제 및 리스크 관리 강화 차원에서 CEO 교체가 이뤄진 여타 증권사들과 달리 삼성의 ‘60세 룰(60세 이상 임원 2선 후퇴)’에 따른 세대교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장 사장은 올해 만 60세인 1963년생으로 새로 회사를 맡게 된 박종문 신임 대표 내정자는 1965년생이다. 지난 2018년부터 회사를 이끌어 오며 연임에도 성공하는 등 역대 삼성증권 CEO 중 가장 오랜 임기를 이어온 점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연임 가능성이 제기돼 온 장 사장 마저 교체되면서 증권가 신임 CEO 내정자들은 모두 50대 중반으로 꾸려지게 됐다. 1965년생인 박 대표가 새로 선임된 이들 중에는 연장자로 김미섭 미래에셋증권 대표와 엄주성 키움증권 대표는 1968년생, 장원재 메리츠증권 대표는 1967년생,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는 1969년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유난히 CEO 교체 바람이 거세지는 것 같다”며 “아직 인사를 단행하지 않은 증권사들에도 변화의 바람이 확산될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